“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메리즈 블루, 외전] 03. 요망한 손



거의 뭐 끌려오다싶이 집으로 온 지민은 속이 요동쳤다. 오랜만에 만난 여주. 엄청나게 적극적이였다. 물론, 예전에도 적극적이긴했는데… 지금은 차원이 다르달까.

소파에 내팽겨치듯이 지민을 앉힌 여주는 부엌으로 향했다. 커피랑, 음료수 중에 뭐 먹을래?. 물으니 소파에 로봇마냥 딱딱하게 앉은 지민이 눈에 들어왔다.


김여주
푸흡, 뭐야?ㅋㅋㅋㅋ. 어색해?.


박지민
아니, 그런 것 보다는…

지민이 눈동자를 데구르르르- 굴렸다. 솔직히 편하게 있기가 좀 그랬다. 삼 년만에 만난 것도 있지만, 오랜만에 재회하자마자 바로 집이라니.

원래 여주가 적극적인 면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미국을 다녀오더니 더 개방적여진 느김이였다. 아니면, 한국에 있던 제가 보수적여진건지… 모를 일이였다.


김여주
따뜻한 커피 줄게. 괜찮지?.


박지민
어?, 응…

고개를 끄덕이며 바짝 긴장해있는 모습을 본 여주는 커피를 타는 손길이 다급해졌다. 어쩐지, 저 모습을 보니 잡아먹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예전에 잡아먹히는 것은 자신이였는데. 지금은 내가 잡아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커피를 빠르게 타낸 여주가, 소파로 다가가 컵을 내밀었다.


김여주
뜨거우니까, 조심해.


박지민
응… 고마워.

조용히 옆자리에 앉은 여주. 호로록- 따뜻한 커피를 목구멍 안에 조심히 넣으면서도, 온갖 신경은 지민에게로 향했다. 조그만한 움직임에도 솜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였다.


박지민
…커피 맛있다.


김여주
오빠는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박지민
나는 그냥 뭐…

계속 일했지. 의뢰 받은 일은 무조건 다 받아들이는 식으로.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새삼 실감이 났다. 나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하고.

컵을 만지작 거리는 여주의 손이 시선에 들어왔다. 과연, 너는 어떻게 살았을까. 바닥에 시선을 둔 여주의 입이 한탄하듯 열렸다.


김여주
사실… 미국에서 일 한 거 후회했어.


박지민
…왜?.


김여주
말도 잘 안 통하지, 게다가 곳곳에는 인종차별 하는 사람들도 있지. 정말 힘들었어.

알만했다. 이 세상에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만큼 나쁜 이들도 있기 마련이니까.


김여주
그래서 중간에 한국에 돌아올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어. 돌아가면 오빠가 나를 맞이해 줄 것 같았거든…

그런데 차마 돌아오지 못 하겠더라. 약속을 한 건 나인데, 못 지키고 돌아오면… 바보가 될 것 같아서.


김여주
근데 참기 잘 한 것같아. 먼저 돌아왔더라면, 오늘 오빠도 만나지 못했을 거 아ㄴ,

대답같은 위로보단, 손을 뻗어 여주를 품에 안았다. 바보같긴, 수 없이 미국으로 갈까, 고민한 건 바로 자신인데. 등을 천천히 쓸어주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박지민
바보같다고 하지마. 정말 미안해… 괴로워야 할 사람은 나인데, 너를 힘들게 만들어서.


김여주
아……

얼덜결에 품에 안긴 여주는 포옹에 당황해 어버버- 하다가 이내 입가에 웃음을 담아냈다. 못 보던 사이에, 애정표현이 더 늘었네. 두 뺨을 손으로 감싸고서 눈을 마주했다.


김여주
그럼 우리 둘 다 바보하자.


박지민
…응?


김여주
난 박지민 바보, 오빤 김여주 바보로.


박지민
하ㅎ…… 진짜 요망하네. 이런건 어디서 배워왔어?.

반대로 손을 뻗어 여주의 두 뺨을 찹쌀떡 처럼 늘린 지민이 물었다. 아무리봐도 누구에게 물들어 온 것이 틀림 없었다.


김여주
으아… 이그 좀 노아져.

이거 좀 놓아줘. 라고 말하는데 쉽게 물어설 지민인가. 단호하게 안 돼. 라고 대답하고선 다시 물었다. 누구한테 배웠어?.


김여주
배운거 아닌데… 그냐앙.


박지민
그냥?.


김여주
……진심을 말 한것 뿐이야.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수줍은 듯 붉게 변해버린 두 뺨과, 부끄러운 듯 피해버린 시선. 이런 상황을 만든 여주가 사랑스러워, 일을 치룰 뻔 했다.


박지민
…그, 그런거면 다행이고.

후우, 큰일 날 뻔 했네. 진짜. 여주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허겁지겁 커피를 집어들어 목구명이 쏟아부었다. 그런데,


박지민
커헉-!! 아씨, 뜨거!!…

커피를 도로 내뿜어버려 셔츠 앞섶을 적셔버렸다. 이럴 생각 전혀 없었는데, 오늘은 왠지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김여주
오빠, 괜찮아?.


박지민
어?, 어어… 조금 뜨거운거 빼고는…

괜찮긴, 목이 엄청 따가웠다. 하지만, 여주 앞에서 티를 낼 수가 없어서 그냥 넘어가는데… 어?, 손이 왜 단추를 풀고 있는거지?.


김여주
안되겠다. 벗어.


박지민
어?!?… 그게 무, 무슨


김여주
젖은 옷 계속 입고 있을거야?. 화상 입었는지 확인 해 봐야지!…

그건 그렇긴 한데, 지금은 좀… 시선을 피하며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단추를 끝까지 풀어낸 여주가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박지민
여, 여, 여, 여주야?…


김여주
…확인하는 것 뿐이야.


김여주
화상입었는지 안 입었는지ㅎ…

그 뒤는… 알아서 상상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