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메리즈 블루, 외전] 04. 백마탄 공주님



다음날. 소파에 파묻히다싶이 한 지민은 웅크리고 있다 팔을 뻗어 기지개를 폈다. 대체 얼마나 잔건지, 창문 너머의 태양은 벌써 중천에 뜬지 오래였다.


김여주
잘 잤어?.

편한 셔츠를 입고 커피를 전해주는 여주에, 이불에 둘러싸인 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박지민
…온 몸이 다 아픈데.


김여주
당연하지. 내가 올라 탔으니까.

빙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아 하는 여주에, 지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거 왠지 곡 반대가 된 것같은 기분이였다.

이불에 싸여있어야 하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사람다 자신인데.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여주니, 본인의 부끄러움은 배였다.


김여주
옷 줄까?.


박지민
…아니이.

끌어안은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금 부끄럽기는 해도,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기분이 나쁘지 않아.


김여주
귀여워 —.

풉, 하고 웃은 여주가 하늘 위로 쭈뼛주뼛하게 서버린 까치집을 문질렀다. 어젯밤이 얼마나 격렬 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물 이였다.


박지민
…미국에서 이런거 배워 오라고 보내 준거아닌데.


김여주
아— 어쩔 수 없었어. 미국 언니들이 워낙, 개방적이여야지.

그래도 그렇지. 자신도 인생의 절반을 미국에서 살다왔는데, 저런 개방적인 짓(?) 을 배워오진 않았다.

그런데 여주는 배워오다 못해 응용을 해서 써먹으니, 더 환장할 노릇이지.


김여주
얘기를 들어보니 오빠는 자발적 아싸였다던데-.


박지민
…누가 그래?.


김여주
누구긴 누구야. 대표님이지.

…대표님?. 누구인지 통- 감이 잡히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는데. 여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설마…

지금 이 순간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박지민
우리 누나?.


김여주
정답!.


박지민
아니 잠깐만. 넌 어제 들어왔잖아?…

설마… 나 보다도 더 일찍 만난거야?. 라는 물음에 여주는 눈을 피할 뿐. 아무 답도 해주지 않았다. 잠깐, 이거 너무하네.


박지민
날 먼저 만나러 온게 아니였어?.


김여주
그게 그럴 사정이 좀 있었어.


박지민
허?, 사정?. 무-슨 사정?.

대체 무슨 일이였길래. 나보다도 먼저 누나를 만나?. 생각만해도 서운했다. 자신은 늘 1순위가 여주였는데. 자신이 2순위로 밀려났다는 사실이.


김여주
그게- 사실 제안을 하나 받았거든.


박지민
제안?.


김여주
응. 회사로 다시 돌아와서, 전속 디자이너로 일할 생각이 없냐고.


박지민
…전속 디자이너?.

응. 미국에서 그냥 패션 공부만 한 건 아니고, 디자인 쪽에도 관심있어서 공부했거든. 전과는 완전히 다른 포지션이였다.


김여주
사실 미국에서 몇 개 전시한게 있는데. 대표님이 마음에 들어하셨는지 연락이 오셨거든.


김여주
대표님도 놀라셨을거야. 연락했는데 나 였어서.

놀라울 따름이였다. 삼 년만에 전시를 한 것도 놀라운데, 그 까다로운 누나의 눈에 들다니.


김여주
미팅 차 만났다가 이런저런 얘기했어. 대표님이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시더라…


박지민
……아.


박지민
그럴만도 하지. 누나도 엄청 힘들어 했어…

그래보이더라. 하는 여주에 조심히 물었다. 그래서, 전속 디자이너 하기로 한거야?.


김여주
음… 글쎄?.

어느덧 소파 위로 올라와 품에 파고들어 안기는 여주에, 조심히 뒷머리를 쓸어내려주었다. 나는 상관없었다. 이제 한국에 있는다는데, 뭐를 더 원할까.


박지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나도, 우리 누나도 용서해줬는데. 내가 뭘 더 바라겠어.

빙글- 하고 돌아누운 여주가 가슴팍 위로 마주보며 누웠다. 정말, 내 마음대로 해도 돼?.


박지민
그럼. 정말이지.

이마 위로 입술을 부딪히고 웃었다. 네가 무엇을 한다 해도 나는 이미 준비가 되어있어.


김여주
…그럼 나 오빠 샵에서 일할까?.


박지민
응?.


김여주
아니… 그냥 뭐. 옛날에 같이 일한거 마무리 못한 것도 아쉽고, 그때 나는 꽤 즐거웠거든—.

오빠는 싫어?. 라고 묻는 여주에 지민은 잠시 넋을 잃었다. 아니, 정말 그래도 되는거야?. 난 좋았지만, 여주 입장에선 살인자 아들을 계속 보는건데…

꿍!. 하고 작은 주먹이 머리를 강타했다.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면서.


김여주
난 이미 용서했잖아. 아니, 사실 용서하고 말고도 없었어. 대표님이랑, 오빠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박지민
……


김여주
그리고 그 사람도… 평생 감옥에서 못 나온다며?.


박지민
그렇긴 하지만…

그럼 됐어. 라고 말하며 웃는 여주에 지민은 다시 한 번 말했다. 고마워, 좋아해, 사랑해.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였다.


박지민
…우리 부모님 뵈러 가자.


김여주
응?.


박지민
너희 부모님께 가서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어.

그리고 감사하다고 말하고싶어. 예쁜 딸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김여주
오빠…

평생을하며 싸울 때도 있겠지,

미워보일 때도 있고,

때로는 사라졌으면 좋겠다 생각할 때도 있을거야.

하지만, 여주야. 나는…

평생 너를 놓지 않을거야. 네가 내게 내민 손이 너무나도 값져서, 평생을 은혜를 갚아도 모자라.

그러니까, 넌 나를 미워하고 싫어해도 돼.


“그래도, 난 네 손을 놓지 않을테니까.”

백마탄 왕자를 꿈꾸던 소녀는 어느덧 자라, 멋진 어른이 되었고. 나쁜 왕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소년은 소녀로 인해 벗어났다.

소년은 소녀에게 말했다.


박지민
네가 내 인생의 백마탄 공주님이야_

어릴 때 부터 써왔던 첫사랑의 소설을 마무리 했다.


[메리즈 블루 -END-]

그동안 메리즈 블루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Q&A를 해볼까 하는데, 궁금한게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질문이 많으면 에피소드로 올려볼게요!.

상세하게 답을 할게요 : ) 그동안 봐주셔서 감사드리고,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