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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

석진은 잘 부탁한단 말을 남기고는 의자를 돌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아까는 몰라봤던 꽤 훤칠한 얼굴에 시선이 끌렸다.

조금의 침묵도 잠시 곧바로 이어지는 질문 공세에 나는 그를 향한 눈을 거두어야 했지만, 내가 보지 못 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나를 등진 그의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달칵-

몇 분 쯤 지났을까, 나름 어색함도 가려지고 이야기 꽃을 피우던 우리의 방에 검은 가방을 멘 한 남자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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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다들 모였군요.

날카로운 눈에 오밀조밀 하지만 오똑한 코, 175는 되어 보이는 키,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검은 정장까지. 딱 봐도 간부 정도는 되겠구나- 싶은 사람이었다. 딱히 외모가 아니더라도 사람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에 자존심 상하지만 기가 약간 눌렸다.

부보스쯤 되려나... 하며 정체가 뭘까 나름 생각해보던 차에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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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는 A라고 불러주시고, 여러분의 임무를 전달해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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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기 오신 이유는 다들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오늘부로 결성된 조직으로써, 대한민국의 조직 범죄 퇴치를 위해 힘써주시면 됩니다. 한 조직을 없앨때마다 사례금은 원하시는 대로 톡톡히 지불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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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이건 통신용 무전기이니 어딜 가더라도 항상 몸에 지녀주셔야 합니다. 피치 못 할 상황에 대비해 위치추적기능이 탑재 되어있다는 것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A는 메고 있던 검은 가방에서 각자의 이름이 적혀진 소형 무전기 8개를 꺼내 나누어 주었다. 깔끔한 디자인의 구석에 내 코드네임이 흰색으로 작게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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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만간 공문이 내려올테니 편히 쉬고 계십시오. 이 건물은 저희 소유이니 어디든 돌아다니셔도 좋지만, 밖으로 나갈땐 반드시 허락을 받고 나가셔야 합니다. 방은 아무데나 쓰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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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럼, 이만.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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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이 건물 자체가 숙소라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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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우리 기지기도 하고. 괜찮네. 마침 짐 옮기기 귀찮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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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기 건물 도면 있으니까 봐요. 전 1013호 들어갑니다.

지민이 벽에 붙어있던 건물 도면을 떼어내 책상에 촥 펼쳤다. 어찌나 넓은지 15인치의 책상인데도 종이가 남아 돌아 모서리들이 펄럭거렸다.

도면에는 이 넓은 건물의 내부 구조가 속속들이 적혀있었다. 1층은 각종 상점과 매장, 2층은 사무실과 창고, 3층은 숙소, 4층은 훈련실과 의무실, 5층은 옥상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층이 높지는 않지만 그 땅 평수와 규모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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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난 0709호 쓸게. 먼저 일어난다.

대충 도면을 둘러본 뒤 가장 중심에 있는 호수를 골랐다. 딱딱한 의자에만 앉아있다 보니 푹신한 침대가 간절히 땡기는 마음에 빠르게 짐을 들고 방을 나섰다.

몇 시간 전 지나온 복도를 다시보자 어쩐지 새로워 보였다. 이곳이 나의 보금자리가 될 곳이라고 생각하니 싱숭생숭한 기분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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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흐아암...

하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 나의 육신은 푹신한 침대와 잠을 내놓으라고 온몸으로 항의를 하는 듯 연신 하품을 푹푹 쉬어댔다.

감기려는 눈을 부릅뜨고 비실비실대며 힘겹게 엘리베이터를 잡으려 하자, 마침 운 좋게도 엘리베이터가 띵- 하는 소리와 함께 2층에 멈춰섰고 한 남자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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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누구지?

직원치고 특이하게도 너무 과하게 후줄근한 츄리닝에 슬리퍼 차림, 얼굴 반 이상이 덮인 모자에 마스크까지. 뭔가 흘긋 곁눈질을 하자 남자는 못 볼 꼴이라도 본 듯 후다닥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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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야... 나보고 도망친거야?

묘하게 기분이 더러워지자 그 남자의 뒤통수를 한참 째려보았다. 만약 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수 있었다면 그 넙데데하기 그지없는 납작한 뒤통수를 동그랗게 뚫어버릴 작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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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어쩐지 좀 수상해 보이는건... 기분 탓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