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해 주세요_
Episode 01. 뒤에 물 있다니까



정말이지, 그 날은 다른 날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한 날이었다.

지극히도 많이 평범했다.

그 괴생명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백여주
수고하셨습니다_


백여주
감사해요, 작은 물건들까지 챙겨주시고···.

"아가씨 혼자 살 집인 것 같아가지고-"

"아가씨 혼자 이 많은 것들을 무슨 수로 정리하겠어~"


백여주
덕분에 제가 정리할 건 많이 줄었네요_

"아무튼, 이사하고 좋은 집에서 새로 살게 됐으니_ 잘 살아봐요 호호-"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준 아주머니는 목장갑을 낀 손으로 내 손을 어루만졌다.


백여주
네_ㅎ

"쉬어요~ 난 나가볼게-"


백여주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_


백여주
다음에 제가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할게요···!

됐다는 듯, 손을 공중에 휘저어보인 아주머니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현관문을 열고 나가셨다.



이삿짐을 옮기려다가도 바깥에 내리고 있는 눈에 한 눈이 팔려버린 나는, 그대로 창가에 달려가 밖을 내다봤다.


백여주
눈이다···.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다 바닥에 쌓이기 시작하는 눈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눈 오는 날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한기와, 겨울 냄새는_ 오늘을 살아가고 있음을 몸소 느끼게 해주니까.


백여주
날도 추운데 씻기나 할까_

아직까지 할 일은 많이 남았지만, 언젠가는 하겠지라는 마인드로 욕실로 달려간 나였다.



쏴아아_ 욕조에 물을 채우려 쏟아지는 물줄기와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김.

어느새 욕실 안을 가득 메운 김은 거울까지 닿아, 내 얼굴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뿌옇게 변해버렸다.


백여주
흐응~♬♪ 올 아이 원 포 크리스ㅁ···

높이 묶여있던 머리끈을 풀어내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조심스레 욕조에 발을 담가보려던 참.


백여주
응_?

세면대에 놓여있는 푸른빛의 무언가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푸른빛 펜던트가 있는 은빛 끈의 목걸이가 아니겠어.


백여주
웬 목걸이···.


백여주
전 주인이 놔두고 갔나...

그냥 내버려 두기엔, 사람을 홀릴 만큼 꽤 영롱한 푸른빛을 띠는 목걸이였다.

타원형 모양의 펜던트를 가만 어루만지던 나는 목걸이를 쥐고 욕조에 몸을 담갔지.


백여주
······예쁘네_


백여주
이런 걸 왜 두고 갔을까...

그때만 해도 난 눈치채지 못했다.

펜던트를 만지작거릴 때는 유독 푸른빛이 강하게 반짝였다는 걸.



그렇게 대략 한 시간이 지났을까.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욕실로부터 나와_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아올렸다.

으르르르르르.

소파에 앉기도 전에 탁자 위에서 울려대는 폰에, 발걸음을 멈춰세웠지.


백여주
여보세요_

백 회장
- 여주야, 아빠다.


백여주
아, 아빠?

백 회장
- 오늘 이삿날이라고 들었다. 잘 마무리된 거니?


백여주
네_ 무사히 마쳤어요

백 회장
- 그래, 다행이구나.

백 회장
- 요새 들어 네 얼굴 보는 날이 드물었는데_

백 회장
- 더 먼 곳으로 갔다 하니 조금 서운하네.


백여주
자주 찾아뵐게요.


백여주
너무 섭섭해 마세요_

백 회장
- 말만으로도 고맙구나.

백 회장
- 피곤할텐데 그럼 이만 쉬어라.


백여주
네, 다음에 봬요. 아빠.



백여주
하아_

별 내용 없는 통화를 끝으로 소파에 앉으니, 오늘 하루 묵힌 피로가 쏠려오듯 눈이 감겨왔다.


백여주
이럴 시간 없는데...

여전히 정리 안 된 이사 박스들을 보니 나오는 건 한숨뿐.


백여주
딱 저것까지만... 치우고 자는 거야.


백여주
그래, 그러면 돼.

그렇게 큰 결심을 하고, 박스를 열어보려던 참.


백여주
아,


백여주
목걸이.

여주는 닫혀있는 욕실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백여주
아까... 욕조에 담갔다가 안 건져냈을 텐데.

그리곤 물 속에 담겨있을 목걸이가 생각 나, 욕실로 향하지.

덜컥_

아직 욕조에 담겨있는 물속을 손으로 휘저어보았으나,


백여주
어?

잡히거나 걸리는 물체라곤 없었다.


백여주
뭐야, 어디갔어_

그렇게 내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을까.


철컥_ 탁_

욕실 문이 닫혔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려 몸을 틀려던 찰나,


백여주
읍...!

내 입 위로 큼지막한 하얀 손이 감싸왔다.

차가운 얼음장같던 손이었다. 온몸에 한기가 돌 정도의 서늘함이 입술에 닿았고, 얼마 가지 않아 들려오는 소리.

"뒤 돌아보지 말아요."

욕실 안에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내 입 위의 손은 서서히 나로부터 멀어졌다.

순간적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아 머릿속은 하얘졌지.

강도?

바바리맨?

스토커?


백여주
ㄴ···누구신데요...?

"잠깐만요."

등 뒤에서는 옷깃이 맨살에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어디를 통해 여기로 들어왔단 말인가. 아까 분명 씻을 때도 나뿐이었는데.

설마··· 숨어있었던 거야?

"이제 됐다."

아니,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내 집에 온 사람 치고는... 너무나도 해맑은 목소리에, 태평한 태도였다.


백여주
ㄱ···그러니까, 누구시냐고요...!

미친 척하고 뒤 돌아, 드디어 그 의문의 사람을 마주쳤다.


백여주
······어어?


백여주
···모···목걸이.

아니나 다를까, 그의 목에는 아까 내가 하염없이 바라봤던 목걸이가 걸려있다.


백여주
ㅇ...이거 훔치려고 들어오신 건가요...?!


백여주
마···말을 하시ㅈ

살짝 아래로 치우쳐있던 시선. 그렇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고,

내가 마주친 사람은...



김태형
드디어 날 봐주네요.

아니, 사람이 아니라...

뭔가 이상했다.

왜인지... 그냥 처음부터 느낌이 왔어. 나랑 같은 사람이라 치기엔...


김태형
안녕, 만나서 반가워요_

눈동자가 너무나도 푸른색이었다.

바라보고 있다간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푸른색.



김태형
난 이 목걸이 주인이에요_


백여주
···지금 사람 사는 집에 ㅇ···이렇게 계시는 거...

나는 겁나서 뒷걸음질 쳤을 거야.


김태형
아, 무서워할 필요 없는데.

그는 그런 나를 향해 한 발씩 다가왔고.


김태형
저기,


백여주
...오지 마세요!


김태형
뒤에···


백여주
오지 말라니까요...!


백여주
경찰에 신고할 거예ㅇ···!

텁, 내 뒤에 있는 욕조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 나는_ 욕조 밑에 발이 걸려버렸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뒤로 넘어져 물에 빠질 줄 알고 눈을 감았는ㄷ


타-악_

아까 입술에 닿았던 한기가 등과 허리에서 느껴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눈을 뜨면_



김태형
뒤에 물 있다니까.

내 허리를 감싸 안은 채, 내 얼굴과 초밀착되어있던 그였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고,

첫 인연이었다.



로맨스 코미디와 판타지가 결합된 '나 예뻐해 주세요_'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