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해 주세요_
Episode 32. 결국 알게 된 진실




김태현
그런 거 아니야.


김태현
백여주 씨 당신한테 할 이야기가 있어서 잠깐 온 거야.



"나 예뻐해 주세요_" _32화




백여주
……내가 못 알아챘으면,


백여주
끝까지 거짓말하려 했네.

이미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진 여주는,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갈 생각 없이 벽에 제 몸을 기대어 멀찌감치 그를 바라봤다.



김태현
…….


김태현
네가 찾고 있는 김태형 말이야.

그도 잠시, 태형의 이름이 들리자 두 귀 쫑긋 세우는 여주.



김태현
안 죽였거든.

하도 잡아먹어버리겠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는 여주에,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리는 태현.


백여주
그럼 어디 있냐니까?


김태현
안전한 곳.


백여주
……그게 어딘데.


김태현
인간은 못 드나드는 곳.


백여주
…….


김태현
걱정할 필요 없어, 곧 올 거니까.

곧 온다는 말에 여주의 불안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이제는 그냥 태현이 거슬린다.

이 남자가 직접 집까지 찾아온 걸 보면 보통 할 말이 있다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 불편한 침묵이 지속되길래, 여주는 애꿎은 제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김태현
……김태형 놓아 줘.

갑작스레 태현에게서 들려오는 그를 놓아달라는 '부탁'에 가까운 어조에, 여주가 고개를 들었다.


김태현
잘 알고 있을 텐데.


김태현
김태형은 네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백여주
…….


여주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이런 반응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이 뒤이어 말을 덧붙였다.


김태현
모르는 것 같으니까 설명을 좀 해야겠네.


김태현
네가 아무렇지 않게 부르던 요정이라는 호칭,


김태현
그 요정이라는 존재는_



김태현
전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해서 벌을 받고 있는 자들을 말해.


백여주
……무슨 벌?


김태현
……글쎄.


김태현
정식으로는, 이승에 사는 인간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하는 건데……


김태현
내가 요 근래에 생각 해보니까, 진실된 벌은 따로 있더라.

옅은 웃음을 지으며 팔꿈치를 소파 등받이에 대고 턱을 괴는 태현. 이내 미소는 차디 차갑게 가라앉았다.


김태현
…인간도, 짐승도, 심지어는 흔히 아는 귀신도 아닌 생물인데


김태현
감정이 있는 인간들 사이에 홀로 감정 없이 떠도는 처지라는게….

그게 더 서글픈 벌인 것 같기도. 사랑하는 사람 못 지킨 것 하나로 이런 벌을 받는 것도 그렇고. 한숨 쉬듯 말하는 태현이에, 여주는 왜인지 태형이가 이렇게 된 게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워지고.



김태현
자책할 필요 없어.


김태현
이런 운명도 김태형이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백여주
…….

여주의 착잡한 표정을 가만 지켜만 보던 태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더니 이내 다시금 여주에게로 시선을 뒀다.




김태현
…이제 곧 그 벌의 유효 기간이 끝나.


백여주
……그렇다는 말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 태현. 여주는 태현의 말을 듣다 결국 간신히 붙들고 있던 눈물 몇 방울을 떨궜다. …최대한 씩씩한 척 제 옷 소매로 닦아내기 바빴고.


백여주
……와, 진짜 하늘도 무심하시지...ㅎ

어떻게 우리는 한 번을 영원히 붙어있을 수가 없는 걸까. 신세 한탄하듯이 끝내 여주가 바닥에 주저앉자, 냉철하기만 하던 태현도 그 모습은 꽤 마음에 걸렸는지 얼굴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김태현
……그러게.


김태현
안 됐다.


백여주
…와, 진심 하나도 안 느껴져. 진짜.

아닌데. 꽤 진심이었는데. 태현이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런 그의 농담을 받아줄 처지가 아니라는 듯 여주가 고개를 떨궜다.



김태현
아직 본론은 말하지도 않았는데, 더 말했다간 집에 홍수 나겠네.


백여주
…….

여주가 괜찮든 말든, 태현은 계속 말을 이어나갈 기세.


김태현
심판을 받게 돼.


김태현
여태 요정으로써 할 일을 마땅히 했는지. 그 후에는,

살짝의 뜸을 들인 태현이가 말했다.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백여주
…뜬금없이 선택지라니…?


김태현
그냥 곱게 저승으로 가기, 아니면



김태현
…환생.

기대하지 않았던 단어에, 실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생긴 듯 여주가 두 눈을 크게 뜨며 태현에게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다시금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김태현
하지만 환생은 불가해.


백여주
…그게 무슨 뜻이야...?


김태현
요정들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환생은 권하지 않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김태현
강압적으로 제지를 받아. 환생은 하지 말라고.


백여주
…어째서? 그럼 애초에 선택지가 아니잖아.


김태현
맞아. 그냥 정해진 운명이야.

다시금 여주의 눈에는 공허함만이 맴돌았다. 이젠 정말 기대를 걸어볼 구석이 없거든.

벌써부터 제 삶에 태형이 없다 생각하니, 미래가 깜깜하기만 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속만 답답한데


김태현
…머리색이 다시 푸르게 돌아오는 날.


김태현
그날이 마지막이 될 거야.

이 와중에 할 말은 다 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태현이에, 여주는 한 번 더 무너져 내렸다.


백여주
……너 진짜 싫어.


김태현
고맙네.

태현이가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여주는 방에 들어 가서 몰래 눈물이나 훔치려는 생각이었는데…


이때 들려오는 현관 도어록 소리.

얼마 안 가 문은 열렸고, 여주의 귓가에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중저음이 결국 억누르던 울음을 터지게 만들었다.


김태형
여주야 미안, 많이 기다렸ㅇ,

중문 옆에 서 있던 여주는, 제 옆에 있던 중문이 열리기 무섭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바로 태형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선 막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하는데… 이 와중에 태형의 시선 안으로 들어온 건 태현.


의미심장한 표정을 띠고 있는 태현과, 다짜고짜 제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여주. 태형은 금세 눈치를 챈 듯 여주에게 주려고 사 온 붕어빵 봉지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구고 여주를 안아 주었다.


김태형
…… 아.


김태현
…….

이 상황에 뭘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씁쓸한 표정으로 그저 여주의 머리를 쓸어주고 더 꼭 끌어안아주는 태형이었다.




++ 5위 선물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결말에 대한 스포는 전혀 하지 않겠어요 읍읍. 🤐


히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