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초대하지 않은 손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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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여성이 남기고 간 명함을 서영은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아는 듯이 말을 했던 여성은 누가 봐도 수상했다.

마치 서영을 유혹해 함정으로 이끄는 것만 같았다.

민규를 만나기 전의 서영이었다면 아마 망설임 없이 여성이 건네주고 간 명함에 적힌 주소로 갔을 것이다.

그때의 서영은 뱀파이어를 증오했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서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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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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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이러니까 마치 내가 김민규 그 자식 때문에 뱀파이어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잖아…

어쩐지 싫고 소름이 돋는 그녀였다.

여하튼 서영은 현재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 가서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뻔히 보이는 함정에 속을 순 없었다.

그것만큼은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해 주지 않았기에.

서영은 필요도 없는 명함을 구긴 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저 명함 자체는 죄가 없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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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또 여기서 자고 있네.

이제 막 잡에서 깬 정한은 소파에 곤히 잠들어 있는 여주를 발견한다.

아무것도 덮지 않은 채로 잠에 들어서 그런지 몸이 차다.

이러다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이 된 정한은 제 방에서 담요를 가져온다.

혹시라도 잠에서 깰까 봐 그의 몸짓은 조심스럽다.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위해 섬세하게 군 적이 있었던가.

담요를 덮어주던 정한은 그녀가 떨어트린 것으로 보이는 종잇조각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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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이건… 명함인가?

아까 의문의 여성이 건네주었던 명함이다.

명함에는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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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김…희연?

기억 속에 파묻혀 있던 그 이름.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이름.

모든 것의 원흉이라고 볼 수 있는 그 이름.

그 모든 끔찍한 실험들의 책임자인 연구원장 김희연.

그녀는 살아있었던 것이다.

모든 불길이 꺼지고 시체조차 보이지 않아 뼈까지 탔으리라, 죄값을 치뤘으리라 믿었으나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던 것이었다.

그날 몰래 빠져나왔던 것이었다.

누구는 아직까지도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정한은 분노가 들끓었다.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것도 모자라 여주에게 명함을 건네주다니.

그래도 아직 모르는 일이다.

어디 하나 불구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여러가지 이유로 고통스럽게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윤정한은 제발 그러기를 바랐다.

절대 그녀가 행복하지만은 않기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기를.

윤정한은 덧없이 염원한다.

그러곤 생각한다.

명함에 적힌 주소로 가야겠다고.

이번에는 정말 끝장을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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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하늘은 내 편이 아닌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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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이렇게까지 멀쩡하게 살아남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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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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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나는 너를 초대한 적이 없는데.

전직 연구원장이자 모든 이들의 원수인 김희연은 여유롭게 웃는 것처럼 보이나 어딘가 어색하다.

아무래도 당황스러움은 감출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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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난 분명히 그 아이에게 명함을 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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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그치만 뭐 네가 오든 그 아이가 오든 상관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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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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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너희 둘 다 죽게 될 거라는 건 변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