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오랜 악몽의 끝

***

‘풀썩-’

정한은 민규와 원우의 시체로 보이는 것을 김희연의 눈앞에 내던지듯 놓는다.

김희연은 이걸 정말 했냐며 비웃는다.

정말이지 비열한 인간이다.

본인이 친구를 죽이라고 시켜놓고 결국엔 비아냥거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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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여주 씨를 살려줄 방법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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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하라는 대로 했잖아.

김희연은 구둣발로 그들의 시체를 툭툭,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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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와, 진짜 죽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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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이렇게까지 했는데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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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저기 금고에 해독제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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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그거 마시면 살 거야.

그리곤 그녀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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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참고로 비밀번호는 안 알려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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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네가 알아서 잘 풀어 봐~

그녀가 소리를 내며 크게 비웃고 있을 무렵이었다.

“비열한 새끼.”

어디선가에서 욕이 섞인 말이 들려왔다.

김희연은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이 다름 아닌 그들의 시체 쪽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는 듯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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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우리가 설마 죽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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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연구원장이라면서 멍청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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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우

진짜 시체인지도 확인도 안 하고.

민규와 원우는 전신에 일부러 피를 묻힌 채 시체인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수법에도 속아넘어가다니.

심지어 이런 멍청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워했다니.

그들은 왜인지 모를 허무함이 느껴졌다.

차라리 그녀가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허무하고 공허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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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야.

정한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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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지금 당장 저 금고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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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그리고 내 해독제도 내놔.

김희연은 뒷걸음치더니 벽에 있던 호출벨을 눌렀다.

순간 경호원들이 사무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저들은 전부 뱀파이어들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김희연에게 충성한 자들이겠지.

윤정한은 김희연을 붙잡고 탁자에 놓여져 있던 커터칼을 그녀의 목에 들이댄 뒤 경고를 하기 위해 커터칼로 목을 꾹 눌렀다.

그러자 연약한 살갗이 뚫리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김희연은 괴로워했고 경호원들은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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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너도 비열한 방법을 썼으니 우리도 좀 비열하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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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불만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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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있어도 없어야 할 거야.

정한은 커터칼을 더욱 깊숙하게 누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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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겨우 이런 걸로 괴로워하니까 더 죽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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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야, 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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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니네들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김희연은 저 커터칼에 죽는 거야.

민규의 말에 다들 망설이던 움직임마저 멈췄다.

그 모습에 민규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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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쟤네한테는 잘 해 줬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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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저렇게까지 충성심이 강할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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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진짜 짜증나네.

김희연은 그대로 목에 칼이 들어온 채 떨리는 손으로 금고 두 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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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하나는 여주가 먹으면 되고 하나는 네가 먹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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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자, 이제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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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어서 풀어 줘.

김희연은 인질인 주제에 당당하게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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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풀어 줘?

정한은 비릿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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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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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뭣……

김희연이 역정을 내기도 전에 정한은 그대로 커터칼을 더욱 깊숙하게 찌르곤 휘저었다.

커터칼의 칼날은 이내 부서졌지만 그와 동시에 김희연의 목도 너덜너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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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안타깝지만 우리는 당신을 살릴 생각이 없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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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그리고 아까도 말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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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우리도 비열한 방법 좀 쓰겠다고.

김희연은 아마 정한의 말을 듣지 못 할 것이다.

그녀는 지금 눈도 감지 못 한 채 시체가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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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차라리 처음부터 죽였으면 됐을 텐데.

정한은 바보처럼 굴었던 자신이 싫어질 지경이었다.

정말 사랑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바보같이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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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야, 니네 대가리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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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시체는 뭐 알아서 처리하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 탓에 벙쪄 있던 경호원들을 향해 민규가 껄렁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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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우리한테 복수해도 상관은 없는데 죽을 각오는 해야 할 거야.

섬뜩한 말을 남기고는 그들은 해독제들을 챙겨 유유히 떠났다.

***

***

그들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여주는 달려나가 맞이했다.

이여주

어디 다친 데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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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그럼요.

정한은 여주에게 해독제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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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이걸 마시면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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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제 것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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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무사히 가져와서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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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럼 저흰 이만 나가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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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두 분 편히 말씀 나누세요.

무언가 이 속에 흐르는 기묘한 기류를 눈치 챈 것인지 서영은 민규와 원우, 지수를 데리고 나갔다.

덕분에 이곳에는 정한과 여주, 둘뿐이다.

이여주

잠깐의 정적.

여주는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이여주

…저.

이상하게 어색함이 느껴진 정한은 눈을 다른 곳에 두고 있었지만 여주가 한마디를 꺼내자마자 눈을 그녀에게 두며 경청했다.

이여주

왜 이렇게 저를 위해 주는 거예요?

이여주

왜… 당신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저를 지켜주는 거예요?

이여주

이 해독제를 마시면 이제 더 이상 저와 함께할 이유도 없을 텐데.

이여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예요?

정한은 잠시동안 말이 없더니 이내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고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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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먼저 거리를 둔 건 여주 씨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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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었군요.

이여주

그러게요.

이여주

저도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이여주

평생을 건조하게 살았는데.

이여주

정한 씨에게는 자꾸 궁금한 게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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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그거 고백이에요?

이여주

…네?

여주는 당황스러워하며 귀가 새빨개져갔다.

그런 여주를 보며 정한은 해독제를 마셨고 여주 또한 귀가 빨개진 채로 해독제를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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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이제 여주 씨의 몸은 평범한 인간과 똑같아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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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아무리 스킨십을 해도 저는 에너지를 받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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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그런데도 전 여주 씨랑 함께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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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아마 저랑 있으면 좀 위험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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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그치만 저는 당신과 계속 함께하고 싶고,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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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지금부터 제가 당신과 더 있고 싶다고 욕심을 부릴 건데, 받아줄래요?

정한이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여주는 망설이다 그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이여주

물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