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다시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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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아침이다.

피곤하지도 않고 전처럼 이틀을 꼬박 자지도 않는다.

해독제에 몸을 건강하게 하는 성분이라도 더 들어있었던 것인지 여주는 몸이 더욱 가볍게 느껴졌다.

넘치는 에너지에 여주는 산책이라도 하며 편의점에 가야겠는지 집 밖으로 나선다.

더 이상 여주는 뱀파이어들의 사냥 대상이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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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어서오세요, GS13입니다~~!!

여전히 생기 넘치고 밝은 알바생이 여주를 맞이해 준다.

여주는 그에 미소를 머금으며 꾸벅 고개를 숙인다.

몸도 편해지니 여주에게도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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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어? 저번에 오셨던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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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왠지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데요?

이여주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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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네, 기분이 좋아 보이셔서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네요!!

몇 번을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 텐션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은 참 좋아 보인다.

그가 흑심을 갖고 하는 말이 아닌 것을 여주도 알고 있었기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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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영

전 손님들이 행복한 게 너무 좋거든요.

정말 좋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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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정말 미쳤네.

서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하며 헛웃음을 흘린다.

그녀가 어이없어할 만하다.

그거야…

뱀파이어가 대낮에 레스토랑을 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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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왜요?

대낮에 깨어 있으면 그렇게나 예민하게 굴었던 김민규가 어쩐지 능글맞게 미소를 짓고 있다.

그 속에 약간의 예민함이 묻어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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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뱀파이어가 이렇게 대낮에 나와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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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서영 씨, 나 걱정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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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미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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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냥 이래도 되냐고 묻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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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뭐, 좀 불편하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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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대낮에만 많이 볼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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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뭐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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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쪽을?

서영의 표정은 순식간에 썩어갔고, 쉴 새 없이 들이대는 그를 무시하고 다른 손님에게 가버렸다.

그녀가 다른 곳에 가는 순간에도 민규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뗄 줄을 몰랐다.

그저 처음에는 장난으로 서영에게 들이댔던 것이었는데,

민규 자신도 모르게 진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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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아, 깜짝이야.

마감을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오던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전 식사를 마치고 돌아간 줄 알았던 김민규가 레스토랑 앞에 서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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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계속 여기서 기다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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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대체 왜?

자신에게 자꾸만 다가오는 김민규가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귀찮다기보다는 이런 그의 행동에 착각할 것만 같았다.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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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열심히 일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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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제가 금방 집으로 순간이동 시켜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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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편하고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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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편…하기야 하겠지만 왜 굳이 저를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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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보니까 아무 여자한테나 막 들이대는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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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당신한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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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참고로 그렇게 예쁜 짓해도 피는 안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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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흐음~ 전 그쪽한테만 그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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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아, 물론 전에는 좀 헤프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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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근데 지금은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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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저한테만 그런다는 뭐… 그런… 로맨틱한 의미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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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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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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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 멜로 눈깔 좀 저리 치워요.

그러면서도 귀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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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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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혹시 막 꼬셔질 것 같나?

민규는 서영의 키에 맞게 숙이며 얼굴을 들이댔다.

마치 강아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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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꼬셔져서 피도 살짝 나눠 주면 좋고?

순식간에 서영의 표정은 썩어갔다.

그리곤 코웃음을 치며 민규의 이마를 제 손가락으로 밀어냈다.

겨우 인간의 힘으로 밀려날 그가 아니었지만 괜스레 일부러 밀려나 주며 댕댕이 같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래도 서영의 반응이 재밌어 장난으로 꺼낸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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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그럼 그렇지.

서영은 한숨을 내쉬며 제 집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얼굴엔 짜증스러움이 가득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