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23 홍지수라는 사람 (1)


***


윤정한
조용히 살라고 말로 경고했을 때 알아들었어야지, 응?

“하아… 시발……”

육두문자를 흘리며 피도 함께 흘리고 있는 세 명의 남성.

그리고 그 속에 공포에 젖어 있는 홍지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

***

30분 전.

이여주
다 같이 외식하고 걸으니까 좋네요. 전에 외식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이여주
어쩐지 밤공기도 훨씬 시원하고 좋고.


윤정한
응, 그러게요.


윤정한
저도 너무 좋아요.

이여주
저는 너무라는 말까지는 안 했던 것 같은데요.


윤정한
그랬었나?

정한이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여주가 무슨 행동을 하고 무슨 말을 해도 마냥 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양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지수가 기계적인 미소를 머금고는


홍지수
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줬음 좋겠는데.

아마 이 속에는 염장질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겠지.

지수의 말에 둘은 소리를 내어 웃는다.

민망하기도 하고 그저 이 상황이 웃겼다.

지수 또한 즐겁게 웃는 그들을 보며 덩달아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인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

지수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다.

아니, 굳어가다 못해 공포에 젖어갔다.


윤정한
갑자기 왜 그래?

공포에 젖은 채로 한 곳만을 바라보는 지수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갔다.

그러자 누가 봐도 양아치들처럼 보이는 남성들 세 명이 바닥에 가래침을 찍찍 뱉으며 걸어왔다.

계속 보니 정한에게도 익숙한 얼굴들인 것 같았다.

왠지 전에 한 번 만났던 것 같은…

정한이 그들을 기억해내기도 전에 그들이 먼저 껄렁대며 다가왔다.

“야~ 홍지수, 오랜만이다?”

“죽은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근데 그 정도면 뒈져야 되는 거 아냐?”

“우리가 뒈지게 팼는데.”

그제서야 정한은 그들이 누군지 기억났다.

지수를 죽기 직전까지 폭행했던 놈들이었다.

그 당시 지수와 같은 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고,

우연히 정한의 집 근처에서 폭력 행위를 벌이다가 정한의 포스에 쫄려 도망갔다.

그리고 정한은 자신의 피를 이용해 지수를 살리면서 뱀파이어로 만들었고.

“야, 왜 말이 없냐?”

남성 한 명이 지수의 어깨를 세게 밀치며 말했다.

“내가 뭘 물어보면 재깍재깍 대답하라고, 했지.”

이여주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서 그런지 저런 인간 따위는 무섭지 않은 듯하다.

이여주
아까 보니까 바닥에 가래침을 막 뱉던데.

이여주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몰라요?

이여주
나이도 뭐 먹을 만큼 먹은 것 같은데…

여주는 그들을 훑어보더니 이내 말을 번복했다.

이여주
교복…이네.

이여주
학생이구나.

이여주
난 또 너무 삭아서 나보다 나이 많은 줄 알았지.

그다지 악의성을 갖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들이 교복을 입기엔 너무나도 삭아서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을 뿐.

아무래도 삭았다는 말은 빡치는지 그들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지며 여주를 칠 것처럼 굴었다.


윤정한
야, 니네.


윤정한
아직도 이러고 다니냐?


윤정한
저번에 조용히 살라고 경고했던 것 같은데.

“뭔 경고요?”

“어디 한 번 경고해 보시던지~ 그때처럼.”

그러고는 품에서 칼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정한은 그저 비웃으며 말했다.


윤정한
애쓴다~

자신들을 비웃는 정한에 화가 단단히 났는지 그들은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역부족이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그것도 미성년자가 성인 뱀파이어를 이길 수 있겠는가.

정한은 순식간에 칼을 들고 있던 애의 손을 쳐서 칼을 떨구었다.

그리곤 세 명에게 주먹 한 방씩 먹여주었다.

그 덕에 애들의 입술이랑 입안은 터져서 피가 흘러나왔다.


윤정한
그러게 왜 그랬어.


윤정한
조용히 살라고 말로 경고했을 때 알아들었어야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