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25 데이트


***


윤정한
여주 씨 내일 시간 돼요?

저녁 밥을 먹다 말고 뜬금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여주
네, 뭐…

이여주
저야 시간은 많죠.

이여주
그건 왜요?


윤정한
데이트나 할까 해서.

정한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윤정한
밤에 말고 낮에.

이여주
낮에요??

이여주
정한 씨 낮에 돌아다닐 수 있어요?


윤정한
돌아다닐 수야 있죠.


윤정한
여주 씨랑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어요.


윤정한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점심도 먹고 카페도 가고.


윤정한
어때요?

이여주
너무 좋아요.

여주가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환하게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던가.


홍지수
그런 달달한 대화는 제발 저 없을 때만 나눠주세요.

지수가 장난스레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농담으로 던진 말이긴 했지만 그 속에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커플 사이에 낀 솔로의 고통이란 건가.

***

***

이여주
이런 공원에서 연인이랑 같이 돗자리 깔고 도시락 먹는 게 로망이었는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한다.

다들 가족들과 친구 그리고 연인과 함께 돗자리 위에 오순도순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주는 그런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윤정한
저도 그런 로망이 있었는데.


윤정한
우리 되게 잘 맞네요, 그쵸?

주위를 돌아보던 여주는 그런 그의 말에 돗자리에 앉으며 웃는다.

이여주
그러게요.

행복해 보이는 여주를 보며 덩달아 행복해진 정한은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싸온 도시락을 펼친다.

이여주
이렇게 요리를 잘 했어요…?


윤정한
원래 안 하는데 여주 씨를 위해 한 거예요.


윤정한
데이트 신청도 제가 먼저 했으니 도시락도 제가 싸야죠.


윤정한
이런 요리 잘 하는 남자 어때요?


윤정한
또 반할 것 같나?

이여주
진짜……

이여주
이미 반했는데 또 반할 지경이네요.


윤정한
또 반했어요?


윤정한
어쩌지.


윤정한
이미 사겨서 또 사귀는 건 불가능한데.


윤정한
그럼 결혼해야 되나?

정한이 장난스레 웃는다.

이여주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여주 또한 장난스럽게 정한을 살짝 밀친다.

겉으로는 뭔 소리냐는 반응이지만 속으로 꽤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녀였다.

***

***

이여주
오랜만에 이런 공원을 산책하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여주는 주변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상쾌한 풀 내음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윤정한
전 여주 씨랑 함께 걸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여주
또 그런다, 또.


윤정한
진짠데?

정한이 슬며시 여주의 손을 잡아 깍지를 낀다.


윤정한
전 여주 씨랑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좋아요.

여주가 멈칫하며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곤 피식 웃음을 흘리며

이여주
지옥이라두요?

농담을 던진다.


윤정한
네, 지옥이라도요.

여주는 깜짝 놀라며 정한을 빤히 바라본다.

이여주
정말 당신은 바보네요.

이여주
아무리 연인이라도 지옥까지 따라가면 안 되죠.


윤정한
지옥이라면 더욱 따라가 줘야죠.


윤정한
그런 고통스러운 곳에 당신 혼자만 둘 수는 없어요.

이여주
참 로맨틱하네요.


윤정한
당신한테만 이러는 거예요.

여주는 다시 한 번 어안이 벙벙해진다.

어쩐지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리고 이곳에는 그 누구도 지나가지 않는다.

외진 길이기도 해서 둘뿐이다.


윤정한
정말 사랑해요.


윤정한
지옥이라도 따라갈 만큼.

이여주
저도 사랑해요.

이여주
그치만 전… 지옥까지는 따라갈 자신이 없어요.

정한은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윤정한
됐어요.


윤정한
날 사랑해 주기만 해요.


윤정한
그거면 되니까.

정한은 여주에게 천천히 다가가 입을 맞춘다.

뱀파이어와의 입맞춤이란 날카롭고 긴 송곳니 탓에 입술과 혀가 쓰리다.

그럼에도 달달함에 행복감을 감추지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