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完) 26 좋아해서 그래요


***


전원우
너 요즘 왜 이렇게 자꾸 실실 웃어?


전원우
기분 나쁘게.


김민규
그냥 좀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그를 보며 원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머뭇거리다 말한다.


전원우
미쳤니?


김민규
아, 뭐라는 거야.


전원우
드디어 정신이 나간 건가.


전원우
아님 뭐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그 한마디에 민규는 멈칫한다.

정말 알기 쉬운 놈이다.


전원우
이번에도 그냥 가벼운 마음이라면 접어라, 민규야.


전원우
괜히 상대방한테 상처 주지 말고.


김민규
네 알 바 아니다, 원우야.


전원우
진심이면 다행이고.


전원우
그보다 요즘 낮에 자꾸 돌아다니던데.


전원우
그것도 사랑 때문?


김민규
왜 이렇게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으실까?


전원우
평소랑 다르니까 그렇지.


전원우
자꾸 낮에 너무 많이 돌아다니지 마.


전원우
그러다 쓰러진다.


김민규
그럼 며칠 누워있지, 뭐.


전원우
대책 없는 놈.

***

***


이서영
또 이렇게 대낮에 오셨네.


김민규
대낮에 보니 너무 좋죠?


김민규
응, 나도 좋아요~


이서영
참……


이서영
좀 뱀파이어처럼 굴어봐요.


이서영
무슨 뱀파이어가 대낮에 돌아다녀?


김민규
뱀파이어처럼 굴어볼까요?

민규가 서영의 손을 살짝 붙잡고는 고개를 숙여 손등에 입을 맞춘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손목에도 입맞춤을 한다.


김민규
이대로 물어버리고 당신의 피를 빨면 그게 뱀파이어처럼 구는 건데.


김민규
할까요?


김민규
나는 너무 좋은데.

민규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서영
됐…어요.

서영은 재빠르게 그에게서 자신의 손을 빼고는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귀는 물론이고 뒷목마저도 새빨개진 채로.


김민규
귀엽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고는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뒤늦게 깨닫고 나서야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김민규
귀엽다니……

민규는 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파묻어버린다.


김민규
하…… 나… 진짜 좋아하는구나……

***

***


이서영
또 기다리고 있네.


김민규
집에 데려다 줄게요.


김민규
요즘 밤길이 너무 위험해~


이서영
그쪽이 제일 위험할 듯하네요.


이서영
그치만 뭐… 순간이동으로 가는 게 더 편할 테니…


이서영
데려다 주세요.


김민규
그치?

민규가 싱글벙글 웃음을 짓는다.

그리곤 서영에게 손을 내민다.


김민규
손을 잡아야 같이 순간이동을 할 수 있어요.


이서영
…수작 부리는 거 아니구요?


김민규
에이~


김민규
제가 언제 수작을 부렸다고.


김민규
자, 어서 잡아요.


이서영
쉴 새 없이 부리면서.

그렇게 말하면서도 서영은 민규의 손을 붙잡으려 손을 내민다.

그런데 갑자기 민규가 휘청거리며 제 머리를 부여잡는다.


김민규
윽…


이서영
뭐야, 갑자기 왜 그래요?

아무래도 뱀파이어인 그가 대낮에 너무 많이 활동을 해서 그런 듯하다.

요새 계속 이서영을 본다고 낮에만 엄청 깨어있었으니 그럴 만하다.


김민규
아, 별거 아닌……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에는 너무 어지럽고 지끈거렸던 것인지 민규는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이서영
…뭔가 이 상황… 굉장히 익숙한데.

***

***


이서영
하… 내가 이 놈을 또 내 집에 데려오게 될 줄이야……

서영은 자신보다 훨씬 큰 체구를 가진 민규를 부축해서 오느라 힘이 다 빠진 듯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러다 의자를 가져와 앉고는 자신의 침대에 곤히 누워 있는 민규를 바라본다.


이서영
왜 갑자기 쓰러진 거람……


이서영
…

서영은 그의 볼을 콕콕 찌른다.


이서영
왜… 자꾸 나한테 다가와요?

민규가 지금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닌지라 못 듣는 거란 걸 알고 직접적으로 묻는다.


이서영
자꾸 그러면… 나…… 착각할지도 몰라요.


김민규
으응……

민규가 갑자기 뒤척거리더니 웅얼거린다.


김민규
……해서…


김민규
…좋아해서…… 그래요……

갑작스런 그의 웅얼거림에 서영은 놀란 채로 그를 빤히 바라본다.


김민규
…

아무래도 잠꼬대 같은 것인가 보다.


이서영
…

서영은 다시 곤히 잠들어 있는 그를 향해 작게 중얼거린다.


이서영
……저도… 좋아해요……

아마 지금은 그에게 전달되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그녀의 진심이 전달될 것이다.

언젠가는.


독 -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