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돌아가겠습니다
10 ❀ 거짓을 믿다



임단향
쯧.

모든 물건을 내쳐버린 단향은 짧게 혀를 찼다.


임단향
폐하가 다른 곳을 바라보시는구나..


임단향
사선으로 바라보면 더욱 돌아가는데 말이야.


임단향
어떻게 해야 다시 날 돌아보실까...

온갖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단향은 이내 웃음을 지어보이며 궐을 나섰다.


배진영
여긴 어쩐 일로ㅡ


임단향
밀쳐주세요.


임단향
오늘 폐하의 물건을 담당하는 것이 가온이라 들었습니다. 그 물건을 옮길때 쯤,


임단향
뒤에서 밀쳐주세요.


배진영
갑자기 무슨,


임단향
아아, 물론.


임단향
보수는 챙겨드리지요.

돈이 든 보따리를 살포시 진영의 손에 쥐어주고는 자리를 뜨는 단향이었다.

작게 욕지기를 내뱉은 진영은 곧 가온이 일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가온
허어ㅡ

기침하듯 내뱉은 숨소리가 닿은 곳에는 진영이 서있었다.


배진영
왜 그렇게 저기압이야?

곱게 접은 눈으로 가온에게 다가오는 진영이었다.


이가온
그냥... 폐하 물건 옮기다가 누가 밀쳐서..깨뜨렸어.


이가온
죽을 뻔했거든.


이가온
수도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진짜 죽을 뻔했더니 너무 무섭더라고.

언니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배진영
우음.


배진영
누가 밀쳤다는건 네 잘못은 아니잖아. 그치?


배진영
근데 왜 자책을 해.


이가온
내가 눈치챘으면 됐ㅡ웁?

급하게 자신의 손으로 가온을 막는 진영의 행동에 놀란 가온은 진영의 표정을 살폈다.

입모양으로 말하고 있었다.

쉿. 왕이 나타났다.


배진영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폐하ㅡ


강의건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오거라.

와, 완전 망했어. 진짜 망했어.


이가온
저어어..


배진영
에구, 귀도 밝으셔라.


강의건
왜 이딴..


강의건
허, 됐다.

배진영. 넌 내 눈 앞에서 어서 사라지거라.

휘파람을 부는 시늉을 하며 진영은 자리를 떴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마당에 의건이 나의 눈을 응시했다.


강의건
어울려도, 어찌 저런 놈과 어울리느냐.


이가온
..네?


강의건
궁녀가 왕의 것이란 말을 잊어서 이런 만남을,

언성이 높아지자 잠깐 말을 멈춘 의건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강의건
잊었느냐.


이가온
아, 아닙니다. 그냥, 잠시..


강의건
날 사랑할 수 없다고 했지.

네? 잠시 당황한 가온은 머리를 열심히 굴리다 자신의 말을 생각하고는 헙, 하고 자신의 입을 막았다.


강의건
얼음장 같은 사람..

살짝은.

살짝은 아련한 눈빛이 엿보였다.


강의건
나는, 녹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강의건
그래서 이리도.


강의건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말아버린것이지.


이가온
...회상하십니까.


강의건
네가 알아 뭐하겠느냐.

또, 이 말 들었다.


이가온
조금 잘못된 착각을 했을 뿐입니다.


이가온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이가온
소중한 사람에게라도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이가온
이리도 안풀릴줄이야.


이가온
사랑받지 못했던 사람과 소중한 사람이 없던 사람의 만남이라니.


이가온
참 신은 특이하기도 합니다.

생긋 웃어보이는 가온에 의건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화남, 슬픔, 기쁨,

그리고 또 다른 무엇.


이가온
그래도 이렇게 폐하와 얘기하는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가온
나라가 곧 왕이고, 왕이 곧 나라입니다. 저는 나라와 대화하는 꼴이 아니겠습니까.

입을 손으로 살짝 가리고 웃는 가온에 의건은 가온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잡았다.


강의건
...유쾌하구나.

이 웃음이 끊이지 않기를.

이 웃음의 끝이 보이지 않기를.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