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난 늘 응원해
미궁 (5)


정국 역시 함정에 빠져든 건 마찬가지였다.

여주를 찾아 뛰어다니던 중, 정국을 둘러싸던 미로의 벽들이 정국을 가운데에 둔 직사각형처럼 형태를 만들었다.


정국
말도 안 돼.. 이건...


정국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술이 가능한 거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정국은 여주처럼 깊은 어둠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정국
확실히.. 대단하긴 하네.


정국
여주도 이렇게 어딘가로 떨어지게 됐겠지..?

떨어지는 와중에도 정국의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은 오직 여주 뿐이었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도 못한 채, 정국은 계속해서 여주만을 걱정하고 있었다.

정국 역시 주변이 환해짐을 느끼며 어딘가로 뛰어들었다.


정국
「... 차갑다...?」

주변을 둘러보니 작은 크기의 수영장 같았다. 수심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물을 보는 순간 정국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정국
여기.. 여기서 나가야 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빠르게 수영장을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Nathan
몸은 좀 괜찮아요?


정국
...!!!!!!!!


Nathan
뭐.. 어찌 되었던 간에 다시 만나게 됐네요. 이렇게 수영장에서.


Nathan
수영장... 하면 당신에게는 안 좋은 기억이 있죠?

눈을 반달 모양으로 접은 채 웃는 네이든에게 정국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정국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정국
여주... 이여주는 어디 있어!?

하지만 네이든은 조금도 놀란 기색 없이 타이르는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Nathan
워, 워. 성질 내지 말아요, 우리.


Nathan
자칫했다간 그 때의 그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구요?

네이든이 자신의 손에 들린 리모컨 하나를 흔들어 보였다.

정국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리모컨은 어릴 적, 자신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을 안겨준 그 기억을 되살리기에 완벽한 도구임을.


Nathan
뭐.. TH는 생각보다 규모가 더 큰 기업이에요. 어쩌면 JK보다도....


Nathan
아, 그리고 여주 선배는 아~주 좋은 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국
여주가 조금이라도 다쳐 있다면, 너희 진짜 다 죽여버릴거야.

정국은 잠시 자신이 물 속에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네이든은 노려보며 말했다.


Nathan
음.. 이건 좀 무서운걸요.


Nathan
하지만 이를 어쩌죠?


Nathan
당신 몸이나 걱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네이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모컨 버튼이 눌리는 소리가 들렸고, 정국이 있던 수영장의 셔터가 닫히기 시작했다.


정국
아, 안 돼..!!!!!

정국이 초등학생 때, 잠시 수영을 배운 적이 있었다.

잠깐 배운 것 치고는 재능이 월등히 뛰어나서, 수영 선생님은 정국에게 수영을 전공할 것을 권했다. 그리하여 정국은 몇 년 간 수영에만 몰두하며 수영 선수라는 꿈을 키우게 된다.

정국이 다니던 수영장의 직원이 새로 바뀌었을 때였다. 새로 바뀐 직원은 그만둔 직원보다 훨씬 더 어리고 어리버리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아무래도 신입이라 그런지 모든 일처리가 시원찮았다.

그러던 와중, 수영장 운영 시간이 끝나 수영장 물 위의 셔터를 닫아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정국은 항상 가장 늦게까지 연습을 했기 때문에, 수심 20m 수영장에서 잠영을 연습하고 있었다.

▷잠영: 잠수하는 수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스타트를 할 때 기본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그냥 수면 위로 안 올라오는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으로, 잠영의 종류도 나름 다양합니다.

이 새로운 직원은 잠영 중인 정국을 미처 보지 못했고, 안내 방송으로 셔터를 닫겠다는 말도 잊어버린 채로 셔터를 닫는 버튼을 누르고 퇴근해 버린다.

뒤늦게 수면으로 올라온 정국은 자신의 머리 위로 단단한 셔터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살려달라고 끊임없이 외친다. 하지만 직원도 이미 퇴근한 상태, 정국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정국은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잃은 채로 수영장의 벽 근처에서 발견이 된다. 심각한 저체온증이었고, 셔터를 손으로 치고 밀면서 생긴 상처에서 피가 흘렀지만, 물 때문에 지혈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정국은 바로 응급실로 실려갔고, 그 어리버리한 직원은 재판에서 징역을 선고 받게 된다.

다행히 며칠만에 눈을 뜨게 되었지만, 거의 10시간 정도를 혼자, 머리만 내밀 수 있을 정도의 공간에서 지새워야 했던 정국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악몽으로 남았다.

매일 밤을 그 날로 돌아가는 꿈을 꾸고, 수시로 그 공포와 답답함이 상기되었던 정국은 그 후로 다시는, 수영장은 커녕 물과 관련된 여가 생활을 하지 않았다.


정국
제발.... 살려줘..........

정국은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어릴 적에야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겨우 버텨냈지만, 그때의 공포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이번에도 같은 시간을 버텨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정국
여주..... 찾아야 되는데........

-꼬르륵.

.......

배고픈 거 아니에요....

죄송해요... 둘 다 너무 굴렸다.....

그리구......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