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난 늘 응원해

매듭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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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하.. 살 것 같다.*

클로이가 병원 근처 벤치에 앉아 긴 머리칼을 어깨 뒤로 쓸어 넘겼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클로이의 금빛 머리칼도 찰랑거렸다.

한 손에는 클로이가 평소에도 즐겨먹던 하X다X 아이스크림 바가 들려 있었고, 보조개가 살짝 파인 입가에는 아이스크림이 조금 묻어 있었다.

연두색 환자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었지만 여전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클로이는 모두에게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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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다행이야, 클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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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이제 거의 회복도 다 됐고, 곧 피겨도 다시 할 수 있을 거야.*

여주 역시 환자복 차림의 클로이를 부축하며 한 손에는 X겐X즈 아이스크림 바를 든 채로,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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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새삼스럽게... 몇 년 전 일이 생각 나네.」

클로이의 회복을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주는 입장에서, 여주는 몇 년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어딘가 씁쓸해 보이기도 하면서, 안도의 미소를 짓는 듯한 여주의 두 눈에는 파랗고 유난히 높아, 도저히 그 끝을 가늠해 볼 수가 없을 것만 같은 가을 하늘이 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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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뭐... 이제는 모두가 함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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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 뭐라고 하는 거야?*

자기도 모르게 한국어로 혼잣말을 내뱉어 버린 여주는, 클로이의 물음에 당황하는 대신 씨익 웃으며 살며시 길고 길었던 슬픔의 나날들을 얘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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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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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이래봬도.. 한국 청소년 대회에서 우승하고 러브콜 받아서 유학 온 몸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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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대단하다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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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만일 나였더라면.... 난 도저히 그런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을 거야.*

클로이의 말에 여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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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아니, 그렇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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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넌 지금도 충분히 네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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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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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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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자, 그러니까! 이제 힘 내서 한국으로 가보자구!!*

결국 일주일 후, 여주와 정국, 클로이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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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런데.. 우리가 증인으로 서게 된다면...

여주가 자신의 옆에서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들어 버린 클로이의 갈 곳 잃은 고개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 후, 정국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김태형.

정국과 여주는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둘 사이의 분위기를 순간적으로 암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주제는 단 하나 뿐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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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 그래, TH 도련님도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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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이번에는 우리와 그쪽이 같은 편에 서게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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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역시... 그렇겠지...?

여주는 '반갑다'는 마음을 완벽하게 지워버릴 수 있을만큼 냉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성으로서가 아닌, 옛 친구로서의 감정으로는 당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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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어떻게 지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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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모든 걸 다 잊고 잘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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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이 모든 일이, 자기 때문이 아니란 건 깨달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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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지금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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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우와! 여기가 코리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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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한국은 처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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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oe

*응..! BTS 같은 K-Pop 스타들은 알지만, 직접 코리아에 와본 건 처음이야.*

여느 때와 같이 복잡한 인천 공항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저, 웬 금발의 예쁘장한 외국인이 있으니 힐끗 쳐다보고 가는 정도였다.

정국은 혹여나 업계 쪽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게 되면 피곤해진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비니를 눌러 쓰고 있었다.

여주는, 챙이 넓고 리본이 달린 모자를 쓴 채로 뭐가 그리도 좋은건지, 실실 웃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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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얘는 왜 아침부터 신바람이 났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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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헤헿! 그냥, 좋지 않아? 인천 공항의 이 공기가....

정국은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여주의 두 눈을 보고 피식 웃으며 여주의 모자를 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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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 뭐래, 다 같은 공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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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 아니거든! 달라, 완전!

그러거나 말거나, 정국은 여전히 미소를 띄며 여주의 캐리어까지 끌고 먼저 가 버렸다. 그리고 모든 게 신기한 클로이가 총총거리며 정국을 뒤따라갔다.

여주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 마신 후 하아, 하는 소리와 함께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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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그때, 떠날 때 좀 더 유능한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다 약속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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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과연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