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꼬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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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밴드붙여주고 있는게 누군데.

백여아
자, 다 붙였다.


김태형
나머지 쓰레기 나한테 줘. 버리고 올게.

백여아
됐네요, 내가 버릴게.

자리에서 일어난 여아는 문을 열어 바깥으로 나갔다. 혼자 그 자리에 남겨진 태형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열린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김태형
시원, 하네...

지금 자신의 상황이 괜히 부끄러워 멍때리는 척, 혼잣말 다 했지만 부끄러움은 쉽게 숨길 수 없었다. 딸기처럼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였다.



여학생(들)
자, 그럼 시작하자.

지금 뭘 시작하느냐.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생각을 적어보는 것을 시작한다. 이 일은 도서동아리 활동 중 하나. 사실 이류아랑 같이 신청서를 넣었는데 나 혼자만 붙어버려 홀로 참여 하고있다.

사실 어제도 활동을 했어야 됐는데, 어제 당일 날 체험학습을 간 동아리 회장님 덕분에 지금 남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하얀 A4 종이 위에 뭐라도 끄적여 보겠다는 듯 찍찍 적고 있지만 내용은 지금 적어야 될 것과 상관이 없었다. 사실 요새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나도 잘 모르겠다. 요새 관심사란, 김태형. 걔 하나뿐인ㄷ,

입을 삐쭉 내밀었다. 길가다 똥 밟은 표정처럼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표정이였다.

아니, 내 요새 관심사가 왜 김태형이야...? 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A4 종이 위에다 찍찍 선만 계속 그었다. 마치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처럼 찍찍 선 긋는 것에만 몰두한 여아는 동아리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였다.

김태형 덕분에.



덜컥, 무거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텅 빈 복도에 크게 울렸다. 허리를 숙여 자판기에서 꺼낸 음료수는 콜라였다.

큰 손에 쥐어진 캔은 제법 작아보였다. 흠. 숨을 크게 뱉은 태형은 깊게 파고 들어간 찌그러진 모서리 쪽을 불편하게 바라봤다.


김태형
... 뭐, 마시면 다 똑같은 거니까.

사실은 불편하게 바라본 진짜 이유는 찌그러진 모서리 때문이 아니였다. 그저 캔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까지 독서실에서 마신 캔커피를 보면 도저히 마시면 안 되는 수치였다. 더 이상 마시면 심장이 멈출 것 같은 수치.

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태형은 옆에 보이던 소파에 등을 기댔다. 고개를 뒤로 젖힌 태형은 양쪽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한동안 조용히 있을까 싶어 잘까했다. 하지만 생각과 동시에 복도에서는 태형의 쪽으로 걸어오는 발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씨 누구야. 슬슬 잠에 들 것 같았는데, 누가 구두 소리를 내면서 들어와. 인상이 팍, 한없이 구겨진 종이처럼 표정도 한없이 구겨졌다.

어디 한번 발소리의 주인공이나 보자. 슬쩍 궁금한 태형은 몸을 숙여 발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와 씨. 고개를 돌리자마자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대충 실루엣만 봐도 누군지 예상이 갔다.

큰 키에 날씬한 몸이지만 근육은 탄탄하고, 학원에서 잘생겼다고 유명한 토끼상.


김태형
자는 척하자, 자는 척...

대충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피곤한 척. 눈을 꾹 감았다.

한발짝 한발짝, 발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속마음에선 오지 마라는 말만 100번은 반복했다. 100번을 계속 완창했으니까 신도 날 도와주시겠지?



전정국
어?

어?라고 하지 마. 태형의 'ㅌ'자도 꺼내지 마.



전정국
태형이 형!



지랄. 이 세상엔 신은 없나보다. 역시 신은 없었어.




짧 짧,,, 오늘 내용 너무 짧은 것 같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