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꼬시기
18



쎄하게 부는 바람은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아팠다.

태형은 여아를 한번 보더니 대충 눈빛만 맞추고 자연레스레 여아를 지나쳐 정문을 통해 나갔다.

백여아
아, 응...

그 자리에 홀로 남겨진 여아는 벙쪄진 얼굴로 자리에서 잠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다리가 굳어버린 것처럼.



탁. 종이컵이 세게 놓여진 소리가 아무도 없는 휴게실 안을 가득 채웠다. 태형은 일어난 채 가만히 그 자리에서 멍하니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간 방금 전 일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았다.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마치 방금 전 일은 꼭 내가 잘못한 것만 같았다.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건데, 그냥 살짝 짜증을 섞어서 말한 것뿐인데.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중요한 시험기간, 또 19살이고 나의 장래가 선택될 지도 모르는 시험인데. 그래서 하나라도 더 공부하자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차있어서 다른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태형은 어떤 문제든 침착하게 대응하고 푸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자신의 범위에서는 너무나도 먼 영역인지라 침착하고 대응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풀기는 커녕 문제를 쌓아가고 있었다. 마치 망한 RPG게임같았다.

RPG도 캐릭터를 키우며 나 자신도 키우고, 캐릭터와 나를 키우려면 업적을 깨며 한걸음씩 발전하고 나아가야 된다. 하지만 깨기는 커녕 어려운 것들은 넣어두고 목표로 한 것만 깨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어, 넣어둔 것들은 보지도 않는다.

넣어둔 업적들을 꺼내보니 산처럼 쌓여있는데, 지금의 태형의 캐릭터로선 절대 풀 수 없었다. 자신의 범위에서는 너무나도 먼 영역이기 때문이였다.

꾸욱. 그대로 손에 들려있던 종이컵을 있는 힘의 반을 사용하여 구겨버렸다. 종이컵은 쓸 수 없어져버렸다. 태형은 몸을 곧장 돌려,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힘것 걷고 있었던 다리가 우뚝 멈춰섰다. 제 앞에 보이는 전정국때문에. 태형의 인상은 마구 구겨졌다. 아까 자신이 힘껏 쥐던 종이컵처럼, 마구 구겨졌다.


김태형
쟨 내 자리에서 뭘 하는 거야...

태형의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술술 넘기며 구경하던 정국은 어느샌가 샤프를 잡고 문제집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실실 웃으며 적고 있는 정국에 태형의 끝쪽 눈썹은 하염없이 치켜 올라갔다.



전정국
여기를 이렇게...


김태형
야, 뭐하냐?

언제 다가왔는지 정국의 옆에 가만히 서있던 태형은 입을 열었다. 정국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고개를 올렸다. 아, 태형이 형. 조그맣게 태형의 이름을 부른 정국은 눈 앞에 보이는 태형을 향해 입꼬리를 둥글게 말아, 웃어보였다.


김태형
지금 뭐하는 거야?


전정국
그냥, 뭐... 형이 틀린 거 살짝 고쳐주고 있었다 해야하나.

태형은 정국의 대답을 듣자 정국의 손에 들린 샤프를 빠르게 빼앗아 갔다. 사실 정국이 푼 문제의 풀이는 정답이였다. 태형도 한참동안 생각하다 겨우 풀었는데 틀린 그 문제를 간단하게 푸는 모습을 보아하니 태형의 감정이 많이 상해있었다.


전정국
아, 형 공부하셔야 되지.

자리, 비켜드릴게요. 눈꼬리까지 둥글게 만 저 표정은 태형을 더 흔들어 놓았다. 정국은 태형의 어깨를 두번 툭툭 가볍게 치고는 아무일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도서실을 나섰다.




전정국
태형이 형 정말 열심히네.

도서실을 나선 정국은 길거리를 가볍게 돌아다니며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핸드폰에 비친 화면에는 여러 아이들의 연락처가 보였다. 정국은 여러 아이들의 연락처가 보이는 화면을 쓱쓱 밀며 확인했다. 지금 연락되는 애가...


전정국
아, 없네.

없었다. 다들 지금 시험기간이라고 열심히하는 바람에 놀 사람도, 연락할 사람도 없었다. 하. 짧은 탄식이 나왔다. 나도 그냥 시험 공부나 할까.

생각했지만 지금 공부량 만으로도 만족하니까 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공부를 좋아하는 편도 아닌지라 해도 30분만에 그만 뒀을 거라 정국은 예상했다.

주절주절 혼잣말을 늘어 놓으며 걷던 정국은 하늘만 바라보며 걸었다. 이야 하늘 참 이쁘네. 날이 맑아, 딱 놀기 좋은 날인데. 왜 이렇게 다들 시험공부에 열중하는 거야.

툴툴 대며 하늘만 보며 걷던 정국의 어깨에 이상한 촉감이 닿았다. 퍽 소리와 함께 고개를 내린 정국은 저에게 부딪힌 여성을 바라보았다. 아, 내가 부딪힌 거구나. 하늘을 보며 걷던 정국은 저가 여성에게 부딪힌 걸 깨달았다.


백여아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작 먼저 사과하는 여성에 정국의 두 눈이 커졌다. 내가 부딪힌 거 같던데... 왜 먼저 사과를...?


전정국
아니에요, 제가 부딪혔ㅇ...

눈 앞에 서 있던 여성은 쥐도 새도 모르게 벌써 멀리 가버렸다. 정국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하하. 머쓱이며 떨떠름한 웃음을 내뱉었다. 뭐였던 거야, 그냥 가자.

그리고 발을 때는가 싶더니, 발 밑에서 무언가가 걸린 것을 느꼈다. 무거운데 가벼운... 고개를 내려보니 지갑이 보였다. 정국은 지갑을 주워 이리저리 둘러보다 생각이 났다는 듯, 중얼 조용하게 입을 땠다.



전정국
아까 그 여자분 거 같은데.

달칵. 지갑을 열어보니 한 눈에 보이는 학생증이 정국을 반기고 있었다. 어디 학교지... 학생증을 빼 뒤를 보고있던 정국이 씩 웃었다.


전정국
보라고네.

나무 끝에 아슬아슬하게 달려있던 꽃잎이 바람을 타고 자연스레 날아갔다.




저 궁굼한 게 있는데 다들 저 어떻게 찾으시는 거예요...? 저 홍보도 안 하고 조용히 글 쓰고 있었는데... 진짜 어떻게 찾으셨는 지 궁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