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꼬시기
편⭐



그대로 병실을 나온 태형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아, 아버지가 뿌린 종이 위에 숫자를 하염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 작은 한숨이 조용한 병원 복도에 울려퍼졌다.

이게 무슨 비극인가. 갑자기 없었던 빚이 생겼다. 그리고 그 빚은 내 눈 앞에 놓여있다. 그 무거운 빚은 내가 스스로 짊어지어진다.

태형은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그냥 꿈이면 좋겠다. 이 일이 그냥 아무 것도 아니였으면 좋겠다. 그냥 나쁜 악몽이었다고 생각하고 침대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꿈이 아니였다. 그저 나는 꿈이길 바랐을 뿐.

질끈, 감던 눈을 떠보니 현실이라고 누군가 속삭여 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김태형, 꿈이 아닌데 왜 자꾸 꿈이고 싶다고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이 현실이 끝날 것 같아? 그냥 받아들여,

어차피 그 많은 빚은 사라지지 않을 거니까.




김태형
아니야...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 없이 흔들리는 손이 안타깝게 보였다. 아니야, 아니야. 복도 위로 울리는 애절한 목소리는 한 없이 안 되어 보였다. 주변에 보이던 간호사 몇몇은 무슨 일 있냐는 거 아니냐며, 다가가 보려고 했지만 다가갈 수가 없었다.

태형은 그 자리에 30분동안 머물다,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졌다. 더 이상 그 자리엔 온기가 남지 않았다.



가만히 소파에 누워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무도 없는 집을 생각하던 태형은 그저 가방만 끌어 안은 채 누워있었다.

태형의 어머니는 집을 나가셨다. 집을 돌아와 방을 살피던 태형은 급히 옷을 갖고 가 다 못가져간 옷들의 흔적을 보았고, 서랍 쪽을 보니 하나하나 다 열려있는 서랍이 마치 집을 버리고 나간 것을 보였다.

그리고 이 집에 혼자 날 반겨주었던 것은 석이 뿐이였다. 방을 나오니 뒤에서 환히 반겨주며 맞이 해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순수해 보였다. 해맑게 웃으며 반겨주는 모습이, 너무나도 분했다.

덮어 말하자면 분했다 하지만, 사실은 화가 났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웃는 거지? 내가 지금 힘든 거를 알고 웃는 건가? 내가 아무리 상황 설명을 안 해도 그렇지, 얼굴을 보면 힘들어하는 게 안 보이나? 왜 웃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김 석이 한 짓이 아닌데 그냥 화가 나기 시작했다.

손에 들려있던 종이가 김 석에게 뿌려졌다. 석이는 놀란 듯 놀란 표정과 함께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김태형
김 석!

크게 소리친 태형의 목소리는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크게 울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크게 소리를 쳐봤다. 평생 소리 칠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것도 김 석한테 소리칠 일은 없었다 생각했다.

김 석의 올망똘망하던 눈에 곧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저도 몰랐을 것이다, 태형이 이렇게까지 소리칠 줄. 태형은 김석의 눈을 보자, 순간 아차 싶었다. 이게 아닌데. 작게 읊조리고는 김 석의 눈물 날 것 같은 눈을 마지막으로 방에 급히 들어갔다.



달칵, 환히 비치는 빛은 뜨거운 온도를 갖고 있었다. 불이였다. 손에 쥐고 있던 라이터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이 라이터를 이불에 떨어트리면,

힘이 풀린 눈으로 불을 바라보던 태형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라이터를 키기 전까지는 아무 상관이 없었는데, 막상 켜보니 죽기가 싫어졌다. 하지만 이 빚은 다 갚지 못한다. 너무나 큰 금액인데다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배풀면서 살아가라는 말을 해준 아버지가 떠올랐다.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게 누구 잘못인데, 이게 다 아버지 잘못인데. 빚을 진 계기도 다 아버지가 잘못 선택하신 건데. 다른 회사에다가 몰래 불법 투자하시려던 게 누구신데.

억울했다. 모든 걸 다 짊어진다니.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뿐.

아까 병원에서 속삭이듯 말한 정체가 또 다시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뭐해, 얼른 이불 위로 떨어트려.

그럼 편해지잖아. 얼른.

태형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래, 이거면 돼. 다 같이 눈을 감으면 괜찮을 거야. 불도 서서히 이 집을 태워주겠지.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즐거웠던 모든 추억들까지 모두.

그대로 손을 서서히 놓기 시작한 태형은 눈물만 흘렸다.

김석한테 미안하다고 나중에 위에서 만난다면 얘기해야지.


손을 놓으려던 순간,



언제 왔는지, 옆에 있던 김 석이 태형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그 눈망울이 하지말라는 듯 태형의 두 눈을 조용히 응시했다. 도리도리, 고개를 돌리며 하지 말라는 듯 태형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김태형
...아.


하지마. 이러면 너만 더 억울해. 너는 행복할 자격도 있고 행복해야 되는 애야. 그니까 그런 짓 하지마.

눈물이 났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그대로 라이터를 끄고 석이를 끌어안고 아이처럼 엉엉 우는 태형의 모습이 안 쓰러워 보였다. 김 석, 석아 내가 미안해.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나가 잘못 된 선택을 했어. 미안해.


김태형
진짜, 너무 미안해.


고요하던 방 안에서는 태형의 우는 소리만 가득찼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아버지의 불법 투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일 뒤에 뉴스와 기사에 많은 언급이 되었다. 그리고 김태형, 나는 이를 악물고 공부만 하며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간후 동시에 작은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사업이 점점 커지면서 만들어진 회사는 바로 이 회사이다. 그리고 거액의 빚은 사업이 성공하자 바로 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빚보다 몇 배는 더 벌기 시작했다.


백여아
또 늦으셨어요.


김태형
왜, 내가 늦는 게 한 두번도 아니잖아.

백여아
자랑이시네요.


백여아
근데...

여아는 몸을 기울어 태형의 옆에 자리를 잡고있는 강아지를 빤히 바라보았다.


김태형
뭐, 내 아기한테 관심있어요?

백여아
아기 치곤 좀 크네요? 골든리트리버 키우세요? 이름이 뭐예요?




김태형
김 석이요. 내 형제.




다음 본편에서 만나요😘 항상 응원해 주시는 거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