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 전정국, 유치원 교사에게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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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유치원에서 아빠랑 체험학습 같이 하는 거 많이 하는데 왠지 정민이는 그거 아빠한테 말 안할 것 같지. 아빠는 바쁜 사람이니까. 정민이 평소엔 애교처럼 칭얼대도 그런 중요한 것에서는 안 보채는 애어른일 것 같다.

그래서 다음 날 아빠랑 같이하는 체험학습인데 정민인 정국이한테 암 말도 안함. 정국이는 평소와 다름 없이 선생님이랑은 어땠냐,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았냐 말 하는데 원래 먼저 들떠서 조잘대야 하는 정민이 평소와 다르게 좀 가라앉아.

약간 이상한 낌새 느낀 정국이가 정민이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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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우리 정민이, 오늘 무슨 일 있었어?

그러면 금방이라도 말할 것 처럼 오물오물 거리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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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민

...안니야. 아빠 나 잠와.

하는 정민이... 좀 이상하지만 정민이 말 밖에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정민이 재우고 자기도 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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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여느때와 같이 정민이 데려다 주고 쌩 가버리는 바쁜 아빠 정국이. 정민이 평소 같았으면 우다다 뛰어들어가는데 물끄러미 아빠 차 뒤꽁무니 보다가 터덜터덜 들어가겠지.

그걸 보는여주 단박에 알아채고 정민이 들어오자마자 신발 벗기고 안아줘.

애기들 유치원에서 노래 배우기도 하는데 그 유치원 노래 중에 아빠는 어디있나? 요기~뭐 이런 노래를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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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민

압빠는 어디있나? 요기~ 선샌님은 어디있나, 요기~

정민이도 빵긋빵긋 웃으면서 작은 손가락 피고 요기조기 하는데 노래가사 중에 엄마는 어디있나~ 이런 가사 나오면 풀죽어있어..

그때마다 여주 정민이 꽉 안아주면서 엄마는 어디있나~ 이 가사 나오면 정민이 손쥐고 자기 볼에 쿡 찔러 주면서

김여주

요오기!

해주지. 여주가가 시무룩해진 입꼬리 손가락으로 끌어올려 주면 정민이 다시 방긋 웃어. 여주한테 정민이는 아픈 손가락 같은 느낌일거야. 또 시무룩해진 정민이 와락 끌어안으면서

김여주

정민이 좀있다 선생님이랑 점심먹을까?

하면 정민이가 여주 옷 꼭 쥐면서 끄덕끄덕하지.

김여주

오늘은 선생님이랑 계속 같이 있자. 알았지?

하는 여주 보며 빵긋 웃는 정민이... 다른 친구들은 아빠랑 놀고있는데하는데 정민이만 아빠없이 혼자 있으니까 부끄러움 느끼고 여주 뒤만 졸졸 쫓아다닐 것 같다.

여주는 그게 또 안쓰러워 계속 챙겨주지. 정민이 사정 모르는 거 아니고, 아무튼 마음 복잡하니까.

밖에 나가 조그마한 텃밭에 자라고 있는 채소들 뽑으며 다른 애들은 아빠랑 까르르 웃으며 흙장난하는데 정민이만 발끝으로 흙 폭폭 파면 여주는 다른 애들 봐주다가도 정민이한테 가서

김여주

정민이가 심은 게 이렇게 흙 안에서 큰거야, 재밌지 정민아?

하며 달래주는 쭈선생님. 그거 수확해서 야외에서 음식 만들어 먹는데 아예 정민이 품에 끼고 수업도 하고 정민이 음식도 만들어주는 여주. 덕분에 정민이도 웃으면서 수업 잘 듣고 맛있게 냠냠하고. 빵끗 웃으면서 빠빠이하고 집에 감.

이렇게 어찌어찌 잘 보내고 기분 완전히 풀어진 정민이가 결국 조잘조잘 정국이한테 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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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민

압빠! 오늘 어 흙놀이 해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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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흙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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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민

어! 다른 애들은 압빠랑 했눈데 난 선샌님이랑 해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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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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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민

선샌님이 밥도 마싯게 해조따! 음식뚜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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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늘 혹시 아빠랑 같이 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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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민

(끄덕이면서)응! 근데 선샌님이 다 해조따! 선샌님 짱조아요.

순간 탁 뒤통수 얻어맞은 기분인 정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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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아빠한테 말 안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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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민

압빠 맨날 바쁘자나요...

정국이 순간 확 먹먹해져서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지. 속상해서 퍽 화내고 싶다가도 이내 정민이 와락 안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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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런거 있으면 아빠한테 먼저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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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빠 서운해, 정민아.

아빠가 서운하다 하니 정민이 끄덕끄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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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뒤 정민이 일찍 재우고 저번에 받아둔 여주 연락처 액정에 띄워놓고 계속 고민하겠지. 오늘 정민이 잘 봐줘서 고맙다고 인사는 해야할 것 같은데, 저번에 집에서 밥 먹은 날 좀 기분 상해 했던 것 같고..

정민이가 저번일 여주한테 말했을 거 생각하니 창피해서 전화도 섣불리 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