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 전정국, 유치원 교사에게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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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거실 소파에 쪼그려서 자고 있던 정국이가 문득 귓가에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들려 부스스 눈 뜨겠지. 삐리릭, 하는 소리 들려 벼락 맞은 듯 일어나 현관 보니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여주 신발 없고.

서둘러 안방 가 보니 이불도 정리한 듯 판판하게 침대 정리되어 있어. 정국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난감하고 피곤하고 안타까운 복합적인 표정을 하고서 마른세수 몇 번 할 것 같다.

그렇게 여주는 몇일 아파라. 마음 깨닫는 것에는 이만한 게 없지. 그래서 한 사흘 못 나올 것 같다. 어느때와 같이 룰루랄라 유치원 안으로 달려가는 정민이.

원래는 여주가 현관 앞에 서서 애들 한 명씩 다 보듬어주고 들여보내는데 그 날은 여주가 아니고 다른선생님이 있어. 정민이 어리둥절해 하며 말해.


전정민
선샌님! 우리 선샌님은요?

하면 정민이 신발정리 도와주던 선생님이

어린이집 선생님
오늘 여주 선생님 안나오신대요~

라고 말해. 정민이 입 삐죽대면서


전정민
왜요?

어린이집 선생님
여주 선생님이 조금 아프시대.

어린이집 선생님
그래도 내일이면 다 나아서 오실테니까 걱정 말고 들어가자, 정민아 ㅎ

하는 선생님 손에 이끌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옮기는 정민이... 아빠랑 같이하는 수업 이후에 완전 여주 뒤만 졸졸 쫓아 다녔거든. 근데 여주 없으니까 온종일 시무룩하게 있는 정민이.

여주가 있었을 땐 다른 친구들이랑 잘 놀더니 그 날은 친구가 놀자고 다가와도 싫다고 도리도리 하고 자꾸 혼자있어. 그렇게 유치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도 시무룩하고 있을 것 같지.

정국인 정민이 얼굴 보고 뭔가 이상해서 정민이한테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정민이 자기가 먹고 있던 밥그릇 포크로 푹푹 찍으면서 말해.


전정민
선샌님 오늘 업써요...


전정국
응?그게 무슨 말이야, 정민아?


전정민
쭈선샌님 오늘 안와써요...


전정국
..어?오늘 유치원에 안 오셨어?


전정민
웅.. 따른 선샌님이 쭈 선샌님 아푸다고 그래써요...


전정민
정민이 선샌님 보고시퍼요..

정국이 걱정되기 시작하겠지. 저번에 술 마실 때 보니까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가족은 아버지 한 분 계신데 그마저도 시골에 계시다고 말을 들었던 것 같음. 게다가 그렇게 새벽에 가버린 뒤에 바로 아파버리니까 저절로 신경 써질 것 같다.

정국인 먼저 연락하기 껄끄럽겠지. 술김이긴 했지만 여주는 분명 자기 마음을 표현했고,정국인 튕겨냈으니 연락하기 껄끄러운것 뿐만 아니라 미안할 것 같지.

안그래도 그 날 심하게 요동치며 불쑥 치솟았던 성욕 비슷한 것과 심상치 않았던 심장떨림에 마음 복잡한 정국인데, 아프다는 말 들으니까 꼭 저 때문에 아픈 것 같아 여러모로 심란한 정국이.

게다가 정민이까지 오늘 여주 못 봤다고 기분이 안 좋으니 덩달아 기분 안 좋아지겠지. 밥 깨작거리고 있는 정민이에게 이렇다 할 말도 못하겠어서 그저 그 동그란 머리통만 쓱쓱 쓰다듬어주고



전정국
밥먹어

하는 정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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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유치원 가 보면 또 여주 안나왔겠지. 정민이 들어가자마자 울먹거렸음. 하루종일 수업참여도 잘 안 하는 정민이 때문에 애먹는 임시 선생님. 계속


전정민
우리 선샌님은요?

하는 커여운 정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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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이 집에 가자마자 아빠한테 울망거리면서


전정민
오늘두 선샌님이가 안와써요..


전정민
유치원 가기 시러요 압빠...

하며 정국이 품에 안겨 잉잉거리겠지 그럼 그런 정민이 토닥이면서


전정국
괜찮아 내일은 오실거야

달래면서도 여주 걱정돼. 전화 해 볼까 싶다가도 그럼 안되니까 꾹 참지.

그렇게 셋째날 유치원 안가겠다는 정민이 어르고 달래 보냈는데 그 날도 여주 없어서 정민이 들어서자마자 와앙 울음 터뜨려. 애 울음 멈추지 않아서 결국 점심때 쯤에 정국이한테 전화 가.

어린이집 선생님
여보세요 정민이 아버님 이시죠?


전정국
네

어린이집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정민이가 아침부터 울더니 계속 우울한 상태로 울고 있어서요

어린이집 선생님
오늘은 일찍 집에 데리고 가셔서 안정 취해주는게 좋을 것 같아서 연락드려요


전정국
네 지금바로 갈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정국이는 걱정하며 반차 쓰고 정민이 데리러 갈 것. 저 데리러 온 아빠 보자마자 또 와앙 울며 정국이한테 폭 안기겠지.

일단 차에 태우고 집으로 가 애 침대에 눕히고 정민이 배 도닥거리면서 왜 아침부터 울었는지 조심스레 물어볼 정국이.


전정국
아들, 왜 울었어?

울음이 아직 남아있어서 히끅대는데 정국이가 물어보니 또 여주 보고싶어서 울망거리는 정민이.


전정민
오늘뚜 선샌님 안 와서 슬펐어요..


전정민
(울먹) 그래서 짜꼬짜꼬 눈물이 막 나왔는데에...

하는 정민이. 아무리 토닥거리고 좀 엄하게 눈물 안 그치냐고 해도 입술만 꾹 다문 채 눈물 퐁퐁 쏟아내는 정민이때문에 난감하지. 저렇게 계속 울다가 애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고민하다가 결국 푹 한숨 쉬며 정민이한테 말해.


전정국
선생님 보고 오면 눈물 그칠거야?

그러니까 정민이 눈에 눈물 그렁그렁 달고 세차게 끄덕끄덕 하겠지. 별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유치원에 전화해서 여주 집주소 알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