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님, 남의 일에 신경 꺼"

싸가지 전정국_12

정여주

"오빠?"

그에 정국도 의식했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뒷문을 응시한다. 여주는 윤기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의아해했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조금 좋은 마음에 그에게 쫄래쫄래 달려간다.

윤기가 웃어 보이며 여주의 머리를 기분 나쁘지 않게 헝클어 트리듯이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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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잘 지냈냐."

정여주

"나야, 뭐. 근데 고쓰리가 전학이 웬 말이람?"

중학교 때 윤기 특유의 무심함과 그 사이에서 불쑥 들어오는 달달함이 좋아서 잠시 짝사랑하기도 했었지만 머지않아 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좋아하는 감정도, 설레하던 일상도 곱게 접어 가슴 한편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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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건 그렇고 나랑 같이 점심 먹자."

정여주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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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오늘 전학 왔는데 친구가 있겠냐."

정여주

"하긴. 점심시간 때 급식실 문 앞에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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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래. 오빠 간다."

손을 들어 인사를 표하는 윤기에 여주도 가보라는 손짓을 해주었고 그에 피식 웃으며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3학년 교실로 내려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다시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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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남자친구?"

정국이 퉁명스레 여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물었고, 여주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음 교시 시간표를 살피며 정국에게는 아무런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정여주

"응, 그냥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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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빠 좋아하시네. 오늘 급식 뭐냐."

급식 얘기에 여주가 급하게 책상 서랍 안에서 급식표를 꺼내 찬찬히 살펴보더니 정국에게 보여주며 손가락으로 메뉴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하기 시작한다.

정여주

"오늘 존나 맛있어! 넌 중식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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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수업을 들어야 밥을 먹든가 하지. 석식은 사치야."

정여주

"으이구, 수업 안 듣는 게 자랑이다. 우리 학교 치즈 떡볶이 맛집인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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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랬나. 매점이 제일 맛있던데."

...

띵띠리리리리리-

"점심 맛있게 먹고 뛰어가지 좀 마라. 이상 수업 끝."

선생님의 말은 귓구멍에도 들어오지 않는지 끝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우루루 나가기 시작한다.

달리기도 느린 편인데다 저 수많은 인파를 뚫고 갈 자신이 없어 애초부터 천천히 책 정리를 하고 나가려 할 때 지수가 여주를 저 멀리서 크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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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야! 정여주! 빨리 안 와?!"

정여주

"너 먼저 가! 난 천천히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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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개소리야, 같이 먹어야지!"

정여주

"나 아는 오빠랑 같이 먹어야 돼. 얼른 가. 줄 놓치겠다."

지수가 아쉬운 듯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간다. 여주도 천천히 걸어가자 급식실 앞에서 여유롭게 폰을 만지며 벽에 몸을 기대어 서있는 윤기가 눈에 들어온다.

정여주

"윤기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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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어, 왔네."

들고 있던 폰을 호주머니에 넣고 한 손으로 여주의 어깨를 감싸 수많은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역시 3학년 명찰의 힘인가. 아무도 뭐라고 따지려드는 사람은 없다.

정여주

"윽, 사람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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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급식이들이 뭐 다 그렇지. 오늘 급식 맛있어?"

여주가 윤기에게 엄지까지 지켜세우더니 활짝 웃으며 말한다.

정여주

"오늘 치즈 떡볶이에 돈까스 나와! 완전 맛있겠지. 우리 학교는 치즈 떡볶이 맛집이라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급식판에 음식을 받아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윤기도 여주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여주가 국물을 먼저 떠서 입에 넣는다.

정여주

"크으~ 국물도 시원하고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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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말하는 건 아저씨가 따로 없어."

그때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오더니 여주 옆자리에 앉는다. 그러고서는 급식판을 탁 하고 놓으며 윤기를 향해 싱긋 웃어보이는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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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안녕하세요, 선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