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와 사냥꾼
외전2 -그녀의 이야기


어렸을 적부터 혼자서 사는 법을 배웠다. 아니, 배울 수 밖에 없었다.

예술평론가인 아버지와 화가셨던 어머니 밑에서 돈 많은 집 귀한 딸로써, 두 분의 명성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고- 그렇게 자랐다.

5살 때부터 영재교육을 받았고, 7살 때부터 나의 진로는 유명 예술대학으로 정해져있었다.

몇 가지 언어를 통달하고 몇 명의 선생을 우리 집에 들인 후에서야 나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중학교마저도 명문이라 이름난 곳에 말이다. 중학생 때는 각종 대회나 전시회에 끌려다니느라 바빴고, 고등학교를 유명한 자사고를 찾다, (예고에 입학하지 않은 이유=내신이 좋아 추천서를 많이 쓰게 되어 예술전형으로 진학)

황민현과 같은 고등학교에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의 나는 늘 어깨너머로 본대로,



박 수영
"안녕, 얘들아!"

모두를 웃으며 반겼다.

정말, 모두를 말이다.

얼룩덜룩, 내 그림에 묻은 물감들이 아니꼬왔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합이었다.

며칠 째 들어오지 않는 부모님, 넓은 공간에 쌓인 미술책들. 그림, 액자, 크로키.



박 수영
"..지랄."

참 지랄맞았다.

좋아하지 않았다. 찬 공기가 폐로 들어차는 것도, 외로운 곳을 채울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도.

좁은 방이라면 가족끼리의 온정으로나마 찰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나를 채워주지 않을까.

삭막한 집이 감옥같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나의 이곳은,

고립된 섬이었다.



박 수영
"민현이라고 했나?"

첫 만남 때, 우물쭈물 소심한 어투로 고개를 끄덕이며 으응, 이라 하는 황민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썩 친구라는 허물좋은 관계를 원한 것도 아니었고, 적정선을 그어가며 사람을 대했지만,

아프게 난 상처들에서 혈이 슬쩍 나오기 시작할 즘에는 혼자 견디기 너무도 힘들었다.

누군가 옆에 있어주길 바랐으나 다들 내가 넘어진 사이에 뛰어가고 있었고, 그런 나를 묵묵히 부축해준 사람은



황 민현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너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난 이기적이었다.


박 수영
"괜찮아!"

미소로 모든 상황을 모면했다.

황민현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바닥 힘든 것은 익히 들어서, 눈치 하나는 빨랐으니 말이다.

그래서 멀리 하고 싶었다. 더럽게 빠른 이 눈치로 나는 너에게 희망고문을 하면서, 포기도 하지 못하게.

하지만 닿을 수조차 없게.

미안하면서도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을 원했다.

너에게는 용서를 구할 자격조차 없다.

시작점이 서로 엇갈렸다. 친구가 되고픈 마음도 있지 않았지만, 서서히 너에게 기대었다. 일말의 사심도 없지만 말이다.

너는 다른 것을 알았는데도 나는 그러했다.


박 수영
"..짜증나게."

왜 순진해서는, 나같은 애한테 붙잡히고 그래.

좀 더 나쁜 애였으면 얼마나 좋아.

너는 나보다 성숙했고, 나는 너보다 많이 어렸다.

비열했던 내가 그렇게도 싫었다.

전시회에 그림 몇 가지를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서 걸어가겠다며 기사를 외면했다.

등을 돌리고 도로에서, 언젠가 보았던 무명 화가의 죽음이라는 그림을 떠올렸다.

핏빛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어두운 잿빛도 아니었음에,

편안하고 꽤나 좋아보이는 곳이었다. 죽음 후는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횡단보도를 향해 걸었다.

그리고,

몸이 튕겨져나감을 느꼈다.

빨간색의 체크무늬 셔츠가 내 허리에서 풀려나가 눈앞을 가렸다.

잠깐 쉬었다가는 걸까.

일시적으로나마 편했다.


박 수영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눈을 떠보니 정신병원이었단다. 내가 그린 집이 정서불안증을 보였다고.

헛웃음이 나왔다. 정서불안? 내가 그런 병신일리 없잖아. 내 생각이 예술이랄 땐 언제고 백 없다고 그딴 말을 하고 그래. 그 때랑 뭐가 얼마나 달라졌다고!

빨간색 체크무늬 셔츠가 링거지지대에 대롱대롱 걸려서는 내 눈앞을 간지럽히고, 손목에 꽂힌 수많은 바늘을 건드렸다.

타이밍 좋게 황민현이 나를 안쓰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내 병실을 지나쳤다.


박 수영
"..너는 날 무시하면 안되는 거잖아."

바늘을 푹, 뽑아 나오는 피가 뚝, 떨어지고 셔츠에 묻는 것을 무시한 채 집어던졌다.



박 수영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그러니 나를 동정하지 말란 말이야.

작은 창문 밖을 쳐다보기만 하는, 무료한 하루가 지나갔다.

날이 지나고 계절이 지나고, 몇 번의 탈출 시도를 해보았지만 도저히 밖에 내보내주지 않았다.

그러다 비가 내리는 날, 어느샌가 없어진 나의 체크무늬 셔츠를 어떤 여자애에게 주고 있는 건물 밑의 너를 보았다.


내 팔과 마음이 썩어들어가고 있을 때, 너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웃었다.

나는 또다시 나쁜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


작가(?)
이 이후로 수영이는 여주가 알바하는 편의점을 몇 번 지나치죠. 물론 몰래 도망치다 잡히는 걸 반복하면서


작가(?)
그리고 의도적으로 여주 앞에 나타나서 민현이랑 꽁냥꽁냥))


작가(?)
하지만 수영이는 나쁜 캐가 아니에효.. 전 레드벨벳을 조아하기 때문에...♡ 역시나 외전과 진엔딩이 남아있지욥ㅂ♡ 그리고 미리 스포하자면 차기작이 나올겁니다(소근) 언제 나올지는 시크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