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03. 립스틱 살인사건 (1)

결국 사건 현장에는 석진과 윤기가 함께 가게 되었고, 나머지 인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아직 제대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닌 지라 행동 담당은 정확한 임무가 없었기에 행동 담당인 태형과 지민은 정식적으로 사건 수사에 배치되기 전까지 치안 담당을 함께 맡기로 했다.

그리하여 늦은 시간, 순찰을 돌기 위해 모인 네 사람.

"하하… 안녕하세요……."

"하……."

"안녕하세요. 여주 씨도 육군이라고 하셨죠?"

"여기 넷 다 육군이야. 멍청아."

'아… 어쩌다 이 멤버로 됐을까…….'

벌써부터 시끄러워지는 것 같은 기분에 골이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김태형 소위와 박지민 소위는 육군 사관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외모는 물론, 일까지 잘하는 두 사람은 육군 사관학교를 대표하는 얼굴들이었고, 육사 입학과 동시에 졸업까지 둘은 서로에게 끈끈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막지 않는 김태형.

평소에는 여자에 털 끝만큼도 관심이 없다가도, 한 번 마음에 든 여자는 절대 놔주지 않는다는 박지민.

소문으로만 들었기에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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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 씨, 지금 차가 한 대밖에 없는데 차 타실래요, 아니면 걸어가실래요? 여주 씨 먼저 선택하세요. 저흰 가위바위보 해서 결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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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래, 그냥 공평하게 다 같이 가위바위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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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너는 귀가 어두워서 잘 못 들었을 수도 있지만, 여기 근처에 사는 나로써는 이 주위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너무 잘 알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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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마음 같아서는 그냥 차 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여주 씨의 선택이 중요하니까 물어본 거야. 이 넓은 형님의 마음을 네가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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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차피 이인일조로 다니는데 위험은 무슨. 아, 됐어. 빨리 가위바위보나 해."

시끄러웠다. 매우 많이.

두 사람의 질긴 싸움의 끝에 참다 못한 정국이 옆에 있던 태형의 손을 잡아 끌어 걸어갔고, 어떨결에 지민과 둘만 남게 된 여주는 어색하게 웃으며 차를 탔다.

김여주

"태형… 씨랑 많이 친하신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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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

김여주

"어… 지민 씨는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그냥 저처럼 부대에 있다가 갑자기 호출 당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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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

김여주

"여자친구는… 있어요?"

아. 미친.

계속 나만 질문하고, 지민 씨는 단답으로 대답만 하길래 뇌에서 필터링이 거치지 않고 말이 나와버렸다.

지민은 혼자서 몰래 머리를 콩콩 때리는 여주를 흘깃 보고는 다시 정면을 보며 아까와 같이 단답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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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뇨."

김여주

"아… 네…."

전혀 무언갈 말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지민에 여주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고, 밤길에도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디 특별한 점이 없나 유심히 찾아보았다.

술 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거리를 돌아다녔고,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만취자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골목길과 구석을 통해 지나갔다.

이렇게 보니 새삼 특별수사반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배치됐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평소였다면 휴가 나온 날에 동기들이랑 술을 마셔서 저 많은 만취자들 중 한 명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김여주

"지민 씨, 저희 오늘은 시내만 순찰하고 가나ㅇ,"

달칵달칵.

김여주

"…?"

"내려, 시X!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차를 세워두면 어떡해! 개X끼야!"

딱히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가면 어떠냐는 질문을 하려고 할 때 쯤, 누군가 경찰차로 다가와 조수석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취했다 한들 경찰차가 제대로 안 보일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일행이 와서 이 사람을 데리고 가겠지 싶어 가만히 있는데, 이 만취자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이 새X야! 얼른 안 내려? 문 부순다? 내가 못할 줄 알고 까부는 거지?"

쾅쾅.

기어코 만취자는 발로 문을 차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점점 지민의 표정 또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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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저 새끼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차 문 부분이 움푹 파이겠다는 생각이 들자 지민은 안전벨트를 풀고 운전석에서 내리려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띠링

동시에 지민의 폰과 여주의 폰이 울렸다.

김여주

"이 시간에 누구… 헐. 지민 씨, 빨리 문자에 찍힌 주소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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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 일단 저 새X만 처리하고,"

김여주

"시체 발견 됐대요! 발목에 3이라고 쓰인 시체!"

여주의 말에 지민은 잠시 멈칫했고, 밖에서 아직도 문을 차는 만취자를 보며 생각을 한 뒤 곧바로 안전벨트를 매고 무서운 속도로 시내를 빠져나갔다.

멈춰 있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밟았기에, 옆에 있던 여주가 소리를 지르며 만취자의 발이 부러진 거 아니냐며 안절부절 물었지만, 그에 상관 없는 듯 지민은 여주의 말을 무시하고는 더 세게 엑셀을 밟았다.

문자에 찍힌 주소에 도착했을 때는 인천으로 간 석진과 윤기 이외에 모든 팀원들이 도착해 있었고, 여주와 지민은 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김여주

"피해자 분 신원 조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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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네. 이름 한다인, 나이 스물 아홉. 직업은 영어 선생님이고, 여기 앞에 있는 모텔에서 남자친구랑 만나기로 했다네요."

김여주

"남자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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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최초 발견자가 피해자 남자친구예요. 신고도 직접 하셨고요. 아, 저기 오시네요."

남준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비가 오듯 땀을 흘리며 두 손을 벌벌 떠는 남자가 다른 경찰의 부축을 받은 채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눈 앞에 여자친구가 죽어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 것인지 계속해서 곁눈질로 피해자를 바라보았지만, 곧이어 입을 틀어막고 끅끅 거리며 시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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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피해자 남자친구 분이시죠?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김… 석훈이에요. 우, 우리 다인이 진짜 죽은 건가요…? 아까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저랑 통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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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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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일단 서로 가서 같이 이야기하는 게 좋겠네요. 최초 발견자이신 김석훈 씨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니까 저희랑 같이 이동하시죠."

이곳에서 이야기하기에는 장소가 좋지 않았다.

거의 빛이 들어오지 않는 가로등에 CCTV를 피해가는 사각 지대.

우리의 시선을 피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이야기를 몰래 들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호석은 석훈을 데리고 경찰차에 같이 탑승했고, 나머지 팀원들은 주위를 둘러보겠다며 한 손에 손전등을 들고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주 또한 오른손에 손전등을 들고 피해자가 이동했을 법한 길로 들어서 꼼꼼히 살펴봤다.

하나같이 몇 십 년은 되어보이는 듯한 벽돌에 사이사이에 낀 곰팡이, 그리고……

김여주

"…종이?"

벽돌 사이에 이질적으로 보이는 하얀 종이가 있다.

여주는 곧장 입에 손전등을 물었고, 양손으로 벽돌 사이에 박힌 종이를 빼내어 펼쳤다.

툭.

종이에 적힌 문장을 읽은 여주의 입에서 손전등이 떨어졌다.

김여주

"너… 마음에 든다…?"

다음 타깃이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