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19. 인신매매 (8)


방에 있던 여주가 벽을 짚으며 힘겹게 나왔을 때는 이미 팀원들은 나가고 없었다.

단 한 명. 소파에 앉아 심각한 얼굴로 마른 세수를 하는 윤기 빼고 말이다.

김여주
"저……."


민윤기
"…어. 몸 좀 괜찮, 안 괜찮아 보이네. 잠깐 실례할게."

여주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윤기는 여주의 상태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다가갔고, 머리에 최대한 무리가 안 가도록 어깨와 무릎 뒤를 손으로 감싼 뒤 그대로 들어올려 소파로 향했다.

김여주
"아, 저, 혼자 걸을 수 있는,"


민윤기
"눈으로 네 발목 좀 봐라. 혼자 걸을 수 있는 상태인가."

김여주
"……."

누가 봐도 퉁퉁 부은 발목이 보였기에 여주는 윤기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윤기는 일부러 푹신한 쿠션이 있는 곳에 여주를 내려주고는 테이블에 두었던 구급상자를 끌어와 뚜껑을 열었다.

윤기의 손에 하나둘씩 들리는 소독약과 연고, 그리고 붕대.

여주가 뭐 하는 거냐고 물을 새도 없이 윤기는 여주의 발목을 조심스레 잡아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두었고, 그 위에 파스를 뿌리고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김여주
"아, 제가 할 수 있어요!"

꽈악–

김여주
"아악! 아, 아파요!!"

부끄러운 마음에 자신이 하겠다며 여주가 손을 뻗어 말려보았지만 그럴수록 윤기는 더더욱 붕대를 세게 감았다.


민윤기
"쓸데없는 소리."


민윤기
"아파도 조금만 참아. 이 정도는 꽉 매야 오늘 하루 정도는 빡세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음…? 무슨 소리지…?

여기서 되물으면 또 쓸데없는 소리나 할 거냐며 핀잔 줄 것을 알기에 말을 못 하는 눈으로 온갖 표현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다른 쪽 발목도 다 감고 뒤를 돌으란다.


민윤기
"머리. 상처 터진 것 같은데."

김여주
"아, 네."

아까와 달리 여주는 군말 없이 뒤를 돌아 윤기에게 뒷통수를 보여줬다.

사르륵–

서툰 손길이 머리카락을 넘기는 것이 느껴졌고, 곧이어 상처에 소독약을 붓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다 뽑히는 듯한 쓰라림이 느껴졌지만 눈을 꾹 감고 참았다.

"…착하네."

김여주
"…네?"


민윤기
"…아무것도 아니야."

윤기가 너무 작게 말하는 바람에 여주는 못 들은 듯 한 번 되물었지만 윤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연스럽게 구급상자를 정리했다.

윤기가 여주를 치료하는 데 걸린 시간이 꽤 짧지는 않은 지라 분명 나갔던 사람들이 슬슬 들어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도무지 현관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에 의아함을 느낀 여주가 다른 분들은 어디 갔냐고 물으니 윤기는 심플하게 "작전."이라는 딱 두 글자만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여주
"네? 작전이요? 그럼 저희는요? 아니, 근데 무슨 작전이요? 벌써 작전이 짜였어요?"


민윤기
"아무래도 상황이 급하니까. 오늘이 지나면… 지민이는 살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김여주
"…네? 지민 선배가 왜요? 어제까지만 해도 저희랑 같이 있었잖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


민윤기
"……?"

마치 어젯밤 일을 깨끗하게 잊은 듯이 말하는 여주.

윤기는 여주가 다친 부위가 머리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을 보내는 여주를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민윤기
"하아… 어디까지 기억나는지 말해 봐."

김여주
"어… 어제 저희는 이곳에 도착했고 조사도 나갔죠? 그리고 밤에 윤기 선배랑 지민 선배랑 같이 산책을… 산책을……."


민윤기
"산책을?"

김여주
"…산책을 하러 나가는 거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돌아온 건지 기억이 안 나요."


민윤기
"하아… 젠장. 일이 더 귀찮아지네."

김여주
"네?"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 잊어버린 여주에 윤기는 한숨을 내뱉곤 잠시 기다려보라며 자신의 방에서 권총과 발목 보호대, 그리고 복면을 가지고 나와 던져주었다.

김여주
"이건 왜…."


민윤기
"안 일어나고 뭐 해. 작전 안 갈 거야?"

여주가 상황 파악을 다 끝내기도 전에 이미 복면을 착용하고 권총을 점검하는 윤기.


민윤기
"지금 이 상황에서 너한테 처음부터 끝까지 주저리주저리 설명해 줄 시간 없어. 아주 간단하게 중요한 것만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박지민을 구하러 갈 거야."

김여주
"…네? 근데 팀장님께서 저희를 두고 가신 이유가 있지 않을……."

"그래서, 안 가겠다고?"

"됐어. 가기 싫으면 이 집구석에나 처박혀 있어."




박지민
"야 이 개새끼들아!! 당장, 크흑… 이거 당장 안 풀어?!?!!"

이곳에 갇힌 지 몇 시간이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깨에 칼이 박혔던 상처에는 소독약을 잔뜩 부은 채 붕대만 대충 감아주더니 손목과 발목에 수갑을 채워 못 움직이게 만들었다.

허리춤에 짤랑거리는 느낌이 없어진 것을 보니 이 수갑도 분명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들일 터.


박지민
"하 씨발…. 정신 차려야 돼, 박지민…."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않고 이대로 방치하기만 하니 피가 점점 머리로 쏠리는 느낌이 듦과 동시에 눈이 자꾸만 감긴다.

옷과 머리카락은 이미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고, 억지로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감기는 눈을 떠보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랬다.

살점이 뜯어나갈 정도로 꼬집어도 이젠 이 고통조차 내 의식을 붙잡지 못했다.


박지민
"윤기 형… 여주야… 나, 무사하니까 걱정 하지 마……."

멀어지는 의식 사이로 바닷가에 함께 있었던 윤기 형과 여주의 모습이 떠올랐다.

윤기 형이랑 여주도… 무사했으면 좋겠네.

툭–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의식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