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반 BTS 完

EP 28. 변화, 그리고 이중성

도봉 치킨에 올려져 있는 하얀 가루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지민.

계속되는 전화 연결음에 낮게 욕설을 내뱉더니 곧이어 휴대폰 넘어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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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 김태형. 너 뭔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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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또, 뭐. 나 아직 잠복 중이야. 중요한 일 아니면 나중에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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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또, 뭐? 또 뭐라는 소리가 나오냐, 지금? 야. 너 헤어졌다며. 박혜리가 나한테 전화를 몇 통이나 했는지 아냐? 자그마치 스물 아홉 통이야.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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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그래? 미안. 이번에도 불똥이 거기로 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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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시발. 도대체 이게 몇 년째야. 처신 좀 잘 해."

도대체 언제까지 뒤처리는 내가 해 줘야 하냐는 지민의 말에 태형은 미안하다 사과했다.

태형의 사과가 영 진심 같이 느껴지지 않았던 지민은 그저 답답했지만 그에 대해 또 무어라 한다면 태형의 선을 넘는 것이기에 침을 삼켜 내뱉을 말을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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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 나여운이랑은 뭐야. 왜 찬성했어. 나여운 낙하산이라는 거 못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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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법무부 장관 딸이라는데 경찰대도 아빠 빽으로 들어갔을지 어떻게 알아. 넌 진짜 나여운을 우리 팀으로 인정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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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인정은 무슨. 우리가 인정할 게 뭐 있어? 만약 우리가 다 찬성할지라도 나여운 걔는 여기서 못 버텨. 곱게 자란 티 내는 아가씨가 이 버라이어티한 곳에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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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

얘는 나여운이 우리 팀에 들어오는 거 찬성하지 않았나? 근데 왜… 반대하는 것처럼 들리지?

지민은 태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되물었고, 태형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지민을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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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등신아. 딱 봐도 남자 꼬시려고 들어온 거잖아. 첫날부터 원피스 입고 온 거 보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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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너 그걸 알고 있긴 했냐? 알면서 잘도 찬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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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걔는 우리 가지고 놀려고 아예 작정을 하고 들어온 것 같던데. 나도 안 그래야 한다는 법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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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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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어차피 그런 애들은 아무리 욕해도 못 알아들어. 자존심을 꺽어줘야지.

자기도 여운을 유혹해보겠다는 말을 참 돌리고 돌려서 한다.

지민은 뒷골이 당기는 것 같은 기분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혹시 모를 상황이 일어날까 싶어 조심히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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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여운 꼬시려다가 여주한테 상처주는 상황 만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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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야, 넌 날 뭘로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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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닥치고 똑똑히 들어. 네가 나여운 꼬시는 거에 대해 앞으로 무어라 더 말하지 않을게. 아니, 다른 여자들도 상관 없어.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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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여주는 건들지 마."

"네가 함부로 갖고 놀 여자, 절대 아니니까."

뚝.

태형의 답을 듣지도 않고 통화를 끊어 버렸다. 어두운 화면에는 인상을 구긴 지민의 얼굴이 보였고, 지민은 휴대폰 화면을 한 번 문지르다 이내 주머니 속에 넣었다.

아직까지도 여주 대신 칼을 맞았을 때, 마주친 여주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머리를 맞아 바닥에 쓰러졌을 때에도 똑똑히 지민을 보며 힘겹게 기었다.

밤바다만 가득 품을 것 같았던 눈동자는 분노, 걱정, 미안함이 가득 찼고 그 시선은 올곧게 지민만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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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김여주."

비가 오려나. 칼을 맞았던 어깨가 쓰렸다.

일방적으로 끊긴 전화를 보던 태형은 멍하니 꺼진 휴대폰을 바라보다 허. 웃어버렸다.

까칠대마왕 박지민이 누군가를 감싸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단짝 친구가 드디어 누군가를 감싸고 지켜낼 마음이 생겼다는 건 분명 기쁜 일일텐데, 그리 마냥 기쁘진 않았다. 태형은 짜증스럽게 앞머리를 털어내며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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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굴 진짜 쓰레기로 아나."

지민과 마찬가지로 태형에게 여주는 자신이 지켜내야 할 존재였다. 아니, 지키기 이전에 미안한 존재였다.

자신의 꼼꼼하지 못했던 부분, 의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구하지 않았던 부분 때문에 여주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건 태형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저번 사건에 배에서 윤기, 석진과 함께 있는 여주를 보며 깜짝 놀라 고함을 질렀었다. 이 아픈 애를 왜 데려왔냐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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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쓰레기 맞네. 김태형."

생각해 보니, 말로는 지켜준다 하였지만 행동으로 지켜준 적은 없었다. 게다가 여운이 은근히 여주를 무시한다는 것도 알아차렸지만 직접적으로 도와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와중에도 내 잘못이 아니니 미안해 하지 말라며 애써 환하게 미소 짓던 여주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러는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