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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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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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퓨즈 세필씨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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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티 에로스씨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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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 딜로엠씨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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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분들은 모두 0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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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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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잘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급하게 메인 홀을 나가고 있다

원래 느긋한 사람만 빼고.

어제는 안 보이던 이스티까지 합류했다

호수에서 메어와 얘기를 나누던데.

내가 예지했던 게 맞았나보다.

이런 삶에서 도망치겠다는 발악.

발악이다.

이 지긋지긋한 사회에서 무의미한 발악을 하는데

한계가 있단 걸 깨달을 때가 오긴 했지

세필이 예전 같지 않다

뭐랄까...

예전엔 모든 걸 포용하려 애썼는데.

지금은 생각과 사상이 유려해진 것 같다

그리고...

저 사람에겐 환상이 보이지 않는다

운명을.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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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생활하시면 됩니다

정수빈/로스티 에로스 image

정수빈/로스티 에로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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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궁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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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쉬운 문제 아니니까.

철컥

저 사람은 모르는구나.

내가 죽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걸.

죽일 방법까지 다 생각해 놨어.

근데.

근데...

잔인한 사람으로 낙인 찍혀지면.

나는 나에게도 잔인함을 느끼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는 다르다고 한들.

사람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있잖아.

무엇보다 난

추악해지고 싶지는 않아

백조의 호수.

어떻게 죽여야 할 지는 알고 있어.

하지만...

인형을 찾은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것이 사람들의 관점이다

어떻게 죽여야 할지.

김유원/메어 딜로엠

후...

메어는 피우던 담배불을 끄고 자리에 앉았다

오데트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였지.

공주.

행복할 자리라곤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아

사람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것.

부와 명예

모든 걸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에 위화감이 드는 건 왜일까?

많은 고민 끝에 답이 나왔다.

벌써 죽이는 건 이른 것 같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통 속에서 썩어 문드러지게

네가 생각하는 지옥으로.

내가 찾은 인형은

왕자와 거지 중

거지이다

동화에서.

거지는 왕자의 삶을 살 때

처음엔 자신의 변화에 신기해 했지만.

후에는 벗어나고 싶어 했어

근데,

그것이 즉위에 대한 초조함 이었을까?

아니,

절대.

왕자로 살면서도

거지는 왕자의 삶을 살 바엔 거지로 사는 게 낫다고 했지

인형을 보아하니.

입꼬리가 내려가 있고

딱 봐도 비싸보이는 옷을 입은 게

거지와 왕자가 바뀌었을 때였단 걸 짐작할 수 있어

거지는.

결과적으론 잘 된 셈이지만.

동화였기에 가능했던 결말이었고.

현실이라면

왕자를 사칭했다는 이유로 잡혀갔겠지.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행복한 사람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