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41 기억(2)

나는 냉소적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고,

냉철해 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가족을 잃은 슬픔과 무력함이 나를 바꾼 것일까.

나에게는 ‘말’이라는 표현법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입을 닫고,

귀를 열라는 어른들의 말.

너무나도 모순적이란 말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소리를 내는 사람은 무엇일까.

다른 생각을 없애야만 했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만 했다.

또 강제적으로,

억지스럽게 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이.

눈까지 감아야 겠지.

언제 뜰 지도 모르는 상태로.

그것이.

내 최선이었다고 말하고 싶어.

렘퓨즈는 절규했다.

한승우/렘퓨즈 세필 image

한승우/렘퓨즈 세필

끝인 건가...

존재를 알았어?

환청인지,

진짜 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들려온다.

그 존재를 안다.

알지만,

그것이 너무나 부정하고 싶은 존재이다.

부정과 인정은 다른 것이고,

나의 환상적인 현실을.

현실 같은 환상으로 바꾸는 것 같아서,

두렵다.

나는 청소부를 만났다.

처음엔 너무 조심스러워서 좋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했다.

그가 나를 청소해준 건 맞다.

아주 잘.

무슨 목적을 가지고.

나에게 접근하였다.

나는 그의 손을 잊을 수 없다.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성스럽지만 거친 그의.

모순적인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