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맛

첫만남

이상할정도로 한가로운 날이었다

평소에는 죽을것같이 꽉 차있던 스케줄도 내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멤버들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랜만이라 숨 쉬는법 조차도 잊어버릴만큼 어색했다

숙소에만 있다간 진짜로 숨을 쉬지 못 할것같아서 급히 숙소를 나왔다

내가 나갔을땐 정확이 오후 9시였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간. 딱 적당한 그런 시간.

나가자 운명의 이끌림 처럼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당황하고 또 당황했다. 발을 때려보기도, 땅에 앉아보기도, 길거리에서 할수있는 별짓은 다 해봤지만 내 발의 이끌림은 멈출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점점 무서워졌다. 인간에 가치관으론 생각할수 없는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으니 무서울만도 했다.

이제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싶을때쯤 발이 멈췄다.

주위는 이미 어두워진지 오래였고, 길가엔 지나가는 개미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사라졌을것이라 믿었던 내 마음속의 무서움이 또 다시 내 마음을 잠식하고 있었다.

내 마음이 무서움의 지배됄때쯤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렸다.

아-!

넘어지자 느껴지는 쓰라림에 정신을 차리곤 급히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했다.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나려던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돼버리듯 한 소녀가 나를 거칠게 밀었다.

가녀린 소녀의 몸에선 나올수없는 힘에 놀라기도 잠시 넘어졌던 나는 굳을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지만 아까 말했듯 주위는 고요했고 인기척도 사람의 발걸음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내 몸을 완벽히 지배한 무서움이란 감정에 의해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