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의 정석
9



오세훈
우리 할아버지 회장이야 괜찮아


이지윤
그래도 진심이 중요한거잖아


오세훈
진심..?


이지윤
요리를 좀 할걸 그랬나..


오세훈
우리집 할아버지 집이랑 도보 10분인데 어떻게 집에서 요리 하고 갈래?


이지윤
진짜? 좋아!! 근데 식재료..는?


오세훈
우리집 옆에 식자재 마트 있어


이지윤
음.. 그래 일단


이지윤
후식도 챙겨가면 좋겠지..?


이지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오빠 5시 50분까지 Oj 식자재마트 옆에 2층집 앞으로 바구니 하나만!

???
알았어~


이지윤
(10분만에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담는다)


오세훈
줘 내가 다 들게


이지윤
아냐 무거워 같이들어


오세훈
웅..


이지윤
도시락통이랑 국 보온병 있어?


오세훈
응


이지윤
(냉장고와 선반을 열어본다)


이지윤
와.. 미친 어떻게 집에 소금 한알이 없어? 이러니까 삐쩍마르지..


오세훈
넌 집에 재료도 많으면서 왜 삐쩍말라


이지윤
일단.. 전기밥통..조차 없구나


이지윤
(가정용 솥으로 솥밥을 안치고 계란말이를 한다)


오세훈
냉장고를 부탁해 보는거 같아


이지윤
ㅋㅋ


이지윤
(계란말이 끝쪽을 먹여주며)일로와~ 할아버님 식성은 손자가 최고 잘맞지 ㅋㅋ 아~ 먹어봐


오세훈
와 맛있다


이지윤
다행이다~


이지윤
(계란말이 끝을 한쪽에 빼놓고 데코레이션을 한다)


이지윤
아 맞다 국물..!


이지윤
(직접 우린 멸치육수에 된장을 푼다)


오세훈
자기야 육수는 대체 언제낸거야..??


이지윤
오자마자 아까 국통이랑 도시락통 찾으면서 우렸엉


이지윤
(마늘을 꺼내 마늘을 직접 다져 된장국에 적당량 넣는다)


오세훈
진짜 진심이네..


이지윤
(애호박과 양파,버섯을 넣는다) 자기야~ 저기 뭐야..그 볼 좀 가져다 줄래?


오세훈
엉


이지윤
(당근,시금치,무,미역줄기,고사리,콩나물 총 6가지 나물을 각각 만들어 데코한다)


이지윤
아 맞다 국..(두부를 넣고 좀 더 끓이다가 대파를 넣는다)


이지윤
자기! 간봐


오세훈
엉


이지윤
아~


오세훈
오 너무 맛있어!!


이지윤
뻥 치면 안된다? 할아버님 마음에 들어야 한다구


오세훈
알겠어 근데 진짜 맛있어


이지윤
그래


이지윤
(밥을 도시락통 한칸한칸에 눌러 넣고 깨로 하트 모양을 만든다)


이지윤
와 식재료 아슬아슬 하게 다썼네..


이지윤
자기야 국통이랑 반찬은 내가 들테니까 밥 조심히 들어줘..


오세훈
엉


이지윤
변백현!


변백현
이게 또 반말


이지윤
여기는 내 남자친구


변백현
넌 뭐 고딩이 상견례하러 가니


이지윤
비슷행 여튼 오빠!! 왜이렇게 살이 빠졌어 잘챙겨먹고 다녀?


오세훈
자기야 할아버지가 빨리오래


변백현
근데 학생증이.. 내 고등학교 학생증이다?


이지윤
아 나 전학왔엉


변백현
오 뭐야 진짜루? 담임 누구야?


이지윤
역사쌤


변백현
내 전 담임이네? 내가 전화해서 잘 말해놓을겤ㅋ


이지윤
모야 왜그랰ㅋ


이지윤
여튼 남친 할아버지 분 저녁도 못먹고 기다리고 계셔서 이만 갈겡 연락해


변백현
그래 지윤아 연락할게~


이지윤
자기야 들어됴..


오세훈
흥.. 안가


이지윤
삐져써? 화풀어.. 가서 내가.. 화풀어줄게


오세훈
알게떠 가자


변백현
이지윤이 저렇게 끔뻑죽는 남자는 처음이네.. 오빠 죽구.. 내가 챙겨줬지만 많이 부족했겠지


세훈의 할아버지
(놀란 눈치로)세훈아 그리고 세훈이 여자친구야 뭘 그렇게..


이지윤
제가 요리 좀 해봤는데..


세훈의 할아버지
ㄱ..그래 일단 들어와


세훈의 할아버지
그래 세훈아 그간 잘 지냈느냐?


오세훈
보시다시피..


이지윤
할아버님 드셔보세요


세훈의 할아버지
이름이 뭐니?


이지윤
이지윤..이라고 합니다


세훈의 할아버지
그래~ 지윤아 세훈이 없어도 자주 오거라


이지윤
넹?


오세훈
(귓속말로) 우리 2대째 딸이 없거든 매일 손녀 타령해


이지윤
오..


세훈의 할아버지
지윤아


이지윤
네 할아버님!


세훈의 할아버지
요리를 잘하는구나


이지윤
감사합니당


세훈의 할아버지
세훈아 그래서 니애비랑은 화해했냐?


오세훈
그래서 온거예요..


이지윤
저는.. 부모님이 어릴때 오빠랑 저랑 단 둘을 남기고 도망가셨고.. 오빠는.. 제가 중학교 1학년때


이지윤
하던 잘돌아가는 대기업이 있었는데 철수하고.. 저한테 유산으로 물려주고 병으로 죽었어요..


세훈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라고 부르거라


오세훈
할아버지 그럼 족보가 꼬이잖아요..


이지윤
ㅋㅋ


이지윤
나 너랑 결혼 안할건데


오세훈
뭐?


이지윤
? 왜


오세훈
갑자기 왜그래 누나


이지윤
나 군대 못기다려...


오세훈
누나.. 나 어릴때부터.. 춤췄었거든..? 그래서 크고 작은 수술이 많았어


이지윤
어..


오세훈
그래서 아마 공익갈걸


이지윤
그렇구나


이지윤
그리구 장난이지... 그럼 수술한곳은 이제 괜찮은거야..?


오세훈
엉


세훈의 할아버지
어쩜 세훈이 생각해주기까지 하니


이지윤
ㅎㅎㅎ


오세훈
엄마 아빠랑 화해 어떻게 하죠..?


세훈의 할아버지
이제 세훈이 여친도 생겼으니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맞어라


오세훈
주사 싫어요..


이지윤
자기야.. 그럼 내가 너때문에 암걸리기를 바라는거야?


오세훈
아니.. 맞을게


세훈의 할아버지
내일 월요일이니까 여기서 자고 병원가거라. 세훈이는 오랜만에 할아버지 방 와서 자고 지윤이가 옛날에 니 애비 쓰던방 가서 자면 되겠구나


오세훈
힝.. 네


이지윤
뭘 힝이야 ㅋㅋ


세훈의 할아버지
요리가 너무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세훈이 살이 올랐구나


이지윤
히히..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이지윤
(지윤의 다리에 피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