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들린 순간

25.선생님도 똑같겠지....

[소정시점]

황은비 image

황은비

¥너만 아플 뿐이야, 다른 사람은 너가 얘기하지 않으면 몰라 또 너만 힘들 뿐이야, 심리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을 테니까 너 혼자 언제까지 힘들어할 건데? 언제까지 아파할 건데?

김소정 image

김소정

... 나도 알아, 내 문제가 뭐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다 알아 근데 그게 안되잖아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 힘들어 근데도 이런 생각이 나는 걸 어떡하라고!! 나도 생각하기 싫은데 자꾸 생각 나!! 이걸 어떡해야 되는데!!

김소정 image

김소정

미치겠다고, 나도 힘들다고!!! 그래서 나도 죽고 싶다고!! 나도 홧김에 옥상 올라가서 떨어져서 죽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라고!!

내 말에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

김소정 image

김소정

나는 언제까지 아파해야 돼? 언제까지 힘들어해야 돼?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지? 나도 너희들처럼 행복해지고 싶어!

김소정 image

김소정

평범하게 생활하고, 부모님이랑 웃고 즐거워하면서!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고 싶다고!!! 너희들은 이 기분 알아? 한순간에 부모님을 잃은 그 기분을 아냐고! 장례식에서 돌아와서 겨우 마음 진정시키고 오늘 여기 온 거야

김소정 image

김소정

예원이는 학교 가기도 싫어했어, 근데 내가 억지로 보낸거야 난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고!! 내가 어떻게 예원이를 보살펴야 하는지, 지켜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더 미안해

김소정 image

김소정

또 나도 마음 같아서는 외국으로 나가서 치료 받고 싶어 근데 외국에 나갈만큼 형편이 되지도 않고, 설령 간다고 해도 내가 없으면 예원이는 누가 돌봐주는데? 아직 여린 애한테 또 상처 받도록 할 수 없잖아!!

황은비 image

황은비

....

김소정 image

김소정

그리고 황은비 너! 너 일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얘기하지 마 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위해서 하는 얘기라는 건 아는데 내 마음도 생각해 주란 말이야!

김소정 image

김소정

너는 이런 일 겪어본 적이라도 있어? 없으면 그냥 얘기하지 마 날 위해주는 척 더 상처주고 있는 거니까! 나도 많이 힘들어 너희들이 답답한 만큼 나도 답답해

김소정 image

김소정

나는 뭐 이런 생활이 편해서 이렇게 생활하는 줄 알아?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담담한 줄 알아? 내색 안 하는 거지, 밖으로 안 꺼내는 거지, 너무 아파 너무 힘들어 너무 슬퍼 죽고 싶어서 미치겠다고!!!!!!!!!

나는 내 자리로 가 필통 안에서 커터칼을 꺼내들었고, 가만히 있는 애들을 지나쳐 교실 문을 열었다

육성재 image

육성재

......

김소정 image

김소정

선생님도 똑같겠지....

선생님이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이 한마디만 남긴 채 옥상으로 향했다

김소정 image

김소정

하아... 미치겠다.... 내가 진짜 왜 그랬지...? 이렇게 후회할 거면서 왜 그런 거냐고..

막상 옥상으로 올라오니 후회됐다 나 진짜 왜 그랬지? 그냥 고개만 끄덕일 걸...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그냥 다 숨길 걸... 그냥 표현하지 말 걸... 나는 또 모두에게 상처를 줬구나...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 주저앉듯 무릎을 꿇었다 다친 곳에 또 닿으니 아팠지만 일어설 수는 없었다

김소정 image

김소정

아흐... 왜 이렇게 아프지...?

나는 커터칼을 내려놓고 주먹을 꽉 쥐어 손등을 보았다 의자를 때렸던 곳에 살이 까져 피가 나고 있었다 너무 세게 때렸나..? 나는 이내 손을 내리고 눈을 감고 바람을 느꼈다 차가운 바람이 내 몸을 스쳤다 눈을 뜬 나는 이내 커터칼을 손에 들었다

??

......

누군가가 내 손에 있는 커터칼을 빼앗아 나와 아주 먼 곳에 놔두었고 말없이 등을 안아 내가 못 보게 하였다 나는 그 품이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고, 그 따뜻함 때문인지, 덕분인지 눈물을 쏟았다 그러다 다른 누군가가 내 앞에 쭈구려 앉았다

눈물을 닦고 앞을 보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은비가 있었다

25.선생님도 똑같겠지....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