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너를 닮아서

말하지 않아도 닿는 것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하교 시간.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이은아는 아직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학생들이 모두 떠난 교실은 고요했고, 햇빛은 점점 더 창문에 기대며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

야, 여기! 나한테 줘!

???

아니, 너 뭐하냐 ㅋㅋㅋ

창밖에서는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을 내다본 은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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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 나한테 패스!

???

역시, 박지민 농구 실력은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운동장 농구코트에는 남학생 5명 정도가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그 속엔 은아가 좋아하는 박지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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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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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우리 물 좀 마시고 하자. 옷 다 젖었다.

지민은 옷이 땀에 젖을 만큼 농구코트를 뛰어다니며 경기를 했다.

농구공을 잡은 지민의 모습은 평소와 조금은 다른듯 보였지만 지민의 웃는 얼굴은 언제나처럼 예뻤다.

그게, 은아가 지민을 좋아하는 이유다.

은아는 조심스레 가방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하늘색 표지, 조금은 구겨진 모서리.

은아가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 시들이 모여있는 노트이다.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조용히 글자가 되어 눌러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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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

' 그 애가 웃는 걸 보면, 나도 웃게 돼. 말 한마디 없는데도, 하루가 따뜻해진다.'

은아는 그 문장 아래, 작은 낙서처럼 지민의 뒷모습을 그려 넣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모습. 팔꿈치를 책상 위에 괴고, 턱을 살짝 괴고 있는..

그런 평범한 모습.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해는 이미 저문지 오래였다.

그때 누군가 교실 문을 열었다.

은아는 급히 노트를 덮고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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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직도 교실에 있었네?

지민이었다.

머리에는 모자가 살짝 씌워져 있었고, 손에는 농구공이 들려 있었다.

아무래도 친구들과 농구를 끝내고 반으로 올라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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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

아..응. 그냥 좀 있다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자리로 향했다.

가방에서 줄이어폰을 꺼내더니, 책상에 엎드려 한 쪽만 꽂았다.

그러곤 다시 창밖을 본다.

은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 없이 노트를 가방에 넣고 나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문 앞에 섰을 때, 지민의 목소리가 그녀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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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 시 쓸 때..누구 생각하면서 써?

아..역시나 지민이 눈치챘을 줄 알았다.

은아는 문 손잡이를 잡은 채 멈춰 섰다.

고개를 돌려 지민을 바라봤지만 지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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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

...있어, 늘 같은 사람.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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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

내일 보자, 먼저 갈게.

은아는 지민을 향해 작은 인사를 남긴 뒤 문을 열고 나간다.

지민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도 모르게 은아가 앉았던 자리를 본다.

그러곤 생각했다.

그 사람이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