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옆집 과외 선생님

#1_첫 수업

나는 김동현 23살, 사수생. AB6IX라 불리는 국내 최고 3개 대학, ABNEW 대학교, B:complete 대학교, 6IXENSE 대학교 중 6IXENSE 대학을 입학하고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여기까지 왔다.

학창 시절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그걸 믿고 나대다 능력치가 대폭 하락한 것 같다. 얼마 전에 3번째로 떨어지고 다시 시작한 수능 준비, 이번엔 돼야 하는 건 맞지만... 3살이나 어린 선생님한테 과외 받게 생겼다.

서애빈

"동현이는 이제 고3인 거지? 어느 학교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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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 저 예삐 고등학교요."

서애빈

"아하, 나도 거기 나왔는데."

서애빈

"실력을 봐야 하니까 1,2학년 내용 다 들어가 있는 걸로 시험 봐보자. 총 35문제고 약간 난이도 있을 거야."

애빈이가 가방에서 3장짜리 시험지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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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시간은요?"

서애빈

"넉넉하게 1시간 줄 테니까 신중하게 풀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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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서애빈

"방해 안 되게 뒤에서 보고 있을게."

애빈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끌고 책장과 문 앞 사이로 갔다.

바퀴가 굴러가며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자리를 잡아 앉은 후 타이머를 켜 시작 버튼을 눌렀다.

서애빈

"시작!"

시작 소리와 함께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문제에 집중했다.

서애빈

'흠, 금방 집중은 하는 것 같네.'

애빈이는 그에게서 눈을 떼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방 안을 살폈다.

그리고 동현이 눈치를 살피며 의자를 끌고 살짝 옆으로 이동했다.

서애빈

'식스센스 대학이면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데, 책은 영어로 읽으려나.'

팔짱을 끼고 동현의 책장을 위에서부터 천천히 훑었다.

대부분 문제집이나 소설이었지만 중간중간 영어로 된 소설이 꽂혀있었다.

그러던 중 애빈의 눈높이 한 칸 아래에 있는 것을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서애빈

"헙..."

동공이 확장되고 목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입을 틀어막고 애써 진정했다.

서애빈

'담배...?'

겉부터 내용물까지, 빼박 담배였다.

서애빈

'일진인가..? 잠깐... 생각해보면 이모가 종종 상담하고 가시긴 했는데...'

애빈은 동현의 뒷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며 홀로 생각에 깊게 빠졌다.

1시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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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샘, 다 했어요."

서애빈

"어어, 채점할 테니까 잠시 나가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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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그는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갔고 애빈은 책상 앞으로 가 답안지와 빨간 펜을 들었다.

펜이 종이 위를 지나다니며 긁히는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

서애빈

"흠... 86점이라, 잘하는데?"

상단에 점수를 써넣으며 중얼거렸다.

서애빈

'공부 잘하는 양아치?'

엉뚱한 생각을 하며 문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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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엇."

서애빈

"아."

문 손잡이를 돌리려던 동현의 왼쪽 손에는 어여쁘게 자른 사과와 포크 2개가 올려져 있는 접시가 들려있었다.

부딪칠 뻔한 위기를 넘기고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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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거 엄마가 같이 먹으라고 하셔서."

서애빈

"아아, 그렇구나. 얼른 오답 고치자."

둘은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았다. 애빈은 사과를 한 입에 집어넣고 시험지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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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86점이면 잘한 거예요?"

서애빈

"응응, 학원도 고1 때 다니고 안 다녔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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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렇죠..."

서애빈

"이 정도면 진짜 잘한 거니까 자신감 가지고 오답 고쳐 봐. 모르는 건 물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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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아무리 그래도 몇 년 동안 공부한 내용을 물어보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갈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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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으아, 다 했어요.."

서애빈

"빨리했네? 수고했어!"

애빈은 환하게 웃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서애빈

"채점을 해볼까-."

애빈은 다시 빨간 펜을 꺼내 채점을 했다.

서애빈

"다 맞았어, 동현이 잘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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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오, 진짜요?"

동현은 밝게 웃으며 시험지를 확인했다.

서애빈

"하이파이브!"

그녀가 동현을 향해 오른손을 펴 보였다.

그의 손바닥이 애빈의 손바닥과 부딪쳤다.

동현과 인사를 하고 밝은 표정으로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이내 웃음기를 없애고 동현의 엄마에게 갔다.

서애빈

"이모, 잠시 할 얘기가 있어요..."

동현의 엄마

"응? 동현이 일이야?"

서애빈

"네, 혹시 들으면 안 되니까 작게 말할게요."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을 하다 한 마디를 내뱉었다.

서애빈

"혹시 동현이 양아치..?인가요?"

동현의 엄마

"응...?"

동현의 엄마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애빈이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생각했다.

동현의 엄마

"혹시 방에서 담배..?"

서애빈

"네, 맞아요.."

동현의 엄마

'방 좀 치우라니까 그걸 안 치우네... 멍청한 자식...'

서애빈

"이모 성격에 학생이 그러는 걸 가만히 보실 분이 아니신데... 무슨 일이에요?"

동현의 엄마

"사실... 동현이를 아무도 컨트롤을 못해."

동현의 엄마

'아들 미안해..ㅎㅎㅎ'

서애빈

"네? 대체 왜..."

동현의 엄마

"아무리 잡아도 애가 잡히려고 안 하니까 주변인들이 거의 다 포기 상태지,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하다.."

동현의 엄마

"그래서 여주가 공부도 가르치고 가능하면 애가 튀는 것 좀 잡아줄 수 있을까?"

서애빈

"네..?"

동현의 엄마

"근데 애가 예의는 바르고 때리거나 그러는 것도 아니야!"

서애빈

"어음... 알겠어요, 한 번 해보죠..."

동현의 엄마

"고마워, 과외비에서 더 넣어서 줄게."

서애빈

"아녜요, 과외비로도 충분해요."

애빈은 쇼파에서 일어났다.

서애빈

"전 이만 가볼 테니까 동현이한테 오늘 꼭 교재 사라고 해주세요!"

동현의 엄마

"알겠어, 수고 많았고 나중에 보자."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아파트 복도로 나왔다.

두 발짝 정도 걸음을 떼자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서애빈

"어, 무슨 일이야?"

?

"비누!!! 너 에비뉴 대학 합격했다면서 왜 나한테 안 말했어!"

활발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전화기 너머 상대가 시끄러운지 인상을 찌푸렸다.

서애빈

"아으, 시끄러 죽겠어. 한동안 좀 정신없어서 말 못 했지."

?

"너무하네! 축하 파티 아직 안 했지?"

서애빈

"응."

?

"좋아, 오늘 8시에 애들 모은다!"

서애빈

"뭐? 갑자기?"

?

"이건 축하하고 넘어가야지, 단톡방에서 애들끼리 먼저 얘기 나온 거야."

서애빈

"에고, 너를 진짜 어쩌냐. 알겠어, 장소나 보내."

?

"응응, 톡 봐~."

서애빈

"응, 끊어."

통화가 끊어지고 애빈이는 피식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