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옆집 과외 선생님
#10_서애빈 난동의 전말


알람도 일하지 않는 늦은 오후 토요일.

애빈은 얼굴까지 덮은 이불이 답답한지 꾸물댔다.

서애빈
"흐어엉..."

몸이 너무 뻐근한 나머지 우는 소리를 냈다.

겨우겨우 상체를 일으킨 뒤 시간을 봤다.

01:28 PM

그리고 하품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서애빈
"음... 응?"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점으로 보고 있는 방이었다.

서애빈
"동현이 방...?"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대충 빗고 눈을 비볐다.

서애빈
"아... 나 어제 데리러 왔지..."

일어서니 오랜만에 다리를 쓰는 느낌이었다.


서애빈
"동현아~."

고요했다.

아무도 없는 듯했다.

텅 빈 시각을 대신하듯 무언가가 후각을 자극했다.

발이 묶여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갔다.

해장국이 냄비에 담겨있었고 밥솥에는 쌀밥이 담겨있었다.

젓가락과 숟가락, 밥그릇이 세팅돼 있는 식탁에는 포스트잇이 하나 있었다.

누나, 어제 술 많이 드셔서 해장국 끓여놓고 갔어요. 들깨 넣으면 알코올 분해 방해돼서 안 넣었으니까 이해해 주세요. 저 없다고 당황하셨을 수도 있는데 여러모로 누나가 불편하실 수도 있어서 친구 집 갔어요. 2시 쯤에 갈게요!

서애빈
"아하... 센스 있긴."

그의 포스트잇을 본 애빈은 해장국을 데우고 먹을 만큼만 그릇에 담은 다음 밥을 퍼 담았다.

밥과 국을 열심히 섞은 후 첫입을 먹었다.

.

..

...

비밀번호가 쳐지는 소리가 나고 동현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정확히 2시였다.

서애빈
"엇, 안녕!"


김동현
"안녕하세요, 식사 잘 하셨어요?"

서애빈
"응응! 맛있었어."

동현은 애빈에게 가서 숙취해소제 한 병을 쥐여줬다.


김동현
"어제 대학생 됐다고 너무 마셨어요. 적당히 마시겠다면서."

서애빈
"헤헤, 미안. 한 번 취하니까 계속 마시고 싶어졌어."


김동현
"그래서 새벽에 집에 있는 소주 딴다는 거 겨우 말렸잖아요."

서애빈
"응?"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눈에 동현은 아차 했다.

서애빈
"내가 뭐 실수했어?"


김동현
"실수 안 했어요."

서애빈
"아까 한 말은 뭐야?"


김동현
"그거 외에는 다른 거 없었어요, 정말."

서애빈
"진짜?"


김동현
"...네."

서애빈
"아냐, 거짓말하지 말고, 이실직고 안 하면 너 과외 안 해."


김동현
"말하면 충격 받으실 수도... 진짜 개 되셨었거든요."

서애빈
"... 말해봐."

오늘 새벽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서애빈
"동혀나아..."


김동현
"누나 왜 나오셨어요?"

서애빈
"화장실 어디..."

애빈은 질문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입을 막았다.


김동현
"으아아... 저쪽이에요!"

그는 빠르게 애빈을 끌고 가 화장실에 데려다 놨다.

취함을 5단계로 나눈다면 애빈은 4단계쯤 된 것 같았다.

개 of 개가 된 것이다.


김동현
"이걸로 입 좀 헹구세요."

서애빈
"땡뀨..."

입을 헹군 그녀는 변기 앞에서 일어나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김동현
"거기서 주무시게요?"

서애빈
"몰라..."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동현을 보더니 말했다.

서애빈
"인누와."


김동현
"네?"

상체를 반쯤 일으키고 옆을 팡팡 처대는 애빈에 동현은 많이 당황했다.

서애빈
"애기 인누와!"


김동현
"네...?"

째려보는 듯한 눈에 입은 삐죽 튀어나온 표정을 짓고서 바라보는 그녀 탓에 결국 팡팡 처대던 그 자리에 앉게 됐다.

서애빈
"으짜!"


김동현
"누나?"

애빈은 그가 앉자마자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서애빈
"으응..."

그러고선 무릎에 얼굴을 비벼댔다.


김동현
"잘 거 아니지?"

서애빈
"모르겠어..."


김동현
"아아악..."

그렇게 동현은 약 10분간 애빈의 머리받이가 되었다.

서애빈
"김동현!"


김동현
"네?"

서애빈
"너 대체 뭐야?"


김동현
"뭐가요?"

서애빈
"나한테 다른 사람이 관심 있다니까 적극적으로 밀어주면서! 이번에는 막 이렇게 다정하게 챙겨주고!"

애빈은 벌떡 일어나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서애빈
"너 별로야!"

그러고는 동현의 방 안으로 총총총 걸어갔다.


김동현
"아...?"


벌컥

바로 그녀를 따라 들어가자 침대에 앉아 머리판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김동현
"삐졌어요?"

서애빈
"아닝?"

이번에는 헤헤 거리며 멍청해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김동현
"누나 이대로 누워서 푹 자요, 많이 취했어요."

서애빈
"동현아."


김동현
"네?"

서애빈
"너 내 첫사랑이랑 눈매가 진짜 진짜 닮았다? 완전 예뻐."

애빈은 어느새 그의 얼굴을 잡고 눈꼬리를 쓰다듬었다.


김동현
"어, 저 손 좀..."

동현은 슬쩍 고개를 돌려 손을 피했다.

서애빈
"너 술 냄새나..."


김동현
"술 마셔서 그렇죠 뭐."

서애빈
"너 이 시키... 미자가."


김동현
"그렇지만 그거 다 마실 눈빛이던 걸 어떡해요."

서애빈
"그래, 잘했어."

애빈은 배시시 웃으며 머리를 토닥였다.


김동현
"푸... 잠이나 자요."

서애빈
"근데 현아."


김동현
"네?"

서애빈
"냉장고에 술 있어?"


김동현
"소주 한 병..."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들었다.

서애빈
"나 그거 진짜 조오금만 마시고 자면 안 돼?"


김동현
"안 돼요. 자요."

서애빈
"으잉..."

그 뒤로 나간다고 별 생난리를 쳤다는 내용이다.


서애빈
"... 진심이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김동현
"네."

서애빈
"이거 완전 성추행이잖아 애빈아아악..."

그녀는 자책하며 머리를 잡아뜯었다.


김동현
"전 괜찮아요! 취하면 그럴 수 있죠."

서애빈
"아니아니아니 진짜 미안해 진짜..."


김동현
"됐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동현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김동현
"숙취 해소제 빨리 마시세요, 머리 아프실 텐데."

서애빈
"엉..."


김동현
"병 주세요."

애빈이 병을 건네자 동현은 그걸 쓰레기통에 넣었다.

서애빈
"읏챠... 나 이제 가볼게. 수고 많았어!"


김동현
"안녕히 가세요."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던 그녀가 갑자기 동현을 봤다.

서애빈
"나 씻고 와서 같이 영화 볼래? 빔 프로젝터 어제 샀어!"


김동현
"헐, 영화 완전 좋아요."

서애빈
"그럼 이따가 보자!"

애빈은 그를 향해 밝게 손을 흔들고 문 뒤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고.


김동현
"나이스!!!"

목에 힘을 줘 소리가 작게 나게 하고 소리를 질렀다.


김동현
"팝콘 준비해야지!"

들뜬 동현은 편의점으로 팝콘을 사러 갈 준비를 했다.

.

..

+동현이 편집해버린 애빈이 난동의 결말.


서애빈
"다음에 마셔야지 뭐..."

약간 삐친 애빈은 터덜터덜 걸어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김동현
"잘 자요."

서애빈
"너도, 알라븅!"

책상다리를 하고 머리 위로 큰 하트를 만들었다.


김동현
"풉, 제가 더 좋아해요. 굿나잇."

방 문이 닫히고 혼자 남은 그녀는.

서애빈
"승부욕 대단하다!"

바보같이 해석하고는 그대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