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옆집 과외 선생님

#21_잘못된 시간들의 회상-동현 시점

돌이켜보면 잘못된 건 그때부터였다.

우리가 사귀는 게 부모님들에게 모두 알려지게 된 그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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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 아빠가 가족들끼리 밥 먹을까 계획 중이시던데 어때요?"

서애빈

"엄마가 나한테 말씀하셨어, 근데 난 좀..."

그냥 불편한가 보다, 했다.

하지만 헤어질 때 조금은 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날 이후로 계속 그랬다.

과제로 바쁘고 약속이 있다며 만남을 피했다.

나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고 이별 통보를 받기 일주일 전.

비가 올 것처럼 찝찝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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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서애빈!"

애빈이 집으로 오는 길목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나를 보자 흠칫 놀라더니 표정을 굳혔다.

서애빈

"왜 여깄어? 비 온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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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왜 나 피해?"

서애빈

"무슨 소리야, 집이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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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 나 자꾸 피하잖아, 이유 좀 말해줘. 내가 더 잘할게."

그때 살짝씩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애빈

"비 온다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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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과외도 2주 전에 못한다 그러고, 이 말도 엄마한테 전해 듣고."

서애빈

"바빠서 그래,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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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예전에는 바쁘면 나 옆에 앉혀두고서라도 같이 있었잖아."

서애빈

"너도 시간 낭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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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한테 쓰는 게 무슨 낭비야."

서애빈

"동현아 그만하고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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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연락도 안 되고 보지도 못하고 어쩌다 보면 피곤해 보이고 짜증 내고. 무슨 일이 있으면 말을 해줘. 내가 맞출게 그러니까."

서애빈

"김동현."

빗소리를 넘어선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애빈

"가자고. 비 오는 거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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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빗물은 차가웠고 눈물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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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내가 더 잘할게."

살짝씩 몸을 젖히던 비는 물방울이 굵어져갔다.

애빈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먼저 가버렸다.

왜 하루아침에 바뀐 건지 대답이 듣고 싶었다.

내가 잘못한 게 뭘까.

그날 이후 더 열심히 애빈에게 다가갔지만 더 밀려났다.

왜 그럴까. 우리 관계가 어떤 관계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서애빈

"우리 헤어질까?"

오랜만에 데이트인지라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무엇보다 행복했다.

이 말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근데.

여기서 널 붙잡으면 추한 걸까?

그럼 난 추한 사람 할게,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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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빈아 왜 그래, 너 나 안 사랑해?"

서애빈

"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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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거짓말하지 마, 너 오늘 행복해 보였던 거 알아? 애빈아 제발."

손이 떨렸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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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 한 번만 손 더 잡으면 안 될까, 나 후회할 거 같아."

서애빈

"미안해."

애빈의 표정도 그리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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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사랑해, 너한테 아낌없이 표현했는데 아직 넘쳐. 내가 가지기 아까운 이 감정이 향하는 건 너야. 애빈아."

침착함이 무너지며 눈물이 났다.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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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가 우리는 물 같은 사랑을 하자 했잖아, 사이를 갈라도 다시 만나는."

서애빈

"완전히 분리하면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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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럼 누구 하나가 넘치면 닿지 않을까? 내가 더 사랑해서 너한테 닿을게."

서애빈

"그러지 않아도 돼, 우리 이미 헤어진 거야."

딱 잘라 말하는 애빈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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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구질구질해서 미안한데, 진짜... 애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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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안아준 것보다 안긴 기억이 더 많고 지금껏 키스도 먼저 못해줬는데. 표현이 너무 부족해서 후회돼. 이번 일 없던 거로 다시 한 번만..."

서애빈

"미안해, 동현아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그녀의 말에 입을 다물고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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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짜 많이 좋아했고... 혹시 다른 사람 생긴 거면 행복하게 살고 혹시 그 사람이 부족하게 하면 다시 나한테 와줘요. 더 잘해줄 수 있으니까."

서애빈

"...그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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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리고 나 안 좋아해도 미워하진 말아줘요."

애빈도 울컥했는지 눈 주변이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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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건 좋은 말은 아니지만, 누나가 길 가다가 내 생각나서 주저앉아 울면 좋겠어요. 최소한 나는 그럴 것 같아서요."

내 첫사랑 애빈아.

너무 많이 좋아해.

멀어져 가는 뒷모습마저 너무 예쁜데.

내가 네 사람이 아니라는 게 죽을 만큼 아파.

너의 뒷모습이 멀어져 내 눈에서 사라지자 나도 뒤를 돌아 길을 걸었다.

공허한 눈으로 길을 걷다 그만 내려앉았다.

너무 고통스러워 작게 소리를 내며 힘들어했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게 눈물은 또 얼굴을 젖혔다.

생각보다 너를 너무 많이 사랑했구나.

미안해 애빈아. 나 조금만 더 질척댈게. 미안해.

아마도 지금 울고 있을 그녀에게 닿길 바라는 동현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