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옆집 과외 선생님

#25_여름 감기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핸드폰이 울렸다.

애빈은 오늘도 그 소리에 깨어났고 폰을 확인하니 어제와 같은 이에게서 온 문자였다.

"잘 잤어요?"

매일 오는 문자의 시작은 이 문장이다.

서애빈

"얜 지치지도 않나..."

오늘 날씨가 어떠니 옷 어떻게 하라는 말, 비가 올 수 있으니 우산 챙기라는 말, 달이 어떻게 뜰 거라는 말.

애정을 가득 담은 장문은 항상 일방적으로 왔다.

읽고 무시를 해도 글에서 느껴지는 애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늘도 읽고 폰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하얀색 말풍선이 하나 더 나타났다.

김동현 애빈 씨, 오늘 같이 밥 먹어줄래요? 오전 9:12

이제 애빈의 호칭은 '애빈 씨'가 되었고 처음 본 순간 어이없어 웃음이 나는 호칭이었다.

서애빈 오전 9:13 미안해요

김동현 오, 답장이다! 오전 9:13

김동현 좋은 하루 보내요, 어쩌다 내 생각도 해주고. 오전 9:14

티슈로 닦으면 화색이 묻어 나올 것 같은 문자는 천천히 뒤로 가기를 눌러 무시했다.

웅크려있던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펴자 개운함에 입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와 이별한 지 한 달, 학교는 방학이 됐고 방학이 끝나면

자퇴를 해야 한다.

방학이어도 편히 쉬지 못하고 뭐만 하면 떠오르는 엿 같은 미래가 두렵게 떠올랐다.

트라우마는 쉽게 떨쳐낼 수 있는 이불 같은 것이 아니었다.

서애빈

"머리 아파..."

생각에서 벗어나자 느껴지는 두통, 뜨거워진 얼굴.

지독한 여름 감기의 시작이었다.

2주 전이었고 그녀와 이별한 지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애빈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말을 들은 게.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방 앞에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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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들어오세요!"

책상 등받이를 잡고 뒤를 보자 의외에 인물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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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안녕하세요."

애빈의 엄마

"동현이 안녕~."

의자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네자 밝게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애빈의 엄마

"뭐 하나만 물어보러 왔어,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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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그럼요."

애빈의 엄마

"이런 얘기 불편하겠지만 애빈이가 많이 힘들어 하던데, 무슨 일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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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글쎄요... 헤어지자 한 건 애빈인데."

애빈의 엄마

"그래? 애가 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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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빈이가 제 얘기 하던가요?"

애빈의 엄마

"그건 아닌데, 폰하다가 잠들었길래 몰래 보니까 '보고 싶어.' 라고 써놓고 못 보낸 게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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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

심장이 울리게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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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빈이한테 무슨 일 있었나 봐요. 제가 다시 다가가 볼게요, 혹시 말할 수도 있으니까."

애빈의 엄마

"고마워 정말..."

애빈의 엄마는 손을 꼭 잡아주며 고마움을 전했다.

동현은 그녀의 어머니를 핑계로 다시 연락할 용기에 더 힘을 가했다.

벌컥

한 달 만이었다.

너를 본 게, 너와 눈을 맞춘 게.

놀라서 서로를 멍하니 바라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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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어... 안녕하세요."

동현이 침착하게 인사를 건넸다.

서애빈

"네, 안녕하세요."

애빈은 시선을 내리고 인사를 받아쳤다.

힘겹게 미소 지으며 먼저 길을 나서려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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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빈 씨, 어디 아파요?"

다정하게 물어오는 그였다.

서애빈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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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얼굴 빨간데요? 나 보고 설레서 그런 건 아닐 거잖아요."

서애빈

"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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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 아무것도 아닌 얘기도 못 들을 만큼 제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에요?"

서애빈

"그럼 그쪽이 지금 저한테 무슨 관계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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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전 애인이죠."

애빈이 움찔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서애빈

"약국 좀 가려고요.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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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어디 아파요?"

서애빈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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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병원을 가지 왜 약국을..."

서애빈

"해열제만 먹으면 나을 것 같은데 그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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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빈 씨, 집에 있는 거 드릴게요."

그가 손잡이를 잡으며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 단호한 목소리가 손잡이가 돌아가는 걸 막았다.

서애빈

"아니에요, 도움 필요 없어요. 가방 보니까 독서실 가시는 것 같은데 얼른 가세요."

힘겹게 건넨 말인지 손이 옷 끝을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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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 미안해요. 머리 아플 텐데."

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를 잡은 그녀를 보고 조심히 사과를 건넸다.

두통이 심해지며 머리가 심하게 울렸다.

이대로는 10분 거리의 약국은 꿈도 못 꾸겠다 싶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동현에게는 미안한 마음만 피어오르는 상황을 제공했다.

서애빈 오전 10:36 유람아ㅜㅜㅜㅜ 잠깐 우리 집에 감기약 좀 두고 가주라... 배도 아포...

문자가 간 걸 확인하고 후 한숨을 내쉬며 팔에 힘을 뺏다.

그리고는 편히 숨을 내쉬며 잠에 빠졌고 뜨거운 머리에 더불어 기침이 더 심해졌다.

시야를 흐릿해지게 하는 여름 감기였다.

커피를 한 잔 사온 뒤 자리에 앉은 그는 핸드폰에 온 하나의 알림을 보게 됐다.

애빈 누나 동현아 보고 싶어유람아ㅜㅜㅜㅜ 잠깐 우리 집에 감기약 좀 두고 가주라... 배도 아포... 오전 10:36

앞에 붙은 보고 싶다는 말을 보자 심장이 아렸고

뒤에 잘못 보낸 메시지를 보니 많이 아픈 건가 하는 걱정이 더 심해졌다.

그는 그대로 가방에 책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약국으로 달려갔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무거운 가방을 맨 그가 들어왔다.

잠시 둘러보더니 감기약이 모여있는 코너를 보고는 종류별로 담아 넣었다.

?

"아유, 학생 뭘 이렇게 많이 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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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좋아하는 사람이 아파서요."

끝없이 삑 소리가 울렸고 가쁜 숨과 함께 웃으며 답했다.

?

"로맨티시스트네, 그 분이 어디 아프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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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감기에 배 아프다고."

?

"그럼 이것도 사 가요."

약사는 고개를 숙이더니 생리통 약 하나를 꺼내 그에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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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그것도 하나..."

몇만 원어치 약을 산 그는 약국에서 뛰쳐나와 옆집으로 향했다.

손잡이에 약을 걸어놓고 초인종을 눌렀다.

비밀번호를 알고 지내는 집이긴 했지만 치고 들어가는 건 쉽사리 실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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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잠시 들어가서 옆에 놓고 올까..."

동현은 애빈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어어, 들어가. 번거롭겠지만 애 약도 먹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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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넵, 약만 먹이고 바로 나올게요."

똑똑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얼굴이 붉어진 채로 색색 숨을 내쉬는 애빈이 자고 있었다.

중간중간 기침을 했고 땀 때문에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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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빈 씨? 잠깐 일어나 봐요."

어깨를 두드리자 금방 눈을 떴다.

풀려 있는 눈이 많이 아파 보였다.

서애빈

"너 왜 여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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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프시다고 톡 하셔서요. 앉아서 약 먹어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은 애빈은 머리가 울리는지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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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감기약이랑 혹시 몰라서 생리통 약 사왔어요, 아... 죽 안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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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리고 열나는데 꽁꽁 싸매면 안 좋아요. 주방 좀 써도 되죠?"

서애빈

"써..."

동현의 말대로 이불을 잠시 걷어내자 여름에 느끼기 힘든 추위가 왔다.

곧바로 다시 이불을 끌어올렸고 주방에서 죽을 만드는 소리에 집중할 뿐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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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빈 씨 죽 다 만들었어요."

침대 옆 작은 협탁 위에 죽을 올려놨다.

애빈의 손에 숟가락을 쥐여줬지만 그녀는 동현만 빤히 쳐다봤다.

서애빈

"너 왜 나 애빈 씨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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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옛날 생각날 것 같아서요."

애빈은 그의 눈을 피하고는 묵묵히 죽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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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저 옛날 생각해도 돼요?"

서애빈

"해도 돼. 해줘."

울컥한 그녀의 눈빛이었고 화색이 도는 얼굴이지만 서글픈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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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알겠어 누나."

정적이 맴돌았지만 분위기는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움이 섞인 공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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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제 약 먹어요."

봉투를 열어 애빈에게 필요한 약을 고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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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어? 왜 울어요?"

서애빈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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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렇게 아파요? 빨리 약..."

서애빈

"이 봉투 안에 없는 약이야."

눈물 젖은 목소리가 말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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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사올게요."

급하게 일어나려는 그의 멱살을 잡아끌어 짧게 입을 맞췄다.

서애빈

"매일이 술 마신 것도 아닌데 취한 것 같고 널 생각만 해도 아픈데 약은 너인 것 같아, 미친 거지?"

따뜻한 그녀의 손을 잡고 눈에 갖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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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게 미친 거면 저도 미쳤네요."

서애빈

"나는 나는 너한테 그렇게 했는데 날 떠나지도 않고 있고 이러면 어쩌라는 거야. 왜 아직도 날 좋아해? 왜? 넌 상처 안 받았어? 나 엄청 나쁘게 말했어."

서애빈

"사람은 구원 삼는 거 아니래, 근데 네가 구원이 됐어. 난 어떡해야 돼?"

감정이 북받친 애빈이 소리치듯 말을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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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 나랑 헤어지는 건 누나 의지가 아니었다는 거 알아요. 말 못 하는 거 보면 복잡한 사정이라는 것도. 그래서 난 그냥 기다리는 거예요."

오랜만에 느끼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서로의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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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나한테 말해줘요, 누나가 나한테 뭔 욕을 하던 진심인지 아닌지 다 보이니까."

애빈이 눈물을 더 쏟아냈다.

말없이 안아줬고 미안하다 사과하는 애빈에게 괜찮다 말했다.

.

..

...

약을 먹고 침대에 누운 건 약 한 시간 정도 뒤 일이었다.

그동안 오간 이야기는 예전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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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 열나는데 이불 덮으면 안 좋아요, 걷어낼까요?"

서애빈

"추운데..."

이불을 걷어내고 애빈이 추워하자 손을 잡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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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아, 잠시만요."

잠시 자리를 떠난 그가 가져온 건 접시에 담긴 얼음이었다.

침대에 앉은 그는 애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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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올라와요."

양반다리를 하고 그 위에 이불을 폭신하게 올렸다.

애빈이 그 위에 눕자 머리 쪽에는 베개를 갖다 줬다.

오른손은 애빈이 잡게 하고 왼손은 협탁에 있는 얼음을 만지다가 이마에 갖다 댔다.

서애빈

"손 차갑잖아, 그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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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괜찮아요, 그냥 자요."

잠시 실랑이를 벌였지만 금세 힘이 빠진 애빈이었다.

서애빈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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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사랑해가 더 듣고 싶어요."

서애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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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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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누나."

서애빈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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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나는 누나가 말할 때까지 기다릴 거고 좋아할게요. 너무 늦지 않게만 해줘요."

애빈은 답이 없었다.

잠이 든 건지 말을 못 해줄 거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동현이 자신에게 도움을 줄수록 누가 다칠지 알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