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옆집 과외 선생님
#26_두 번째 이별


그날 이후로 애빈과의 소통이 없었다.

기다린다고 했지만 마음을 확인하고도 떨어진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힘겨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건 이틀 전이었고, 얼핏 마주친 애빈의 양쪽 손목에는 팔찌가 있었다.

장식용이 아닌 멍을 가리려는 팔찌가.

밀어내는 이유를 짐작해보니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동현이 한 행동은 즉흥적이었다.


김동현
"누나."

그저 계획도 없이 길가에서 애빈을 기다렸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라는 건지 애빈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서애빈
"왜 여깄어?"


김동현
"기다려야 되는데 신경 안 쓰고 있어야 되는데 그게 안돼서요."

동현은 애빈의 손목을 가리켰다.


김동현
"어떤 새끼에요?"

애빈은 주춤하며 뒷짐을 져 손목을 가렸다.

차분히 내려앉은 그지만 전기라도 튀길 듯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김동현
"다른 건 어떻게든 참겠는데, 누나가 기다리라 해서 참겠는데 이 이상 넘어가면 난 어떡해요?"

서애빈
"동현아 이건 그냥..."


김동현
"어떻게 그냥 손목에 그렇게 멍이 생겨요?"

서애빈
"동현아."


김동현
"잘못된 추측일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이 누나한테 요구하는 걸 다 하면 끝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진정시키려는 건지 그와 손을 맞잡았다.

차가웠다.

서애빈
"우리 20대에 스쳐 지나가는 그런 인연이 되면 안 될까?"

서애빈
"아프게 끝난 예쁜 첫사랑, 그렇게 끝나는 인연."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이별을 고하던 순간보다도 더 복잡했다.


김동현
"진짜 그랬으면 좋겠어요?"

서애빈
"...응."


김동현
"진심은 아니길 바라는 게 보여도 저렇게 하라고 하면 할 거예요, 다시 물을게요."


김동현
"정말 우리가 남이 돼도 좋아?"


김동현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건데?"

서애빈
"끝내자, 미안해."

애빈은 고개를 숙이고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김동현
"애빈아."

마지막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김동현
"좋아해."

눈을 똑바로 맞추지 못하고 서글픈 표정이었다.

좋아한다는 말을 애써 외면하고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처음에는 빠른 걸음으로, 어느새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인지하고는 바람 소리만 들리도록 달렸다.

헤어진 채로 맞게 된 두 번째 이별이었다.

뒤를 돌아 아마도 울고 있을 그를 볼 자신이 없었다.

정말 끝이었다.

동현은 그날 이후로 연락도 없었고 어쩌다 마주치면 아무 말 없이 지나칠 뿐이었다.

이걸 바랐는데 막상 다가온 현실은 더욱 아팠다.

미친 척 술 마시고 사랑한다 해볼까 양심 팔아먹고 한 번 안길까.

실행하지 못할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편한 집이 한순간에 불편한 자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한이연
"애인이랑은 완전히 끝냈고, 자퇴만 남았네?"

소파에 앉아 싱긋 웃으며 압박감을 주는 그녀였다.


한이연
"어차피 할 자퇴 일찍 하는 게 어때?"

서애빈
"방학만 끝나고..."


한이연
"왜, 누가 구해줄 희망이라도 있어?"

서애빈
"없어."


한이연
"그래, 뭐. 기다려줄게."

서애빈
"근데 이연아."


한이연
"왜?"

애빈이 조심스럽게 입을 떼더니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서애빈
"내가 이 두 가지만 끝내면 더 이상 아무것도 안 건드리기로 약속해 줘."

얼핏 떠오른 동현의 말 때문에 한 질문이었다.


한이연
"내가 왜?"

처참히 무너진 희망이었다.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것이다.

애빈은 트라우마를 이길 수 없고 이연은 애빈을 놔줄 생각이 없다. 발목을 잡던 트라우마는 이제 단단한 벽을 이뤄 완전한 형태로 애빈 앞에 나타났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고 고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연이 부자가 아니라는 조건 안이라면 말이다.

왕따를 당하던 시절 고소를 하기도 전에 이연은 외국으로 유학을 갔었고 아마 이번에는 애빈을 죽일지도 몰랐다.

돈만 주면 뒤집어써줄 사람이 그녀의 발밑에는 널려 있으니까.

서애빈
"그럼 어떻게 해야 끝나? 내가 밑바닥에 눌어붙어야 끝나? 근데 어떡하지 그전에 내가 너 밟아버릴 거야."


한이연
"갑자기 왜 지랄이냐."

이연이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앞에 서 있던 애빈의 뺨을 갈겼다.

눈빛이 사그라들지 않자 계속해서 때렸고 결국 주저앉아 무릎이 바닥과 닿았다.


한이연
"애빈아, 나대지 마. 네가 뭔 발악을 해도 내가 이겨."


한이연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너 애인이랑도 완전히 끝나서 연락도 안 하고, 부모님한테 기대 거는 건가?"


한이연
"너 예전에 병원 다닐 때 부모님 너 챙기느라 몇 년 동안 마음고생하고 그 비싼 치료들 시킨 건 네가 제일 잘 알지? 또 그 고생 시켜드리고 싶어?"

마음에 남은 상처를 후벼파는 이연 탓에 애빈은 온몸이 떨렸다.

그때 드는 감정은 절망이라는 깊은 감정뿐이었다.


벌컥


한이연
"나 간다."


김동현
"아!"

이연이 문을 열자 복도를 걸어가던 동현의 얼굴을 강타했다.

서애빈
"헐, 괜찮으세..."

놀란 애빈이 문을 닫으며 물었다.

하지만 동현인 것을 보고 당황한 티를 냈다.


김동현
"저 옆집인데 통로 좁으니까 문 조심히 열어주세요."

서애빈
"네, 죄송합니다..."

동현은 자신의 집을 향해 계속 걸어가며 이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애빈은 이제 완전히 남 취급하는구나 생각하며 쓸쓸하게 숨을 내쉬었다.


한이연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서애빈
"...이 근처에서 알바하는 사람이니까 봤겠지."

애빈은 이연이 그녀의 애인이었다는 걸 떠올리지 못하게 생각을 막아버렸다.

이연은 잠시 생각을 한 후 애빈의 눈에서 사라졌다.

최악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