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옆집 과외 선생님

#28_도와줘

길거리에 웬 이상한 사람이 비틀거리더라고.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어두웠고 이어폰 꽂고 걷는 중인지라 정확한 목소리랑 인상착의도 못 보는 사람.

아무튼 이상한 사람.

근데 그런 사람이 나 때문에 힘들어서 술에 떡이 된 전 애인이면 어떡해야 돼?

.

동현이 택한 방법은 멀찍이 떨어져서 넘어지지 않는지 예의주시하는 것이었다.

구시렁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것이 이연과 자신을 욕하는 울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서애빈

"김동현으은 끝나자 마자아 첫눈에 반했다며 사람 꼬시고 있고..."

서애빈

"한이연 쓰레기는 내숭 떨고 지랄부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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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첫눈에 반했다고? 그런 말 한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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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이연 씨, 제가 첫눈에 반했게요, 안 반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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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연

"글쎄요, 첫눈에 반하는 일은 잘 없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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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거 알아요? 저희 관계는 흔하게 이어진 관계는 아니에요."

복수한다는 사람이 이런 관계를 만드는 건 흔하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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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카페에 애빈 누나 있었나 보네...'

서애빈

"저겨! 왜 자꾸 따라오세..."

자꾸 겹치는 발걸음 소리가 신경 쓰이던 애빈은 뒤를 돌아 말했다.

그리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서애빈

"엇, 사람 꼬시는 애다."

맨정신에는 내놓지 못할 말을 헤실 웃으며 하는 걸 본 동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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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뭘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서애빈

"속상해서 마셨지."

손바닥으로 눈을 감싸는 애빈을 보고는 그녀에게 몇 발자국 더 다가갔다.

취했다 하면 울고, 웃고. 참 알아채기 힘든 감정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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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들어가요."

서애빈

"그래놓고 남인 척할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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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럼 누나가 먼저 끝내자 했는데 나는 호구처럼 만나자면 만나줘요?"

애빈의 눈빛이 흔들렸고 동현은 마른 세수를 하곤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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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진짜 이기적이잖아요, 나는 겨우 잊으려고 하는데 자꾸 다시 다가오고."

서애빈

"넌 나 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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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안 좋아해요."

상처받았는지 다시금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고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이제 끝이라 생각하고 애빈을 지나쳐가던 그를 한마디의 말이 붙잡았다.

서애빈

"너랑 만든 추억들이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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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저도요."

서애빈

"좋은 사람 만나."

서애빈

"동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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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네."

서애빈

"미안했어."

지금 상황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을 들었다.

나무 뒤에서 우리를 촬영하는 감시자를 속이기 위해 일부러 모진 말을 했다.

오히려 내가 미안해야 되는 이 상황에서 너는 대체 왜...

애빈을 두고 집을 향해 뛰었다.

새벽 공기의 차가움이 동현을 나무라듯 온몸 곳곳을 할퀴었다.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애빈을 기다리자 훌쩍이는 애빈이 다가왔다.

서애빈

"오빠, 염치없는데 나 좀 도와주라."

지금껏 본 적 없는 펑펑 우는 애빈의 모습이었다.

서애빈

"오빠는 나 싫어할 거고 이런 내가 기가 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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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애빈아, 그거 다 진심 아니야."

동현도 살짝 울컥했는지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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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우리 감시하는 사람이 거기 있었어, 그래서 그랬어. 미안해."

그가 어깨를 토닥이자 애빈이 품 안에 들어와 얼굴을 파묻었다.

서애빈

"그거 알아? 나 중학생 때 왕따 당했는데, 그때 오빠가 나 도와줬다?"

서애빈

"걔네 고소할 용기도 주고, 노트도 주고, 나 지켜주고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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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그 사람이 너야?"

애빈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동현의 손이 애빈의 양 어깨를 감싸며 더 깊이 안았다.

고개를 숙인 그는 우는 듯했고 애빈도 동현의 어깨를 적셔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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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도와줄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무조건 네가 도와달라면 다 도와줄게."

애빈이 품에서 어느 정도 헤어 나와 그와 눈을 맞췄다.

서애빈

"왜 또 울어."

그의 얼굴을 손에 쥐고 손가락으로 눈물을 어루만졌다.

그때 동현이 얼굴을 가까이했고 입이 맞닿았다.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입을 벌려 깊은 입맞춤을 했다.

애빈의 숨결에서 나는 술 냄새마저 그를 취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네가 오늘 일을 기억 못 해줬으면 좋겠다고 나지막이 생각했다.

술김에 도움을 건넸다 해도 멀쩡해진 아침이면 다시 혼자 하려고만 할 것 같아서.

어쩔 계획이냐는 질문에 네가 반대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완결이 오고 있습니다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