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린 옆집 과외 선생님
#9_만취


식당 안에는 똑같은 과잠바를 입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마 식당 전 테이블에 에비뉴 대학 학생만 있는 것일 거다.

서애빈
"으... 사람 너무 많네..."


이채령
"엇? 애빈이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데 채령이 아는 척을 해왔다.

서애빈
"너 아동교육관데 왜 여깄어?"


이채령
"법학과랑 아동교육과 입학생 적어서 같이 한다 했잖아. 그래서 있지."

서애빈
"아, 맞다..."


이채령
"법학과는 저쪽 테이블인 것 같네, 이따 보자."

채령은 법학과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집어주고는 반대쪽으로 향했다.

애빈도 채령이 가리킨 테이블로 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애빈
"여기 법학과 맞아요?"

?
"네, 신입생이면 저기 앉으시면 돼요."

애빈은 비어있는 자리 중 테이블의 제일 구석으로 갔다.

사람들 모두 어색해 보였고 간단하게 옆 사람과 자기소개를 하는 듯했다.

.

자리가 모두 차오르고 한 사람이 와서 진행을 시작했다.

?
"신입생들 한 명씩 일어나서 자기소개합시다!"

첫 번째 주자는 애빈이었다.

서애빈
"20학원 서애빈입니다! 다들 친해지고 싶습니다."

박수소리가 이를 뒤따랐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기소개는 진행됐다.

친화력 갑인 애빈은 모든 이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 분위기를 업 시켰다.

서애빈
"다들 무사히 졸업하자고! 건배!"

사람/사람들
"건배!"

여러 테이블로 흩어져도 그녀가 있는 테이블은 제일 밝았다.


박우진
"애빈 씨!"


박우진
박우진/22세/에비뉴 대학 법학과 18학번

서애빈
"엇, 우진 씨? 왜 여기에..."


박우진
"저도 여기 학생이에요, 법학과 18학번."

서애빈
"아아... 그러셨구나."

우진은 자연스럽게 한자리 남아있는 애빈의 옆에 앉았다.


박우진
"분위기 제일 좋은 테이블 골라 온 건데 있으실 줄은 몰랐네요."

서애빈
"제가 좀 밝거든요, 친구 사귀는 것도 좋아하고."


박우진
"제가 후배님들 술 한 잔씩 따라드릴까요?"

사람/사람들
"오오."

우진은 가까이 있는 술병을 들어 비어있는 잔에 술을 가득 채워줬다.

애빈은 그를 보며 좋은 사람 같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박우진 어딨어! 야!"


박우진
"저 이만 갈게요, 다들 재밌게 놀아요!"

친구의 부름에 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친구에게 다가가자마자 그는 어깨동무를 당하며 끌려갔다.

사람/사람들
"애빈이 너 저 선배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서애빈
"도서관에서 한번 뵌 적 있어!"

사람/사람들
"너한테 관심 있으신 거 아냐? 너 보면서 계속 웃으시던데?"

서애빈
"아는 사람 본 게 반가워서 그러실 거야."

사람/사람들
"좋게 생각해 보지그래? 저 선배가 너한테 관심 있는 거라고."

동기는 관심이라는 단어를 한 글자씩 끊어 말하며 강조했다.

그에 애빈은 술만 홀짝이곤 눈을 피했다.


?
"여기서 술 잘 마시는 사람 나와봐!"

딱 봐도 20학번 새내기가 아닌 한 사람이 소리쳤다.

가장 가까이 있던 테이블 중 다 엎드려 있거나 푹 퍼져 있는데 혼자 꼿꼿이 앉아있는 애빈이 눈에 띄었다.

?
"술 잘 마시나 본데?"

서애빈
"아...아닙니다."

선배는 애빈의 앞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
"5만 원 빵으로 술내기 하자."

서애빈
"아뇨, 10만 원이요."

그녀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
"오케이 좋아!"

오늘따라 유난히 술이 잘 들어간 터라 애빈은 자신만만하게 금액을 높였다.

이리하여 내기가 성립되었고 둘은 이를 갈았다.

.

..

서애빈
"선배님 얼굴이 빨개지셨는데요?"

?
"애빈 씨야 말로 말 어눌해진 게 딱 봐도 취했는데?"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둘은 잔을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했다.

소주를 한잔 더 들이키려는데 어디선가 벨 소리가 울렸다.

서애빈
"앗, 저 잠시만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고서 귀에 가져다 댔다.

서애빈
"여보세요?"

"누나, 아직도 안 들어오셨어요?"

서애빈
"응, 신입생 환영회 중이거든."

"지금 몇 신지 아세요?"

서애빈
"엄... 새벽 2시?"

"맞아요, 언제까지 있으실 거예요?"

서애빈
"술 내기 끝나면 가려고 했는데."

"누나가 괜찮으시면 제가 데리러 가려 하는데 괜찮으세요?"

서애빈
"진짜? 그럼 나야 든든하지."

"어디에요 거기?"

서애빈
"참새 호프집!"

"네, 갈 테니까 술 내기 상대 이겨놓으세요."

서애빈
"응! 끊어~."

툭

전화가 끊어진 애빈의 앞에는 환상적인 비율의 소맥이 담겨있었다.

?
"애빈 씨 가야 되는 것 같아서 마지막 한방이야. 만약 둘 다 다 마셔버리면 무승부로 하자고."

서애빈
"...좋습니다 선배님."

그녀는 겁 없이 커다란 잔을 들어 조금씩 들이키기 시작했다.

앞에 앉은 선배도 애빈을 따라 입을 댔다.


.

..

술은 이미 취할 때로 취한 상태, 배는 배대로 부른 상태.

둘은 막상막하로 자신의 고생길을 펴가고 있다.

?
"후... 막판 스퍼트!"

그는 남아있던 모든 것을 다 비워내고 식탁에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놨다.

사람/사람들
"오오올~!"

주위에서 환호성이 들렸고 애빈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아직 반이나 남은 걸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서애빈
"후... 저도 가겠습니다."

승부욕이 하늘을 찌르는 그녀는 반쯤 미친 눈으로 잔을 바라봤다.

서애빈
"으앗?"

어느새 잔은 애빈의 손을 벗어나 다른 이의 손에 쥐여졌다.


김동현
"흑기사 가능해요?"

?
"네? 네..."

흑기사가 된다는 말에 동현은 남아있는 것들을 모두 끌어마시고 탁자에 내려놨다.

사람/사람들
"오오올..."


김동현
"애빈아 가자."

서애빈
"어? 엉..."

애빈은 물건을 바리바리 싸 들고 동현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서애빈
"술 들어가는 게 멈추니까 기운 확 올라온다~!"

애빈은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김동현
"누나 쉿쉿."

서애빈
"쉿!"

이러고는 혼자 키득거리며 웃는 애빈이었다.

서애빈
"동현이는 누나 걱정돼서 지금까지 안 잔 거야?"


김동현
"깨어있는 김에 신경 썼는데 누가 들어오는 소리가 안 들려서..."

서애빈
"오오올~, 나 감동받았잖아!"


김동현
"그리고 이모가 부탁하고 가시기도 했어요, 모자란 딸내미 잘 부탁한다고."

서애빈
"으잉? 엄마도 참..."

혼자 비틀거리던 애빈은 한 건물에 기대앉았다.


김동현
"으아... 뭐 하세요..."

동현은 그녀의 양쪽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려 애썼다.

서애빈
"동현아 내가 잠들어도 나 버리지 마..."


김동현
"잠들지를 마세요."

결국 애빈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동현의 등에 업혔다.

서애빈
"금요일에 개학 시키는 이유가 이거였나..."


김동현
"진짜 그 이유일 것 같은데요..."

서애빈
"아이고..."


김동현
"근데 누나. 요즘에 우리 동네에 강간범 돌아다닌 다는 소문 있잖아요, 좀 조심해서 다녀요. 새벽에 무방비 상태에서 만나면 어쩌려고요?"

서애빈
"으으... 잔소리..."


김동현
"귀담아들어요, 늦게까지 술 마시고 큰일 당하지 말고."

서애빈
"그럼 우리 동현이가 매일 데리러 오면 되겠네, 아유 좋다..."

애빈은 숨을 깊게 내쉬고 동현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김동현
"...자요...?"

그렇다. 잠들어버린 그녀였다.


털썩

겨우겨우 애빈을 침대에 눕혔지만 삐져나온 다리 탓에 신부 안기를 다시 들어 정중앙에 눕혀주었다.


김동현
"하이고..."

오랜만에 힘쓴 탓에 고생한 것이 훤히 드러났다.


김동현
"같은 집에 있으면 불편하실 수도 있으니까 웅이 형 자취방 가야겠네..."

편하게 대자로 누운 그녀를 보고 피식 웃다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