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멋지면 다야 잘생기면 다야



김태형
뭘 숨기고 있어?


한예화
…어?

당황스러움에 눈만 끔적거리고 있자 김태형이 나를 방 안쪽으로 민다.

바람으로 휭 날려버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쳐야 하나, 그림처럼 벽에 짜부된 걸 피했으니 그건 좀 감사하다.

김태형은 빠르게 방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박지민을 종잇장처럼 후웅, 하고 들어올린다.


박지민
씨발, 뭐야.


김태형
내가 할 말인데. 정신이상자 새끼가 여기 있어도 되나?


한예화
아, 하지 마! 하지 마 좀!

내가 사이로 팔을 후적거리면서 달려드니, 김태형의 신경이 박지민에게서 떨어지는 덕분에 허공에 멱살이 잡혀 있던 박지민이 아래로 내려온다.


한예화
쟤 아까 루카스, …아니 류컬스한테 오지게 쳐맞았어요.


한예화
니가 더 때리면 피떡 돼, 이 새끼야! 진정해!

나의 열렬한 팔길질(?)에 진정을 하는지 마는지, 김태형은 연신 내 뒤쪽을 쏘아보기 바쁘다.

아 좀 하지 말라니까 진짜. 얘네는 웹소설 주인공이면서 성격이 다 개구리 왕눈이를 빼다 박았나? 왜 다 성격이 청개구리래?

내가 진지하게 세계관 일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새에, 내 뒤에서 잠자코 있던 박지민이 묻는다.


박지민
…너 쟤랑 친해?


한예화
당연히! 지민이랑 더 친하지.

여기에서 김태형이랑 친하다고 했다간… 박지민의 모가지는 물론이요 김태형의 모가지도 또각, 하고 빼빼로사 당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도 과로로 사망하겠지. 여기 있다간 심장이 터지다 못해 풍선화되겠어.

내가 은근히 양 팔을 덜덜 떨면서 우리 지민이 건드리지 마세욧! 하는 포즈를 취하자, 김태형이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분명 웃고 있는데 곧 나를 날려 버릴 거 같은 저 표정은 뭘까. 저 새끼가 참또라이가 아닌 이상 환자 둘을 두드려패진 않겠지?

혹시나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봐 급하게 설명을 덧붙이는 내 모습이 참 비열해 보인다.


한예화
나랑 얘랑 둘 다 환자다.


김태형
근데?


한예화
선빵 노노. 우리 말로 해결하자, 말로.


한예화
나도 너한테 빡친 거 많으니까 말로 해. 우리 토론회라도 열까?


김태형
빡친 거, 뭐? 아까 내가 운 걸로 좀 풀어 주면 안 되나. 김태형 눈물 보기 쉬운 거 아닌데.


박지민
…쟤 울었어?

박지민의 목소리가 꼭 콘서트 티켓팅하는 내 친구 같다. 아주 격양되어 있구나? 으응….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난감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지민
왜?

그걸 또 오와 열을 세워 설명해줘야 이해하겠니.


한예화
그런 게 있어.


박지민
왜 나한테 비밀 만들어?


김태형
왜 날 앞에 두고 니네끼리 얘기해.


한예화
아, 좀 그만해…. 심리적 고통….

여주인공이랑은 조금 다른 의미지만, 남주들 사이에 둘려쌓여있는 것도 세상 고난이구나.

잘생겨서 욕도 못 하고 내가….


한예화
지민아, 비밀 아니야. 그리고 김태형.


김태형
어.


한예화
진짜, 하, 내가 할 말이 정말 많은데 결론만 말한다. 넌 여기 쳐들어온 거야.

내 말에 수긍하긴 하는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김태형이다.

시발, 이제 싹 다 내 눈 앞에서 사라져줬으면. 슬슬 벨라도 갔으려나.


한예화
그리고, 어… 나 이제 좀 쉬고 싶거든?


김태형
근데?


한예화
…쉬고 싶다니까?


김태형
그래. 근데?


박지민
나가.

어이쿠, 내 말 인터셉트 당해버렸다. 뭐 어때.


김태형
나도 여기 놀러 온 거야. 놀다 갈게, 그럼.


박지민
…니가 왜?

지민아, 네가 근 한 달간 한 말 중에 가장 내 맘에 드는 말을 했구나?

나는 김태형이 그 말을 장난으로 했기를 바랬다. 정말, 진짜, 온 마음을 다하여. 근데 장난이 아니었다.


김태형
박지민. 좀 똑바로 못 만들어?



박지민
미친 새끼가 진짜… 왜 학교에 스토브를 가져오는데? 반입 가능 물품이긴 하냐?


김태형
놀러 왔다니까.


한예화
…하.


김태형
아, 터졌잖아! 집중해서 하라니까?

진짜 시발 좀 나가 줬으면 좋겠다.

욕실에서 파자마로 갈아입고 나오니, 김태형은 뭔가 이상한 걸 한가득 쟁여들고 있었다.

저런 걸 대체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는 물품이 한가득이다.

대체 저 색색깔의 약품들은 무엇이며, 과학실에서도 못 볼 법한 가지각색의 모양을 한 저 플라스크들은 또 무엇이며.

게다가 저 박스에는 또 뭐가… 말을 말자.

사실, 말은 태연하게 해도, 나도 사람인지라 먼젓번의 감정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었다.

김태형만 떠올리면 내가 떨어지던 그 순간, 마지막으로 봤던 웃는 얼굴이 눈 앞을 스쳐간다.

박지민만 떠올리면 문을 열었을 때, 미친 것 같은 양의 피와 함께 눈을 마주쳤던 박지민의 무서운 표정이 보였다.

그래서 김태형과 박지민의 얼굴을 보고 즐겁게 물약들을 만든다는 게 마냥 즐겁진 않았다. 오히려 따지자면 짜증을 더할 뿐이지.

하지만….


한예화
왜 나랑 놀고 싶은 건데?


김태형
영업 파트너잖아.


김태형
너랑 있으면 이여주가 널 나쁜 사람으로 볼 거 아냐.


김태형
그래서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고.


한예화
그래. 그게 땜빵용 이유라는 뜻이구나.



김태형
그런 셈이지. 알면 묻지 마.

…저렇게 떠드는데 어떻게 상세한 걸 물어보겠냐.

난 그냥 잠옷 차림으로 양반다리를 하고 걔들 앞에 가만히 앉았다.

불도 안 보이는데 공중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플라스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정적을 깰 만한 질문이 생각났다.


한예화
지민아.

지금 생각해보면 좀 엉뚱했기도 하다.


한예화
왜 그랬어?

김태형은 깃털을 휘젓는 데에 집중하여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박지민
왜 그런 걸 묻고 그래.


한예화
아니, 그냥. 나도 봤으니까 목격자로써 책임감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박지민
옛날 한예화 같네. 말하면 고쳐 줄 거야?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잖니.


한예화
…들어 주긴 할 거야.

박지민은 무심하게 스포이드에 담긴 약품을 한 방울 토옥, 그릇 위에 떨군다. 원하던 색이 아닌지 그가 인상을 찌푸린다.

여기 애들은 이렇게 노는 게 자연스럽나 보네. 어이쿠, 형광 초록.


박지민
그냥.


한예화
…그냥?


박지민
그냥, 내가 진짜 미친 놈인가 보고 싶어서.


한예화
앞으로는 그런 거 하지 마.

박지민은 나에게 그 파란 눈동자를 맞춘다. 잠시 후에, 시선이 다시 내려간다.


박지민
알았어.


한예화
…약속 꼭 하고.


박지민
알았어.


한예화
위험하면 연락하고.



박지민
자꾸 걱정하지 마. 그러면 내가 또 너 잡아놓고 싶어지잖아.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방법으로 연결되는 건데!


한예화
…그으래.


김태형
니네 진짜 어색해.


한예화
닥쳐.



김태형
아니, 맘에 든다고. 어색하고 좋네.

뭔 개소리야 저건 또…. 김태형을 짜게 식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가벼운 탄산의 소리가 병 안을 울렸다.


한예화
오!


박지민
완성됐나 보지.


김태형
아무나 먹어 봐.


한예화
…미쳤어? 저거 아무거나 넣은 거 아냐? 안전해?

혹시나 걸릴 내 식도와 위를 걱정하던 참에 박지민이 나를 내려다본다.


박지민
학생은 독성 없는 재료만 구매 가능해, 바보야.

아, 예.


김태형
그래서, 한예화가 마시기로?


한예화
나 너 진짜 싫어.

차가운 시선이 뚫어박히는 것도 눈치를 못 챘는지, 김태형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초록빛이 감도는 물약을 내게 내민다.

원 샷해, 아가씨. 라고 말한 입술이 둥글게 미소를 짓는다.

님, 이거 형광 초록색이에요.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데 무슨.


김태형
그냥 좀 받아, 나 팔 떨어져.


한예화
내가 이걸 먹고 잘못되면 박지민이 널 가만 두지 않을 것이야.


박지민
그렇게 말 안 해도 만들 생각이었어. 미리 준비해둘까?


김태형
걱정 마. 내가 이겨.



박지민
씨발 내 저걸 진짜….

후, 하, 후 하. 숨을 몇 번 들이쉬고, 코를 틀어쥔 채 나는 그 이상한 물약을 목으로 넘겼다.

뭔가 사이다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선배님 이름은 뺄게요! 음료수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먹다 보니까 뭔가 단맛이 점점….


한예화
어?

이거 헬륨 주슨가?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졌다. 꼭 어린 소녀를 연상시키는 음으로 말이 나온다.

이, 이게 뭐시여? 내가 알던 스프라이트 맞아?


한예화
이게 무슨 일이야?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마구 주절주절거리고 있는데 김태형이 문득 뒤를 돈다.

한참 문을 바라보더니 장풍이라도 쏜 건지 문을 콰앙 열어재낀다.


한예화
야, 우리 기숙사 문…!

짝 떨어져, 라고 말하기도 전에 들어온 대상이 입을 열었다.


이여주
…태형아?

갸앙, 드디어 새 편을 가져왔어요! 이번 편은 태형이와 지민이와의 관계 회복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네요.

여러분! 이 이쁜 배경! 보이시나요! 우리 이쁜 지아 애기님이ㅠㅠ 오픈채팅 개인 방으로 팬아트를 보내주셨어요ㅠㅠ!

순서대로 지민이, 예화, 정국이, 태형이, 윤기인 것 같은데 다들 너무 귀엽게 표현을 잘 해주신 것 같아서 너무너무 고마워요ㅠㅠ

다시 한 번 지아님께 감사드리며, 이번에는 공지 사항이 있어요!

제가 대슈스 작가님들이신 해들님, 여왕오빠님, 아미랜드님, 빵빵님과 함께 합작을 하게 되었어요~

제목은 뭇별이고, 바로 다음 화가 인예 차례랍니다.

다들 뭇별 작품 많이 보러 가주세요! 구독은 잊지 않고 해주시기, 알고 계시죠?

오늘의 작가는 관전중도 보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시길 바라며, 애기님들께 늘상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그럼 다음 화에서 뵈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