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이만 뷰&애기 이백 명) 초콜릿 대작전



한예화
초콜릿을 만들자!



박지훈
…뭐?

내 말을 들은 박지훈의 목소리가 힘껏 구겨졌다. 마치 이 미친 년은 뭘까 싶은 느낌이다.

그래, 그럴 만하지. 병문안 온답시고 쓰러진 지 사흘 만에서야 왔는데 하는 소리가 듣도 보도 못 해본 음식을 만들자는 소리라니.

이 문장의 전말은 그랬다.

난 눈이 안 보인 지 사흘이 되었다. 엑스트라들은 다행히 하루 이틀만 들르고 오늘은 오지 않는다.

그 동안 밥도 열심히 먹었지만(물론 남이 먹여 주는 걸), 김태형과 민윤기, 전정국은 보지 못했다.

당이 극적으로 떨어진 나는 배에서 부르짖는 당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말해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박지훈은 듣자마자 뛰쳐나간다거나 하는 짓은 해주지 않았다. 후!


박지훈
왜 나한테 말하는진 둘째 치고, 그… 초, 초콜릿이 뭔데?


한예화
우주에서 제일 달콤한 과자야. 만들 거지?

내 말에 박지훈이 살짝 움찔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뭐 어때. 어차피 잘 안 보여서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있던 그는 한숨을 깊게 쉰다.


박지훈
무슨 재료가 들어가는데?


한예화
음, 어. 잘 모르겠는데. 우유랑 카카오랑 버터…?


박지훈
우유랑 버터는 알겠는데, 카카오?


한예화
김석진은 알 걸? 김석진 데려와서 물어보자.

왠지 모르겠지만 김석진은 요리를 잘 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초콜릿이 뭔지 알기도 하고.

박지훈이 김석진을 데리러 간다며 나간 참에, 나는 초콜릿을 얼마나 만들지에 대해 고민했다.

우선 재료는 사야 할 것 같고, 오늘이 금요일이니 내일이면 가능하겠네. 흐음.

입 속에 맴도는 그 달달한 맛과 카카오의 향, 그리고 녹아들어가는 그 느낌까지….

인기 폭발이겠네. 입맛을 다시던 중 김석진과 박지훈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허연 게 문 옆으로 비친다.


한예화
왜 안 들어오고 있어?


김석진
아, 보여?


한예화
…야, 그건 보여.

갑자기 욱한 내가 어서 들어오라고 아우성을 치자 그들은 천천히 발을 들였다.


한예화
야.


김석진
어?


한예화
초콜릿 알지?



김석진
응, 알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


한예화
그걸 만들 거야. 우리가.


김석진
응?

김석진은 눈을 댕그랗게도 뜬다. 진정해, 친구. 눈 빠지겠네. 내 눈에도 보일 정도면 얼마나 심각한 거니.

나는 천천히 숨을 쉬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한예화
초콜릿에 들어가는 재료, 알아? 만들어 본 적 있어?


김석진
으응, 학교에서 초콜릿 케익을 만들 때 한 번. 그런데 이곳에서는 가능할지 잘 모르겠어.


한예화
뭐뭐가 들어가는지 알려줘.

김석진은 무언가 고민하나 싶더니 말을 꺼냈다.


김석진
코코아 파우더랑, 버터, 슈가 파우더, 설탕, 우유, 그리고 물만 있음 돼.


한예화
좋아. 그게 전부 이 세계에 있어?


김석진
다른 건 봤는데 코코아 파우더는 본 적이 없어.


김석진
이 대륙에는 카카오 같은 건 자라지 않아서, 코코아 파우더를 얻을 수가 없거든.


한예화
흐음.


박지훈
난 니네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박지훈은 한참을 듣고만 있다가 우리에게 태클을 걸어온다. 에이, 뭐 어때.


한예화
뭐, 인생을 살면서 모든 걸 다 이해할 순 없는 법.

내 말에 박지훈은 더 혼란스러워 보였다. 난 그저 고개를 몇 번 도리젓고 말았다.


한예화
요리하는 데는 있어?


김석진
으음, 이 층에 내려가면 있어.


한예화
흐음.


한예화
카카오 파우더는 그럼 아무래도, 나가 봐야겠네.

한예화가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일부러 한 달 동안 안 나갔는데… 초콜릿을 위해서 나간다, 내가.

나는 숨을 몇 번 들이쉬고 걔네한테 나를 데리고 나가달라고 할… 참이었다.

앗참, 나 앞 안 보이지.


한예화
…너네가 좀 사올래?


박지훈
뭘.


박지훈
외출증 끊고 같이 나가, 셋 정도 나간다고 뭔 일 생길까.


한예화
나 어떻게 걸어?


김석진
뭐, 우리한테 다 떠넘길 생각이었어?

박지훈이 방법을 알려주고 김석진이 팩트로 때린다. 완벽하네. 쿵퍽쿵퍽.

멋쩍게 머리를 긁은 나만 무안해졌다.


한예화
음, 그건 아니지만서도. 나 어떻게 걷는데?


김석진
예화야.

웃음 섞인 김석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석진
여기도 휠체어 있어.

생각보다 간단하게 외출증을 따 왔다. 내가 환자인 걸 생각하면 후한 처사였다.

아, 간단하게는 아닌 거 같다. 박지훈이 많이… 음, 따졌으니. 이종석 선생님은 귀찮다는 듯이 들으시다가 알았다며 박지훈에게 세 장의 외출증을 떼 주셨다.

호호, 개이득! 어쩜, 친구도 이렇게 잘 두니. 한예화. 나한테 선견지명이 있나.

한참을 걷기를 노력하다 겨우 병실 침대부터 바로 옆 소파까지 가서 겨우 쉬고 있는데, 노란 앞통수가 눈에 들어온다.


김석진
자.

그가 나에게 건넨 것은 알삐바바가 타고 다닐 것 같은 고급스러운 원단의 양탄자였다.

오오, 촉감으로도 알 수 있는 이 부드러움. 비싼 물건의 냄새가 난다.

난 말을 하지 않고 그 노란 머리의 면상이 탈인간적인 사람에게 좋아요를 날려 주었다.


한예화
근데 이게 뭐야?


김석진
마법 양탄자.


한예화
…그니까, 어디다가 쓰는 거라고?


김석진
아.

김석진은 절로 귀가 힐링되는 목소리로 아저씨마냥 껄껄 웃더니 내 손을 잡는다.

굉장히 설레긴 하는데, 남의 손 막 잡고 그래도 되는 거지? 그 전에 나 손에 쥐가 났거든?

나는 김석진의 움직임에 끌려 양탄자 위로 앉혀, 아니 얹어, …던져졌다.

다, 다리가! 다리가 아프다 다리가! 마이 레그 헐트! 내 고통스러운 눈빛을 쌓인 눈 밟듯 즈려밟아버린 김석진은 양탄자 끝을 톡톡 두드린다.


한예화
우오오옥, 오오옥!

미친, 진짜 알삐바바였어!

양탄자는 서서히 부웅 떠오르더니 내 몸을 감싸듯이 밀어올린다. 공중에 둥둥 뜬 양탄자가, 김석진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움직인다.

이이런 미친, 이건… 이건 천국이자낭?


김석진
따라와, 멍멍아.

나는 그렇게 뽀삐가 된 기분으로 김석진과 박지훈에게 끌려가듯이 밖으로 출발했다.

우왕, 우왕. 우왕.

나는 뺨에 닿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사람들 사이로 둥둥 떠갔다.

지금 서 있는 곳은 비아의 한 먹거리 장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꼭 한국 시장 같다. 고소한 냄새와 달큰한 냄새가 있는 힘껏 코로 들어온다.

후후후… 그 번데기들, 꽤나 징그러웠지. 후후후.

나는 개같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가만히 눈을 감고 가고 있었다.

그 때, 한 엑스트라 상인의 외침이 귀에 꽂혔다.

엑스트라
새로 들어왔습니다! 새로 들어왔어요! 머나먼 대륙의 작은 섬, 열대과일 가루입니다! 보고 가세요!

미친, 열대과일 가루?


한예화
야! 저 쪽, 저 쪽이야. 열대과일 가루.


김석진
오케이. 내가 사 올게.

김석진은 친절하게도 직접 가서 코코넛 파우더를 내 품에 안길 만치 사다주었다.

이, 이 선량한 사람. 눈물이 다 나네.

괜히 소녀 감성에 젖어 훌쩍이며 종이 봉투에 코를 붇었다. 내가 꼭 껴안은 코코넛 파우더에서는 달콤한 향이 났다.

자연스럽게 유토피아의 이 층까지 걸, 아니 날아가서, 나는 싱크대 근처 의자에 깔끔하게 착석했다.

싱크대로 어깨를 올려 손을 씻고, 손을 탁탁 닦으며 나는 말했다.


한예화
이제 초콜릿을 만들어 볼까?

…과정은 생략한다. 여섯 번은 족히 망쳤으니까.

세 번 망쳤을 때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이제서 예쁜 판 초콜릿을 입에 무니 온 마음이 정화된다.

여섯 번째, 만든 지 두 시간 반쯤 지났을 때에야 우린 일곱 개쯤 되는 판 초콜릿을 얻을 수 있었다.


한예화
이힌, 호홍에시다!

나는 너무 기쁜 마음에 입에 초콜릿을 한가득 문 상태로 「미친, 초콜렛이다!」 를 외쳤다.

이건…이건 공유의 맛이로구나! 공유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난다!

초콜릿 색 립스틱을 바른 한예화의 얼굴 따위를 상상하며, 나는 김석진에게 말했다.


한예화
이, 이거어….


박지훈
삼키고 말해.

알았어 이 새끼야. 나는 부러 꾸울떡 길게 침을 삼켰다.


한예화
이거, 애들 나눠주고 반응 보자.


박지훈
좋네 그거.

그렇게 우리의 초콜릿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한예화
똑똑.


전정국
…….

참 저 새끼다운 발언이다. 발언이 아닌가, 침묵인가?

갑자기 찾아온 우리에 전정국은 그저 입을 꾹 다문다. 눈 때문에 표정은 똑바로 못 보겠지만, 아마 이 새끼들 뭐야 같은 표정 아닐까.

내가 양탄자에 타서 둥둥 뜬 상태로 있는 게 꽤나 우스워 보였는지 웃음기를 담은 목소리를 한 전정국이 말한다.


전정국
…뭐.

이야, 참 저 새끼다운 발언이다!

나는 멘탈을 무너뜨리지 않고 당당히 버티며, 우악스럽게, 내 심정을 잔뜩 담아 초콜릿을 부러트렸다.

투두둑,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전정국
그게 뭔,


한예화
이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나는 왼쪽 손으로 김석진에게 사인을 보냈다.


김석진
이 세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한예화
이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박지훈
…니네 언제 짰냐?

이제 박지훈의 눈빛 정도야 뭐, 철판 깐 듯 막아낼 수 있었다.


한예화
사랑과 진실, 어둠을 뿌리고 다니는!


김석진
포켓몬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

나는 멋진 포즈로 호기롭게 쇄골 위에 손을 올렸다.



한예화
나, 예화!



김석진
나, 석진!

오호, 김석진 잘 받아주는데! 난 속으로 이 포켓몬스삐 로이도 울고 갈 만한 김석진에게갈채를 보냈다.


한예화
우주를 뛰어다니는 우리 로켓단들에겐!


김석진
아름다운 미래,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박지훈 쪽을 바라봤다. 그도 나를 바라본다. 대충 쟤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뭐 어때, 나는 간단하게 내 용건을 말했다.


한예화
어서 난 지훈이다옹 해.


박지훈
…뭐?


한예화
난 지훈이다옹 해.


박지훈
뭔 개소리야, 그걸 내가 왜 해?


한예화
해.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박지훈은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욕을 몇 번 뱉더니 말한다.



박지훈
난… 후, 난 지훈이다, 옹.

난 멋진 포즈로 허리를 짚었다. 후후, 어떠냐 우리의 개 멋진 자기소개가!

전정국은 다행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잘생긴 입술에 초콜릿을 쑤셔박을 기회를 노렸다.

엇, 말 시작한다!


전정국
왜 갑작, 읍!

난 타이밍에 맞추어 대충 입술로 불그스름하게 보이는 곳에 큰 초콜릿 조각을 던져넣었다. 사레가 들린 듯이 콜록거리던 소리가 점차 잦아들고,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정국
…헐.


한예화
쩔지?


전정국
뭐야?


한예화
초콜릿.

난 자랑스럽게 우리의 발명품을 소개했다. 후~ 짜릿!

그 현상을 민윤기와 김태형에게도 반복했다. 거의 똑같은 반응을 보였으나, 둘은 좀 달랐다.

먼저 민윤기.


민윤기
…뭐야?


한예화
초콜릿.

그는 초콜릿을 간단히 씹어 삼키더니, 짧은 감탄사를 흘린다.

그래, 너무 심하게 맛있지?


민윤기
달다.


한예화
맛있지?


민윤기
…….

민윤기는 가만히 있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동작을 하더니, 뭔가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우리에게 잘 들리지 않았다.


민윤기
…줘.


박지훈
뭐라고?



민윤기
…조금만 더 줘.

살면서 그렇게까지 남자가 귀여워본 적이 없었다.

이번엔 김태형의 반응에 대해서 설명해보자.

김태형은 날 보자마자 굳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김석진을 보고 다시 괜찮아진 듯 보였다.

나는 똑같은 대사를 그에게 했다.


한예화
아름다운 미래,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흐흥,

……?



김태형
귀엽다.

오 시발. 이건 너무 예상 못 한 반응인데?

뭘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나는 그저 공손하게 초콜릿 조각을 건넸다. 이제 이런 또라이적인 행동도 못 하다니, 요조숙녀로 탈환이당!

그는 초콜릿을 한 입 베어물더니 내가 든 초콜릿을 다 가져가버린다.


한예화
이씨, 내 거까지 다 가져가버리냐. 나쁜 새끼!


김석진
더 만들어줄까?

으음, 그럴까. 나는 가만히 고민하고 있었다. 그 틈을 타 박지훈이 나를 다시 조리실로 데리고 간다.


박지훈
더 만들자. 이거 재밌네.

김석진이 뒤에서 웃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단 것만 밝히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나도 따끔거리는 눈을 휘며 웃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초콜릿 대작전, 성공이겠지?

이만 뷰, 이백 구독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이번 편은 조금이나마 달달한 초콜릿 대작전으로 준비해봤어요. (총 오천 오백 삼십 자)

히히, 사실 전부터 계획은 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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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반 팬픽으로 신작을 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좀비 학교물 팬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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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독자 여러분.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