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박지민 맛 박하 향, 조지안 맛 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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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소원은.

김태형은 말에 뜸을 들이고, 가만히 내 앞에 서 있더니. 다시 숨을 한 번 내쉰다.

설마 이 새끼 진짜 노예계약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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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유토피아에서 나가는 날, 그 때 내 소원을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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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흐음. 약 한 달쯤 뒤겠네. 근데 그렇게까지 기간이 많이 필요한 소원이야?

대체 뭘 시키시려고.

내가 고민하듯이 턱을 감싸쥐자, 김태형이 가만히 서 있다가 내 곁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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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야,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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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보고 싶은 거 봤으니까, 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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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 이여주 갔구나….

나는 손을 뻗고 있다가 다시 떨궜다. 그래, 쉬어야지. 다음 교시를 위해서.

나도 얼른 레임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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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흐어어.

내가 힘든 기색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양이처럼 잽싸게 누군가가 나에게 달려온다.

살짝 겁먹었지만, 뭐 박지민이겠지. 하고 고개를 돌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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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머리가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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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박지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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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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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니야. 누가 밀쳐서 잠깐 넘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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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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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거야,

어이쿠. 자연스럽게 주제가 샐 뻔. 얘한테도 설명은 해 줘야지. 그래도 한예화네 친구라는데,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박지민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박지민도 천천히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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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지민아,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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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절교하자는 문제는 아닌 거 같네.

오, 바늘로 찔린 듯 뜨끔. 근데 비슷한 문제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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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나, 유토피아 나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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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라고?

박지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래, 미안하다 미안해. 이럴 줄 알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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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김태형 꼬시러 갔었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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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여주한테 엿 먹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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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니, 물론 그것도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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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내가 좋아해서.

이번엔 박지민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푹 떨군다. 그래, 사실 지금의 나도 김태형을 안 좋아한다면 거짓말이지. 연인 관계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문제지만.

그냥 잘생긴 연예인을 보고, 오빠 사랑해요!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이다. 저런 애를 보고 심장이 뛰거나 설레지 않는 것도 거짓말이고.

그렇게 따지면 김태형이나 박지민이나 전정국이나 비슷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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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서 오늘 이여주 앞에서 김태형한테 꼬리치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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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김태형이 널 밀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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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응. 근데 각본대로 움직인 거였어. 내가 걔한테 부탁했어. 나를 이여주 앞에서 악역처럼 만들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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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리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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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걔가 네 몸을 만졌어?

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박지민의 시선 끝이 와이셔츠 밑단으로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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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라고?

그는, 꼭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듯이, 한 손을 내 허리께 부분의 와이셔츠에 가져다대더니, 탁탁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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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보여. 구겨져 있어. 자연스럽게.

맞는 말이라 입을 달싹이는데, 말 할 틈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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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잡았나 봐, 아니면 안았거나.

돗자리 깔아라. 얘들아, 여기 영험한 도사 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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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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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왜 미안해. 누가 너 안 만졌으면 좋겠다는 거, 그냥 내 감옥이고 족쇄야.

그냥 왠지 한예화라면 이 때 사과할 것 같길래. 나도 그래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차마 그렇게 말 할 순 없으니까, 그냥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박지민이 한숨을 쉰다.

그리고는 잠깐 몸을 휘청인다. 하얀 머리카락에 여린 몸, 꼭 민들레 홀씨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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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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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 네가 나한테 그만 보자고 못 말하게 했어. 십 분 후에, 넌 나에게 그렇게 말하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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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 때 난 한예화한테 키스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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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라고?

키스요? 입? 쪽쪽? 그거? 그걸 나한테? 왜?

한 단어만으로 혼란에 가득 내가 게슈탈트 붕괴가 와 있을 때, 박지민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몸을 침대 기둥에 살짝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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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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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막 빙빙 돌아. 내 물건인데 내 소유가 아닌 거 같고, 다 사라지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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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싫다. 다. 한예화도, 나도, 김태형도….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민들레 홀씨, 그에게 내 한 마디는 북풍이 되어 거세게 불어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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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뭘 위해서 그 어두운 곳에서, 그 징그러운 곳에서 여기로 나왔나 싶고. 버팀목도 다 꽃잎처럼 떨어지는 거 같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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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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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한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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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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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블럭 기차놀이. 그거 나라고 생각하면 안 돼?

블럭 기차놀이? 그건 한국에도 있기야 했다. 중학교 올라올 때 이사 오면서 버린 걸로 아는데.

추억이 있기야 했지.

박지민은 머리가 침대 위로 떨어질락 말락 하며 나에게 계속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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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다락방에 넣어둬도, 화난다고 이리저리 집어던져도 다 괜찮으니까 쓰다 버리지만 마.

내가 널 어떻게 버리니, 넌 내 물건이 아니고, 난 네 주인이 아닌데. 박지민이 어디 옆 집 애가 갖고 놀다 버린 쥬쥬걸 인형도 아니고.

사실 말하고픈 건 산더미같았지만, 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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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블럭 기차놀이, 중고품은 안 팔리잖아. 나 새 주인 못 만나. 너 말고 새 주인 못 만나.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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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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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꽃잎놀이, 이제 그만.

떨리던 시선을 다른 어딘가로 던진 박지민이 침대 위로 쓰러진다. 약에 취한 듯이, 술에 취한 듯이 어지러워 보인다.

뭐지, 저게 조커의 부작용인가? 하루 앓아눕는단 게 저런 뜻이야?

나는 가만히 박지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그냥 그래야 할 거 같아서. 박지민이 터키색 눈동자를 허공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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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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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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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쉬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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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미래를 바뀐다고 감정까지 바뀌는 건 아니야. 알잖아. 어차피 너랑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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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제발.

박지민이 한 쪽 팔로 눈을 가린다. 꼭 내가 독감에 걸렸을 때 같은 행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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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무 오래 깨어있었다. 꽃잎놀이 하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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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제 겨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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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잘 시간인 거 같아.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 분 일 초도 잠들지 않았다. 잠들 생각이 없었던 것도 맞고.

미래가 정해져 있긴 한 건지, 십 분이 흘러 내 몸이 저절로 일으켜질 때까지 나는 잠에 들지 못 했다.

슬슬 나는 자아분열을 겪고 있었다.

아 눈 아파, 저 놈의 샹들리에는 왜 이렇게 삐까뻔쩍해서는! 그래, 샹들리에 탓이 아니긴 해.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으아아아앙,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다 지워줘요.

가만히 누워있던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박지민에게, 정확히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뭐라 말 할 의도는 아니었다. 그냥 어쩌고 있나, 보기만 할 의도였다.

잠깐. 박지민이 나를 품에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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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읍!

짧게, 차마 부정할 수 없는 감각이 입술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000일 때 잊고 살던 연애 세포가 갑자기 자존감을 드러내며 여기저기서 퐁퐁 튀어오르는 것만 같은 느낌.

알싸한 민트 향이 입술 위에 얹히면서,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재빨리 박지민을 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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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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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말했잖아.

진담이었어? 나는 고개를 도리저으며 빠르게 문 쪽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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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됐, 지? 됐으니까 나 이제 나간다. 옆 자리 앉지 마.

한 번 말할 때마다 입에서 페퍼민트 이파리가 춤추는 거 같다. 으아아. 으아아아.

박지민은 내가 입술을 벅벅 닦으며 문고리를 붙잡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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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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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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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버리지 마.

씨발, 뭐래!

난 빠르게 문을 열고 나가, 쾅 하는 소리가 날 만큼이나 세게 문을 닫아버렸다.

심장이 너무 격렬하게 뛴다. 녹아내릴 것만 같은 박하향. 자꾸 떠오르는 순간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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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 …읍!

박하 향, 박하 향. 으아아아아아악 시발 너무 생생해!

아, 아냐. 잊어. 잊어버려 한예화. 할 수 있어.

키스와 박지민. 그 흔한 빨간색 입술 모양과, 박지민의 그 비 맞은 고양이 얼굴이 뇌 속을 한바탕 뛰어다니고 있다.

으아아, 이 새끼들아. 그만 뛰어. 그만 뛰란 말이야.

아냐, 가까이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이런 시발! 오지 말라고 하였어 내가! 누가 나에게 가까이 오는가! 누가 말이야!

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는 내 정신 세계를 확실히 탑재하고선, 수학, 아니 그러니까 식물학 교실까지 달렸다.

평소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보다 이십 분은 일렀다. 썅, 식물들과 대화나 하고 있지 뭐.

온실 속에는 안개가 가득했다. 웜메, 이게 안개랴 미세먼지랴? 서울이라면 가능한 농도인디.

나는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모를 전라도 사투리를 입에 달고서, 온실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 일찍 잘 왔네, 여기 구경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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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하! 갈 필요도 없이 오네, 개 쓰레기 년!

아니다. 존나 괜히 일찍 왔다. 차라리 키스를 할, 아냐. 차라리 자고 있을 걸.

내 앞에서 씨익 씨익 웃어대는 저 녀석은 조지안, 분명 일회용 악역인 줄 알았는데 일회용이 아니다.

그리고 조지안의 뒤에는 엑스트라 몇 명이 대리로 붙어 있다.

엑스트라

조지안, 어떻게. 저 년 때려 죽여?

와, 험상궂은 면상이다. 양아치듀스 원오원 이런 거 하면 비주얼 면에서 바로 데뷔조로 뽑힐 만한, 뒷골목을 얼굴로 평정할 만한 면상들이 늘어서 있다.

가만 보자, 일곱 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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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어, 그냥 죽여버려. 나를 무시한 년이야. 시섬도 한 번 쓰고 나면 뒤지려고 할 걸?

세상에나. 가히 충격적인 설명이다. 여기선 범죄 저질러도 안 잡혀가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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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문제 생기면 우리 아빠가 처리해 줄 테니까 맘껏 밟아.

나는 빠른 의문점 처리에 조지안을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왕, 나 좆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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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야, 내가 이여주라고 말 안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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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걔?

조지안은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 만한 소리로 크게 깔깔 웃더니, 나를 마구 노려본다. 아니 저 새끼가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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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김태형 걔 안 좋아한대매! 너라잖아, 다 너라면서? 존나 내가 호구 병신으로 보이지?

니가 어떤 새끼를 소식통으로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신하건대 그 새끼는 걸러야 할 팔랑귀구나. 헛소리를 해도 해도 유분수지 어떻게 나랑 김태형을 엮냐.

나는 고개를 도리젓고 양아치듀스 원오원 데뷔조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데뷔조들은 어디서 났는지, 쇠파이프처럼 생긴 것들을 한가득 손에 쥐고 있었다.

아무리 한예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제압할 수는 없다. 특히 나는 더 그렇다. 무기가 없는 일반인의 상태니까.

조지안이 사인을 주는 게 보인다. 직후, 누군가 내 팔을 후려친다.

뭔가가 세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나는 잘도 느꼈다. 아하, 나는 뒤질 목숨이구나. 나에게 마법 나라 왕자님 같은 건 없으니까.

이 때 누가 나타날 거였으면 진작에 나는 여주인공 혜택으로 엄청난 비운을 플러스로 받았겠지. 슬프게도 난 겁도 많고.

공포에 질려 눈을 감는 순간, 옆구리에 죽을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꼭 불로 지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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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아악!

쓰러진 몸에서 녹슨 쇠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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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하하하, 그러게 진작에 조심했어야지! 야, 더 패! 저 년 죽는 꼴 내가 본다.

엑스트라

오케이, 오랜만에 스트레스 풀자.

쿵떡쿵떡, 쿵떡쿵떡. 양아치들은 더럽게 정박인 속도로 내 몸을 내리친다.

빠각. 다리로 한 번 더 끔찍한 고통이 느껴진다.

부러진 건 아닐까? 신경이 잘렸는지, 움직일 수가 없다. 분명 다리를 맞았는데 팔이 안 움직인다.

아파, 아파. 시발 존나 아파.

평소에 잘 안 우는 나인데도 한 번 맞으니까 고통으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마 지금, 굉장히 추한 모습일 것이다. 눈물범벅에 피떡이라니.

코까지 눈물이 흘러내렸다. 쿨쩍, 아아. 숨 안 쉬어져.

나는 왜 얘한테 깝쳤는지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숨 쉬는 소리만 들리게 조용히.

아, 눈물 짜다.

빠각, 빠악. 얼마나 쳐맞았을까, 난 얼마나 쳐맞고 있는 걸까. 악녀 행동을 똑바로 했어도 이렇게 맞았을까? 좀 더 깨끗하게 죽을 기회를 받았을 수도 있겠네.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났다. 뭐, 점프해서 가속도로 몸을 찍어누른다던가 그런 건가?

그리고 갑자기 혹독한 매질이 멈추었다.

까득. 까드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연속적으로, 아유. 더럽게 리드미컬하네.

내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아니었다. 뭐지? 뭐가 부러지는 소리지?

나는 고통으로 가득한 정신 상태를 참으며, 숨을 한 번 들이쉬고 고개를 들었다. 순간 몸 아래로 은색의 천 같은 게 드리워졌다.

내 몸이 붕 뜨더니 부러진 뼈 쪽이 붙었다. 대신, 고통은 그대로.

으아아아악 아파! 더 아파! 차라리 누워 있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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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씨발, 일어나.

저 아직 많이 아픈, 잠깐, 전정국? 얘도 나를 패려고 온 건가. 대사 멋지네.

다만, 그 멋진 육두문자는 나를 향하는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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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일어나라고, 개 좆같은 새끼들아.

들?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서 일어났다. 뼈는 붙었지만, 고통의 반절 정도는 그대로다. 원래 죽을 만큼 아팠으니 지금은 덜 죽을 만큼 아프다 정도일까.

어쨌든 숨조차 못 쉴 거 같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숨 정도야 당연히 쉴 수 있었다. 후하후하. 아 다행이다.

질식사로 죽는 줄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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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네, 야.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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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씨발, 눈깔 없는 새끼들이 지금 누굴 건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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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저기요? 나 아픈데 치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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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니네 오늘 내가 병신으로 만들어준다, 병신 새끼들아.

미친, 힐러로 온 게 아니라 탱커로 온 거구나!

전정국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운 건 아닌 거 같고, 그냥 화난 거 같다. 아니 화난 게 아니라 그니까.

그리고 뭔진 몰라도, 되게 그러니까, 화난 걸로 설명이 안 되는. 분노하는 거 같다.

전정국은 비속어라고는 모를 것 같은 핑크빛 입술에서 온갖 욕설들을 내뱉으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전정국의 눈빛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대체 뭘 보고 저렇게 빡쳐 있나 확인이라도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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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왜, 방탄소년단 사생이라도 봤,

야 시발 잠깐만 안 보는 게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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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안

아아아아아악!

조지안을 포함한 엑스트라 무리들은, 몸이 막 지그재그로 꺾이면서 천장에 한 번 바닥에 한 번 계속 부딪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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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야, 잠깐만! 전정국! 아! 야! 진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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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뭘 씨발 진정이고 지랄이고, 내가 오늘 저 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유토피아 나간다.

아니 닥쳐 새끼야 니가 죽인다고 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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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냐, 한 번만 살려! 이제 됐어! 그만 해! 아 좀! 피해자가 괜찮다잖아, 선처 새끼야 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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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말리지 말고 꺼져.

나는 붙잡고 있던 손에서 날아가서 온실 벽에 보기 좋게 쾅, 하고 부딪혔다.

방금 전까지 부러져 있던 옆구리가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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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윽,

누군가가 나에게 달려오는 게 바닥을 통해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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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한예화?

전정국의 정신이 다시 돌아왔는지, 벽에 기대어 반 곡선화 되고 있던 엑스트라들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와, 호모 지그재그피엔스 볼 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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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야, 사람은 죽어라 패면 안 되는 거야.

너 나를 두 번 죽일 뻔 했어, 이 새끼야. 좀 조심해서 살아. 욕을 날려줄 틈도 없이 의식이 끊긴다.

몸이 바닥으로 훅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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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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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한예화!

본능에 따라 몸을 온실 쪽으로 내던졌다. 레임과 플러번의 합동 교육, 아마 이 현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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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플러번, 조지안.

안의 풍경을 보자, 한예화가 맞고 있었다. 뼈가 부러진 게 육안으로 보일 만큼 선명했다.

피는 바닥에 그림이라도 그리는 듯이 예쁘게 흩어져있었다.

씨발, 성격이 예쁘더니 이제 피까지 이쁘냐. 김태형은 뛰어서 그 현장 속에 파묻혔다.

공기를 써서 그 새끼들을 벽 끝까지 날려버릴 참이었다. 하늘 끝까지 올렸다 떨어트려줄 심산이었다.

순간, 그 자리에 전정국이 나타났다.

그리곤 쓰레기들을 비질하듯 빠르게 쓸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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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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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말리지 말고 꺼져.

전정국의 손에서 한예화가 빠르게 벽 쪽으로 날아갔다.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나는 그 쪽으로 달려, 자연스레 한예화를 잡고 안아올렸다.

그 후 쓰러져 있는 날라리 새끼들을 벽 쪽으로 밀어버리려던 손이, 힘 없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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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윽,

몸 정가운데에 날아오는 돌 같은 무언가가 그대로 배를 맞혔다. 불계 능력이다.

나는 겨우 한예화를 안아든 상태로, 전정국을 노려보았다. 아마 쟤가 나에게 던진 불씨이리라.

지랄. 지가 뭘 할 수 있다고. 웃음이 여과 없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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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얘한테 고백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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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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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고백할 거라고. 얘한테. 친구 기회? 없어. 알아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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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니까.

미리 사려 두는 게 좋을 거야. 전정국.

지민이와 예화(00이)의 관계가 끝장나게 틀어졌습니다. ㅠㅠ 그래도 한국에서 온 사람을 만나 기쁜 예화….

세 번을 날려먹고 나서 멘탈이 반쯤 부서졌지만, 그래도 전 화와 이번 화를 합쳐서 만 이천 자를 다 내니 기분이 아주 좋네요!

만 뷰,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열심히 시간을 내서 다 써 왔네요. 다음 편은 지민이 특별편으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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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세요.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