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도도하게 거침없게, 정말 너는 환상적!



조지안
니가 그 불여시야?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정말이지 새하얘졌다.

불여시? 보통 악녀가 악녀를 불여시라고 부르니? 여주가 악녀를 아니면 악녀가 여주를 불여시라고 부르지 않나?

이건 뭐…, 동족상잔이여?

내가 진지하게 이 새끼는 뭘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조지안은 내가 대답하지 않는 것은 쫄아서이다. 라고 혼자서 결론을 내린 듯이 막 웃어제꼈다.


조지안
맞네~ 니가 그 썩을 년이지? 요즘 애들한테 꼬리치고 다니고, 하다못해 전정국까지 꼬신다면서?


조지안
존나 못생긴 게!


한예화
뭐? 존나 못생겨?

최대한 진지하게 이성으로 고민을 하려고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지안의 한 마디에 핀트가 안드로메다로 사라져버렸다.

이 새끼는 눈이 안 달려 있나? 한예화 세계관 최강 미인이라구요, 지안아. 너같이 평범하게 페이스북에서 좀 논다는 애들이랑은 차원이 다르다니까?

아, 페이스북이 없구나. 생각해 보니 그러네, 여긴 페이스북 없나. SNS도 없나.


조지안
그래! 존나 못생겨서는, 그 면상으로 애들 다 꼬실 수 있을 거 같았음 미친 년들도 다들 진작에 꼬셨겠다!

조지안은 기세등등해져서 나에게 마구 소리질렀다. 보다못한 박지훈이 일어서서 조지안을 막아섰다.

오, 악녀의 멋진 기사님 쯤 되는 건가.


박지훈
작작 해라, 봐주기 힘들다.


박지훈
차라리 다크플레임마스터라도 외치지 왜? 니가 피의 여신이라고 해, 그렇게 오글거려도 이딴 수준으로는 행동 안 한다고.


조지안
으응? 지훈아, 얘가 너도 꼬셨지! 얘 미친 년이야, 그냥 나만 좋아해주라아. 응? 얘 이쁜 척 하는 거지 진짜 이쁜 거 아니야.


한예화
우욱 시발 구토 올라와,

나는 차마 내 입에서 토처럼 뱉어지는 말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말을 뱉자마자 조지안이 나를 쏘아봤다.


한예화
니가 나냐? 쏘아보면 사람이 뒤지데?


조지안
허, 숙녀는 못 됐네! 아직 사람 앞에서 욕질이나 하는 거 보면!


한예화
너 논리가 좀 이상하다, 미친 년은 욕이 아니고 시발은 욕이다?


한예화
새끼야, 내가 그럼 욕 안 하고 열심히 응대해 줄까?

그래, 결국 나도 이런 빡치는 친구들 앞에서는 부처 같은 마인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니까.

나는 주먹을 세게 쥐고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뒤에, 랩을 하듯 빠르게 여러 년들과 새끼들을 남발했다.


한예화
개좆같은 대가리에 우동 사리만 든 새끼, 조지안이라는 이름답게 좆같은 새끼. 썅년 썩을 년 미친 년 개또라이 같은 년. 바보 온달도 와서 이야, 이건 좀. 하고 갈 수준의 대가리 지능.

니가 사람을 잘못 봤어, 난 여리디 여린 여주가 아니라 악녀란다. 조지안, 네 인생 족치게 해주지.


한예화
형광펜으로 직직 그어줘도 강조를 못 알아듣는 뇌 수준에 해부하면 안티에이징한듯이 탱탱하게 주름 하나 없는 뇌 가지고 있을 새끼. 입에서 뱉는 말이라고는 논리 의식 다 갖다버린 이천 십육 병신년.

내가 악독하게 먹은 마음답게 조지안의 표정은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다. 그리고 박지훈은….

차라리 박장대소를 해라, 박장대소를. 하필 내 옆에 앉은 바람에 내 귀에만 대고 웃어서 끅끅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아악, 귀 아파.

나는 최대한 더 빠르고 짜증나는 말을 찾았다.

역시 사람을 제일 쉽고 간단하고 빠르게 빡치게 할 수 있는 건 급식체가 아닐까? 내 경험 상 그렇던데. 급식체가 들으면 제일 거슬리긴 하는데, 과연 얘가 알아들을 수 있을지.


한예화
이야,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석빙고 알파고도 와서 조지안 대가리 탁 치고 가는 각. 이세돌과 바둑 구 단 선수들이 몰려와도 못 풀 세기의 미스터리 지닌 대가리에 샘 오취리가 동의? 어 보감하구요.


한예화
실런과 루이아와 비아와 글로스의 대표들이 모여서 고민해도 안 풀릴 대가리에 트럼프 대통령도 유 아 파이어드 시전해서 해고해버리고 겨울왕국 눈의 여왕 엘사가 렛잇고 부를 때 유티고도 졸업 못 하는 조지안 뇌 주름 인지용?


한예화
오지구요 지리구요 고요고요 고요한 밤에 조지안 하늘 높은 곳에서 떨궈서 생매장시킨 후에 존나 밟고요 니 인성에 김태형은 커녕 지나가던 엑스트라 하나도 못 꼬실 거 인정? 어 인정~

내 엄청난 욕들에 조지안은 슬슬 울려는 기색이 보였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여주도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내가 말하면서도 열불이 터지는데 너는 얼마나 화나겠니. 그러게 왜 하필 나를 건드려서는.

마지막, 마지막 한 방만 똑바로 박아주면 내가 이 배틀에서 간단하게 위너 되어버릴 수 있다…! 힘내자, 한예화! 힘내자 000! 힘내라 내 혀!

나는 마지막으로 내가 따라했다가 친구들에게 한 대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쳐맞았던 유명한 대사를 치기로 결심했다.


한예화
그리고 내가 이쁜 척을 한다고? 이 한예화가? 니 눈에 그렇게 보이긴 하겠지만 이런 세상에! 어이쿠, 어쩌냐~

난 할 수 있는 한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준비하고서 있는 힘껏 부풀린 볼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한예화
나아눈, 이뿐 척 하눈 게 아니라아 그냥 이뿌게 태어난 곤데.


한예화
히잉 히이잉.

욕 폭탄에 급식체에, 김지원 애교까지 삼단으로 쌓아올려 어퍼컷을 날리자 조지안은 어벙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민윤기도 내심 얘가 별로였는지, 그 큰 손으로 입을 부여잡고 몸을 들썩이며 웃고 있고. 김태형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길래 하늘을 둘러봤더니 날아다니면서 웃고 있다.

어휴, 미친 새끼들.

이여주는 어딘가 화난 표정이긴 한데, 그냥 가만히 우릴 노려보고 있다.

어이쿠, 눈 마주치면 안 되지 참. 난 황급히 고개를 조지안에게로 돌렸다. 얘도 역시 화나 보인다.

마침내 조지안이 말을 꺼낸다.


조지안
…너, 너어….


한예화
우웅?

난 때려쳤던 애교를 다시 집어들었다. 이거 하다 보니까 짜릿한데, 신개념 애교 악녀의 길로 한 번 접어들어 볼까.


조지안
너, 뭐하는 애야? 내가 학교 내에서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 지금! 너 왕따 당할 수도 있다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줘? 어?!

아니 뭐 니가 봉필동 아귀라도 되냐, 동작그만 밑장 빼기요?


한예화
야.


조지안
…왜!

내 말에 조지안이 살짝 움찔하며 뒷걸음질치는 게 보였다. 그래, 급식체의 충격이 크지? 나도 안단다. 이런 말을 한 반에서 다섯 명씩 쓰는 곳에 니가 안 가봐서 그래. 하하.


한예화
너, 글로스에서 학교 다녔겠지. 릴리에티 사립학교. 맞지? 민윤기랑 같은 데.


조지안
…그, 건 어떻게. 나 너 본 적 없는데? 조사 시켰어?!


한예화
내가 드라, 아니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인 줄 아니?

넌 날 본 적 없겠지만 난 널 만들었단다. 주인공… 뭐, 악녀는 맞지만. 악역도 주인공이라고 친다면 한 축 정도에야 들겠지 뭐.

나는 멋진 회사의 비서에나 드는 사람마냥 위엄 있는 포즈로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한예화
릴리에티 사립, 아니 릴레사에서 네 별명이 「어장 여우 조지안」이었을 거야, 그지?


조지안
내 별명은 또 어떻게 알고! 진짜 알아봤지, 너?! 왜야?

내가 널 탄생시켰다니까 병신아. 내가 이름 안 지어 줬으면 너 그냥 지나가던 엑스트라야. 조물주님에게 감사해.


한예화
그리고 김태형을 좋아하면서 지금도 어장에 꼬리를 치고 있을 거야, 네 전 남자친구들이 너무 불쌍하다. 얘.


조지안
니가, 니가 역시 여우년인 거지! 애들 다 유혹하고!

유혹이래, 토 나와.

나는 표정을 있는 힘껏 찌푸리며 이여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한예화
그거 쟤야.


조지안
뭐?


한예화
그거 쟤라고.

일순 이여주의 표정이 제대로 굳더니, 다시 선량한 전 아무것도 아니에요 표정으로 돌아온다.


이여주
한, 한예화…?


한예화
이름부터 이여주야. 누가 들어도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 뿜뿜 쏟아져나오지? 그러니까, 쟤라고.


조지안
…이여주?

아마 조지안은 자신을 건드린 한예화를 꺾어버리지 못해 잔뜩 화가 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태이므로, 조지안을 사용해 대신 이여주를 족쳐버리기 매우 좋은 기회다 이거지.


조지안
그래서, 쟤가 꼬신다고?


한예화
어, 태형아 윤기야 하고 부르면서 다녀.

조지안은 이여주에게 한 발짝씩 다가갔고, 이여주는 화난 듯이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재빨리 몸을 웅크리고 팔로 눈을 가렸다.


한예화
아이쿵, 예화는 부끄러워영!

이 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적의 적은 친구가 아니라, 나의 적과 비슷한 수준을 가진 미친 년이라는 것을.

다행히 그 수업시간은 평화롭게 프리패스되었다.

조지안이나 이여주가 수업시간 중간중간에 나를 격렬하게 째려보는 거 빼고는 뭐. 나름 괜찮았다.

시선이 느껴지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 같은 표정을 지어주면 깔끔하게 처리되는 수준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전정국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있는 힘껏 달려서 기숙사까지 뛰어왔다. 다행히 한예화의 기초체력이 뛰어나서 잘 올 수 있었다.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자는 마음에서, 오늘도 입욕제 하나를 즐겁게 쓰고 일기와 인터넷 소설류들을 챙겨든 후에 신나게 침대 위로 기어올라갔다.

타이밍이라도 맞춘 듯이, 한참 뒤에 내가 책을 하나 다 읽자마자 박지민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한참 지나갔고 이 세계에 어둠의 마법사가 올지 안 올지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박지민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예화는 아니지만, 좀 도와는 줘야지. 오늘 기분도 좋고.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가 박지민에게 다가갔다.


한예화
야, 박지민.


박지민
…….

박지민은 무덤덤하게 가만히 앉아있다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한예화
늦게 돌아다니지 마, 위험해.


박지민
……걱정해?

박지민은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나를 품에 안았다.

…뭐지?

하지만 전처럼 인형을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는 아이 느낌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겨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당황해서 몸을 살짝 흔드는데, 박지민이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예화
왜 그래.


박지민
무서워.

박지민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박지민
김태형도 전정국도, 다 한예화 좋아하더라.

…뭐라고? 시발 뭐라고?

난 차마 그 말을 뱉지는 못하고 숨을 턱 멈췄다. 아니, 미친, 설마, 남주인공 둘이 악녀를 좋아하겠냐.

그 때 박지민의 목소리가 물에 젖은 듯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박지민
근데, 있잖아….

어깨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박지민
나도 한예화, 진짜 좋아하거든….

이번 편은 중간에 한 번 날려버리는 바람에 일찍 찾아뵙지 못했네요… 흑흑…

이번 편은 지민이에게 집착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 예화의 악녀적인 (비록 또 다른 악녀를 물리치는것 뿐이었지만) 모습도요.


오늘도 오픈채팅 홍보하고 갑니다! (비밀번호 inye)

늘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다음 편(특별편)에서 또 봬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