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요즘따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나는 최대한 온 힘을 다하여 김태형을 밀치고, 뜯어말렸다. 뒷통수가 아리기 시작했다.

아악, 아파. 이쒸.


한예화
야, 아냐. 제발! 그만!

전정국은 내가 있어서 그런지, 섣불리 소멸을 휘두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 때 내가 더 막아서줘야지.


한예화
그만, 그만해.

전정국이 콜록거리며 숨을 뱉어낸다. 옷을 몇 번 털어주고 김태형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김태형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뜨는 것만 같은 착시가 일어난다.


김태형
얘 때문에 눈 감고 있었던 거 아니야?

이 새끼, 단단히 오해를 했구나? 내가 세게 김태형을 밀자, 웬일로 순순히 밀려나준다.

대신 전정국이 그 상태로 계속 누워있다. 아니, 굳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예화
아니야!

설마, 살기를 뿌린 건가? 저 정도 마법 능력이면 살기가 가능할 만도….

둘 사이를 막아서서 전정국을 일으키는 중에, 뒤에서 굉장히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어우 진짜, 왜 저런대.

나는 슬 뒤를 돌아보았다. 김태형이 주먹을 쥐고 있다. 여기서 힘 다 쓰면 안 될 텐데, 이여주는 민윤기가 챙겨주고 있는 건가?

아니 얘네 진짜 요즘따라 왜 이래? 요즘따라 또라이같은 또라이 아닌 또라이 같은 너, 뭐 그런 건가?


한예화
야. 왜 그러냐 진짜. 아니야. 뭐가 문젠데? 나한테 말을 해, 그냥.



김태형
…너 지금, 쟤 편 들어줘?


한예화
미쳤어? 난 니네 둘 편 아니거든? 난 나일 뿐이야, 누구도 날 대신할 수 업쒀.



전정국
씨발, 뒤질래? 내 편 들어. 쟤 말고.


한예화
…왜 그러세요?


김태형
뭘 뒤져. 친구끼리 배려 없다 그랬잖아. 니가 먼저 가져갔어야지, 필요했으면.

이 개새끼들이 진짜, 저는 무시하세요? 내가 물건입니까? 막 주고받고 트레이드 슥삭슥삭 어? 그래도 되는 사람인 줄 아나.

물론, 존잘남들이 나에게 물건 취급을 하든 뭘 하든 별 상관이 없긴 한데…. 얘네는 좀 상또라이적인 남신들이니까 다른 축에 속한다.


전정국
우리가 친구였던 건 어렸을 때고.

아, 니네도 친구셨다. 나는 차마 흘러나오는 감탄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주 제대로 꼬였구나, 이 녀석들. 호호.

내가 전정국에게서 손을 떼자, 김태형이 나에게로 달려든다. 나는 살짝 겁을 먹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꼭 무슨 투우소 같다.


김태형
야.


한예화
아니, 왜. 왜.

무서워진 바람에 살짝 말을 떨자, 김태형이 나를 꼭 껴안는다. 따뜻한 팔 안이 생경하다.

어, 어어? 왜 갑자기 껴안고 지랄. 드라마여? 싸우다가 누난 내 여자니까 누난 내 여자니까하 시전하게…?

그 틈에 내려다본 바닥에는 잘 포장되어져있는 그릇 두어 개가 있다.


한예화
아니, 오자마자 왜 지랄이야. 진짜 이 미친 새끼.


전정국
놔라, 김태형.

전정국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김태형은 팔을 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나를 더 세게 붙잡는다.

와, 따숩다. 무슨 전용 침낭인 줄.

그보다 얘 오늘따라 왜 이런대. 어디서 세게 한 대 쳐맞고 왔나. 얘도 뭐 습격받기라도 한 건가?

나는 손을 뻗어 김태형의 등을 토닥였다. 아휴, 이 강아지 같은 녀석. 도담도담.

그러자 뒤에서 전정국이 내 뒷목깃을 잡아챈다.


한예화
왜, 갑자그.

그리고 김태형이 나를 놓는가 싶더니, 나를 허공으로 던진….


한예화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지붕의 끝쪽으로 슈우우우우우욱, 하고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두 힘이 부딪혔는지 극한으로 빠르게 날아간다.

시발 무서워! 무서워!!! 야, 아 기압차. 아 기압차. 아 귀 아파 살려줘 시발. 아악. 이 더러운 꽃미남 새끼들 진짜.

그렇게 유토피아 부근을 벗어난 어딘가까지 날아갔다가, 공중에 그대로 멈췄다.

발 밑에도, 몸 위에도 아무것도 없는 풍경이 비친다. 아아, 아. 나 기절해요 진짜.


한예화
악, 아아아아아…. 아아아….

거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데, 다시 훅 당겨진다. 내 몸은 끌려가듯이 가련하게 뒷목이 강하게도 붙잡힌다.

그 공포스러운, 꼭 롤러코스터가 떨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에 나는 눈물까지 훌쩍였다.


한예화
으아악 악! 아아아아아아악!

다시 슈우우우우우욱. 하고 당겨지더니만 몸이 다시 멈춘다. 캉, 하는 효과음이 들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난다.

흐어억… 숨, 숨이. 숨이 안 쉬어져요….

내가 후하후하거리며 숨을 쉬고, 뒤를 돌아보자 나만큼 하얗게 질린 안색의 전정국이 보인다.

그리고 익숙한 초록색, 검은색 눈동자들이 나를 놀란 듯이 바라본다.


이여주
…한예화?

눈이 마주쳤는데도, 우리 사건 사고의 메카 여주인공께서는 나의 정신을 조종하지 않는다.

그저 깜짝 놀라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 민윤기도 똑같았다. 대신 쟤는… 웃고 있다. 아주 미묘하게, 입꼬리를 틀어서.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다들 눈을 크게 뜨고 놀라고 그러지. 참. 공중 뚫고 하이킥이 그렇게나 놀랄 일이었나.

김태형은….

민윤기와는 조금 달리, 환하게 웃고 있다. …왜지?


이여주
예, 예화야. 어째서 여기서. 얘네랑….

그래, 뭐 다 니 거지? 다 네가 가지고 있고 싶지 여주야? 맞아. 원래 다 니 건데… 나도 왜 이렇게 된 건지 진짜 모르겠다….

나는 의식 속에서 혼자 말할 대사를 연습하다가, 어딘가 어색하게 한 쪽 팔을 뻗고 악녀처럼 웃었다. 무서운 사람처럼.

무서운 웃음, 무서운 웃음. 큼큼.


한예화
꺄하하하! 봤지? 얘네 다 내 거야, 니가 어장관리해서 얻을 애들 아니라구!

와 시발 오글거려. 죽을 맛.

내가 속으로 내 혀를 몇천 번 두드려패는 동안, 이여주의 표정이 화남에서 짜증으로, 슬픔으로 천천히 변해 가더니.

그 초록 눈망울에 천천히 눈물이 고인다.


이여주
예화야…. 욕을 할 거면, 나만 해 주라. 다른 애들한테는 피해 끼치지 말아줘.

그 놀라운 한 마디에 나는 현실 웃음을 터트렸다.

뭐, 그러면 너한테 빡쳐서 다른 애들 욕 더 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싫은데? 안 할 건데?


한예화
그래. 그럼 니 욕만 계속 할게.

내가 당당하게 그렇게 말해 보이자, 이여주가 천천히 내게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아온다.

헐, 손 완전 보들보들 하얘. 내가 그녀의 손에 놀라 있는 동안, 이여주는 나를 지붕 끝까지 끌고 가버린다.

돌아서는 그녀의 눈이 유독 빛난다.


이여주
이 정도는 해야 니가 썩을 년이지. 그지?

그리고는 내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어깨 위에 놓고….

뒤로 떨어진, 다?


한예화
안 돼!

나는 이여주를 잡기 위해서 몸을 앞으로 훅, 당겼다. 순간 내 발에 힘이 풀리더니….

나도 그대로 유토피아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한예화
와아아아악…!

내 몸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주변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보며 수군거린다.

그리고 이여주는….

공중에 부웅 떠서, 올라가지고 있었다. 김태형의 능력을 이용한 엘리베이터 기능인 것 같다.

허허, 내 꼴이 어떠려나.

난 아까 찢어진 뒷머리가 아리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다.

뭐지, 내가 아직 꿈 속에 있나? 이 풍경은 뭐지? 내 눈 앞에 비친 현장은 그야말로 이리저리 일그러진 유화 같았다.

여기저기로 실루엣이 움직이고, 귀로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삐이이, 삐이이.

엑스트라
얘가 한예화야?

앗.

몇 번 신호음 같은 게 들린 후에야 목소리가 확연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난 어딘가에 누워 눈만 깜박이는 채로, 그 소리를 들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리들이 부산스럽다.

엑스트라
얘가 이여주 밀었다며?

…뭐라고?

엑스트라
미친 년, 이여주가 얼마나 착한 앤데 걔를 밀어? 인과응보 받은 거지.

아니, 뭔 개소리야? 내가 이여주를 밀다니!

나는 입을 벌려서 말을 하려고 했다. 핏덩이가 막힌 것처럼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나, 가사 상탠가?

엑스트라
그 착한 애를 지붕에서 밀려고 하다니… 일시적 실명이 아니라 아예 눈을 확 찔려버렸으면 좋겠다.

뭐, 뭐? 일시적 실명? 말도 안 돼!

나는 내 눈 앞에서 흐릿하게 스치는 인영들을 보며 팔을 뻗으려 했다.

아악, 아파서 못 하겠다. 일단 움직이는 건 포기.

엑스트라
이 새끼 진짜 뒤져야 돼.

엑스트라
미친 년 아니야?

아니, 뭔 소리야? 나 잡아주려고 한 건데…!

와중, 나를 이렇게 만들어놓은 사람이 나타났다. 누운 상태에서도 수려한 미모는 그대로 뿜어져나오는 사람과, 익숙한 분홍 머리가 비쳤다.


이여주
흐윽, 예, 예화가….

엑스트라
야, 저 년이 너 밀었잖아. 내가 밑에서 봤는데… 넌 괜찮냐?


이여주
예, 예화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나 괜찮아!


이여주
그리구… 예화한테도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많이 미웠나 봐.


전정국
하, 씨발.

엑스트라
하여튼 여주 넌 너무 착해. 이런 새끼는 확 숙청시켜야 하는데.

엑스트라
얘 실런에서부터 저주받았다매? 어쩐지~ 인성이 딱 보인다.

씨발, 뭐래! 개소리 짓껄이지 마 잡것들아!

슬프게도 난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목에서 불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우선 오늘 분량은 올려놓습니다, 오늘도 안 올리면 여러분들께 너무 죄송하니까요. ㅠㅠ

다행히 오늘은 사천 자는 채웠네요!

자잘한 악녀(강다다, 라테아르, 조지안)들의 행동은 예화와 정국이, 태형이의 방어로 잘 막을 수 있지만…

여주와 지민이의 악행은 막기 쉽지 않을 거에요.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