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관전중

왜 넌 모르니 왜 넌 날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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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도 보내야 해, 좋은 시간.

그저 가만히 눈만 깜박였다. 내 올곧은 시선이 그대로 날아가 전정국에게 꽃힌다. 물론, 그도 나만 쳐다보고 있다.

이, 이런 시발. 지금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는 어디에 달려있는 것인가. 하늘에 달려있는 것인가 내 운에 달려있는 것인가.

우선 혹시 일어날 싸움부터 막고자 해서 아까부터 내 쪽에 가까이 붙어있었던 김태형을 확 당겨 끌어안았다.

이건 절대 포옹이 아니다. 인간 밧줄일 뿐.

전정국이 아까보다 훨씬 따갑게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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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한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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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조용히 하고 있어. 싸우지 말라고 묶어 놓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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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김태형이 실실 웃어대는 것 같아 나는 그의 다리를 찰싹 때렸다. 다리 좀 떨지 마 이 새끼야 복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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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안 줘?

얘는 전부터 문장을 자꾸 잘라먹네. 배고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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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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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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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

아, 옛날에 투명드래곤 소설을 사 읽었던 때가 생각이 나는군. 내 머릿속에 물음표들만 무자비하게 띄웠던 그 책….

전정국은 능력만 사기적인 게 아니라 말 솜씨도 사기적이었다. 다 부숴버렸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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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내가 왜 너한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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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걔 목 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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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 진짜, 말을 좀, 알아듣게 좀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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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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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니가 이 쪽으로 안 오면, 걔 목 잘라.

쟤는 충분히 그게 가능할 것 같아서 너무 무섭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갑자기 왜 사람 가지고 협박을 하고 지랄이야 저 새끼는.

우선 목 잘리는 것보단 그게 나으니까 나는 안은 팔로 김태형을 토닥이고 일어날 참이었다.

손 하나가 한예화의 흰 팔에 겹쳐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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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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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가야 돼?

아니, 이 비에 젖은 강아지가 또!

손을 뻗어 김태형의 손을 조심스럽게 밀어냈다.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육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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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빨리 다녀올게.

다음 순간 난 평소처럼 미러에 떨어졌다

언제나처럼 미러 속으로 몸이 내동댕이쳐졌다. 투명한 바닥 밑으로 보이는 비아의 풍경이 정감 있다.

드디어 앞이 보인다는 즐거움을 깨닫기도 잠시 목에 뭔가가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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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

검은 비단 리본 같은 것이 목에 스르륵 감겼다. 목도리 같기도 한데, 스카프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가 두어 번 목을 끔벅거리자 이미 스카프는 목 사이로 사라지듯 들어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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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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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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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니, 전부터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단어를 좀 다채롭게 써 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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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목줄.

그렇게 청초한 표정으로 변태같은 단어 좀 말하지 말아줄래. 할 말이 사라지잖아.

나는 목을 더듬었다.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꼭 연기가 한 번 훑고 지나간 것처럼 목에는 딱히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왜 목줄인지 모르겠다. 뭘 암시하는 것인가. 누구인가? 누가 목줄 소리를 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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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정해야지,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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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뭔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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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목줄 규칙.

전정국은 손가락 끝으로 허공 위에 글자를 새겨넣었다. 공기가 종잇장처럼 잉크에 물든다.

문득 그 경이로운… 그래, 경이로운 능력을 보고 있자니 그의 마음 읽기가 떠오른다.

그나저나 요즘은 왜 안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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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너 왜 요즘은 내 마음 안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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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실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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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개소리. 아니야 그런 거. 그냥 웬일인가 해서.

사실 개소리 뒤에도 할 말이 댓바가지는 있었지만 내 목숨은 하나니까.

여기 와서 처음 생각해 본 거지만, 목숨이 한 열 개는 있어야 남주들과 여주에게 제대로 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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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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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싫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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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갑자기?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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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마음 읽는 거 싫다며 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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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 니가 싫어하면 안 하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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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착해.

뭔 소리야 진짜….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를 개무시해버리고, 전정국은 손가락을 놀리다 잠깐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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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게 뭔데,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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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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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무슨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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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일 번. 위험할 때 위치보고.

글씨가 새겨짐과 동시에 목 부근에서 다시 검은색 연기가 새어나왔다. …이거 꽤 징그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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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 번, 부르면 달려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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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뭔 개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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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한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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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무얽흐어욱헥!

내 목에서 연기들이 한 줌 새나간 것도 잠시, 전정국이 나를 부르자마자 내 몸이 부웅 떠서 전정국에게로 날아갔다.

내가 방금 뭐라고 소리지른 거지.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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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좋네.

뭘 좋아. 새끼야. 미리 말해두지만 난 싫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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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셋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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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다치면 다치게 한 사람 대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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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안 돼! 시발 안 돼, 일단 안 돼.

내 손이 튀어나가서 전정국을 허공에서 밀치는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를 때린 모두는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야.

그나저나 왜 얘는 나한테 이렇게 쓸데없이 신경써 주고 지랄인 것일까. 필요없는데. 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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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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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사람의 머리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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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알았어.

오, 웬일이래. 요즘 전정국이 뭘 많이 잘못 먹고 살아가나 보다.

나는 해맑게 웃는 얼굴을 하고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땡큐 사기캐. 걱정은 고맙지만 앞으로는 자제하렴.

전정국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가, 다시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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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걱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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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마.

문장을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대답도 좀 똑바로 해야겠네.

그 뒤로는… 일단 웃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전정국을 비웃었다. 미친 듯이, 배가 아플 때까지.

전정국은 처음엔 낯짝 두껍게 잘 버텨내나 싶더니 곧이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웃다 말고 레임으로 같이 돌아가자고 손을 뻗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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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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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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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몰라, 씨이… 그냥 나가.

대화인지 뭔지도 모를 걸 한 이후에, 나는 그 그래 라고 대답하며 미러에서 빠져나왔다.

기다린 애들한텐 미안하지만, 일주일 만에 보는 세상이라니 기뻐서 덜덜 떨리는 다리로 건물 주변을 걸었다.

고통은 사라졌지만 근육이 약해진 건 그대로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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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으, 다리.

절뚝거리며 유토피아 근처로 한 바퀴 돌고 있으니, 뒷구석에서 두 인영이 보였다.

흐음… 갑자기 스파이 놀이가 하고 싶은걸?

철없는 마음으로 낄낄 웃어대며 벽 뒤로 숨자, 사람 둘이 내 방향으로 걸어왔다.

하나는 익숙한 금발에,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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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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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다

응. 난 그냥, 너랑 자주 보구 싶어서… 싫으면 거절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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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왜 나랑?

강다다? 원작에선 강다다가 사람이랑 친해지는 파트는 없었는데….

뭐 지금 상태론 스토리가 둘둘 꼬였고 김석진은 소설 속 주인공도 아니니 그럴 만도 하지. 난 그냥 가만 듣고 있는 입장이었다.

조금 더 귀를 기울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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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러니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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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다

사실은… 태형이나 정국이가 나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것 같아서, 난 그런 일 한 적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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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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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다

…….

내 뒤통수에 비커를 던졌다고 네 입으로 떠들진 못하겠지. 그럴 만 해. 응.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데, 김석진이 예상치도 못한 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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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좋아.

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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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같이 등교도 하교도 하자.

내가 알던 김석진과 극명하게 반대되는 모습에 나는 얼굴을 차마 가눌 수가 없었다.

내가 만든 캐릭터는 아니라지만, 저게 무슨 개소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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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데려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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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친하게 지내자, 다다야.

안녕하세요 인예에요~ 비교적 빠르게 작관이 업로드되었네요!

참고로 배경은 제가 만든 태형이 글귀랍니다 킥킥

오늘은 악녀가 발을 뻗치는 주제를 다뤄봤어요

사이드 엑스트라 악녀는 늘 등장하는 법이지요 ㅎㅎ

오늘도 재밌게 보셨길 바래요! 인예였고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