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의 나비 이여주 입니다
EP.20 선택


저녁이 되어 어둑해진 뒤에야 회전목마 앞에 자리했다


이여주
이제 갈까요 ?


박지민
으음 .. 싫은데에 ..


이여주
이제 가야죠 . 너무 늦었어 -


박지민
저것만 타고 가자 .

도련님은 회전 목마를 가리키며 말했고 , 나비는 싱긋 웃으며 한가지 제안을 했다 .


이여주
도련님 혼자 타고 오면 여기서 뽀뽀 해줄게요 , ㅎ


박지민
어 ? 진짜 ?

눈에 띄게 좋아하다가도 혼자 타려니 문득 걱정이 되는지 고민을 하더니 뽀뽀는 받고싶은지

결국 도련님은 혼자 회전 목마로 향한다 .


박지민
약속했다 ! 뽀뽀야 , 여기서 . 알겠지 ?


이여주
알겠어요 , 얼른 갔다와요 ㅎ

회전 목마에 오른 도련님을 찍느라 바쁜 핸드폰엔 밝은 표정의 도련님이 가득했다 .

나비에게 손을 흔들며 걱정과 다르게 회전 목마를 잘 타는 도련님에 흐뭇한 미소를 띄고 있을 때

도련님을 담던 화면이 호출 화면으로 바뀌면서 순간 나비의 표정은 굳어졌다 .


이여주
회장님 ..?

내가 그렇게 지은 죄가 많았던가

그때 도련님은 뽀루퉁한 표정을 한채로 나비에게 다가왔다


박지민
나비 , 나 안보고 뭐해 ..


박지민
나 혼자 타고 왔는데 -

저에게 관심 조차 주지않는 나비에게 뾰루퉁한 표정을 풀지 않은 채 칭얼거리던 도련님은 나비의 손에 이끌려간다


박지민
아 , 나비야아 ! 뽀뽀 해준다며 ..!


이여주
다음에 , 다음에 해줄게요 .

급해보이는 나비는 택시를 잡아 타고 저택에 도착했다


이여주
도련님은 방에 올라가서 먼저 잘 준비 해두세요 .


이여주
금방 올라갈게요 .


박지민
나비야 , 나ㅂ ,

나비는 말도 끝까지 듣지 않은 채로 올라가버렸다 .


박지민
뭐야 .. 무슨 일인데 저러는거야 ..

불안한 마음은 접어둔 채 제 방으로 올라가 얌전히 나비를 기다리는 도련님은 나비 걱정에 눈가를 좁힌다

···


이여주
회장님 , 부르셨습니까 .

회장
여주씨 , 아주 제법이야 . 응 ?


이여주
.. 네 ?

회장
그 자리에서 이리 오래 버틴 사람은 여주씨가 처음인데

손에 들린 커피잔을 유유히 돌리며 저를 응시하다 담배를 꺼내다 제 입에 물기에 얼른 탁자에 놓인 라이터를 가져다 불을 붙인다

회장
아 , 이런 센스 덕분인가 ?

회장
우리 귀염둥이가 말을 잘 듣는 이유가 .

자신을 진득하게 훍어보는 그 시선이 왠지모르게 소름 돋아

시선을 피했다 .

회장
비결이 뭘까 .. 우리 아들 사랑을 독차지 하는 비결이 .

비결이라 치면 .. 끝까지 굴하지 않으면 됩니다 .

그게 정답이였지만 , 여주는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였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이여주
과찬이십니다

잔뜩 긴장한 채 내놓은 대답에 회장은 실소를 터뜨렸다 .

회장
아니 , 겸손하라고 해주는 칭찬이 아니고

설설 치는 손사래에 여주의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회장
아마 여주씨가 일을 아주 잘하는가봐 ?

회장
우리 아들이 저렇게 푹 빠진 걸 보면 . 그렇지 ?

회장
일을 잘한다면 나도 탐이 나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 회장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여주에게 회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회장
그냥 아이 하나 데리고 있기엔 아까운 인재일 수도 있잖아 , 안그래 . 여주씨 ?

씩 웃으며 묻는 회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저을 수도 없었다

회장
여주씨 .. 싸움은 좀 한댔나 ?

순간 도련님을 처음 만나던 날 스치듯 물었던 회장의 질문이 생각났다 .

그때 난 뭐라고 답했었지 ..?


이여주
( 남들 하는 만큼은 합니다 . )

분명 이렇게 답했었는데 ,

회장
내가 보기엔 아직 우리 아들은 아기인데 말이야 -

회장
남들은 이제 우리 아들 나이 정도 되면 혼자 뭐든 해야 한다더라고 ? 여주씨도 그렇게 생각하나 ?


이여주
네 ..?

회장
우리 아들한테 여주씨가 꼭 필요하느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필요한건 분명하지 내가 없으면 학교도 혼자 못 가시는 분인걸 . 하지만

회장님께 이 말을 무어라 설명해야할지 몰라서


이여주
.. 모르겠습니다 .

회장
모르겠다는 말은 .

회장은 다 피운 담배를 탁자에 올려둔 커피에 담그어 끄고는 다시 여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회장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말로 해석하겠네

이대로 이렇게 잘리는건가 .

그렇게 압박을 이겨가며 도련님의 마음에 들었는데 . 순간 불합리 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회장
하지만 나는 여주씨를 오래 보고 싶어 .

회장
그래서 다른 일을 주고 싶은데 .

새로운 일이라 .. 한치의 의심도 없이 . 나는 물었다


이여주
다른 .. 일이요 ?

그리고 회장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회장
일종의 승진이라고 생각해주게 . 이제는 내가 하는 일들을 집중적으로 도외줬으면 해서 말이야

회장
어떤가 ?

저건 권유일까 , 강요일까 .

여주는 대답을 기다리는 회장의 눈을 쳐다보았다 . 재촉하는 눈빛은 아니였으나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를 담은 눈빛이였다 .

그런 여주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회장은 말했다

회장
물론 거절해도 상관 없네 . 다만 이 저택을 떠나야겠지

회장
자네가 할 일이 없는거니까

.. 저택을 , 떠나야한다 .

그 말은 즉 도련님의 곁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 예고도 없이 다가온 선택의 기로에 망연한 기분까지 들었다


이여주
제가 떠나면 도련님은 누가 돌봐드립니까 ..?

회장
말했지않나 . 지민이는 홀로서기를 할 것이라고

회장
하지만 자네가 내 옆에서 일을 도우면서 조금씩 손을 뗀다면 지민이도 쉽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지 않겠나 ?

도련님은 .. 일종의 인질인 건가 ..ㅎ

그리고 저택에 들어오던 날 채림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한채림
대학도 떳떳이 나온 애가 남 수발이나 들겠다는데. 그럼 손 놓고 지켜봐 ?


이여주
수발 ? 까짓거 들면 어때 . 그만큼 돈이 들어오는데


한채림
그래서 남 수발이나 들겠다 ? 그것도 조직 회장 외동아들 수발을 , 이여주 니가 ?


이여주
조직 회장 아들이면 뭐 . 난 도우미야 . 집사 개념이라고


한채림
집시고 뭐고 , 다 한 통속이지 . 일단 조직이라는 거잖아

그 때까지만 해도 구분이 가능할 줄로만 알았다 .

나는 도련님만 돌보면 될 것이라고 . 그렇게 기대했다

그런데 ...

회장
생각할 시간을 주겠네 .

회장
이틀이면 되겠나 ?


이여주
네 ..

회장
결심이 서면 바로 알려주게 . 아마 여주씨가 배울게 아주 많을 테니까 말이야


이여주
네 , 그렇게 하겠습니다 .

회장
우리 아들 평소대로 잘 챙겨주고 . 나와 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야 .

회장
오히려 우리 아들 돌보는게 어렵다면 더 어렵지 .

놀리 듯이 춤추는 말투가 기분 나빴다 .

회장
그럼 이제 나가보게 .


이여주
네 .. 안녕히계십시오 .

이제 나와 도련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48시간이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