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의 나비 이여주 입니다

EP.28 지민아 , 금방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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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후으 ... 아윽 !

조직원

여주야 , 낙하산이면 낙하산 답게 굴어 .어디서 몸을 사려 . 사리기를 ㅎ

매운 발길질은 모두 여주를 향했다 .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여주는 싸움터로 걷어차였다 .

조직원

니가 할 줄 아는게 뭐가 있어 . 기껏 해야 기생 오라비같이 생긴 도련님 수발이나 들다 온 주제에

조직원

샌드백이면 , 샌드백 답게 좀 굴자 . 응 ?

온 몸이 피투성이였고 , 하얀 와이셔츠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버렸다 . 그렇게 되기까지 여주는 손도 못 써보고 발길질과 주먹질을 모두 혼자 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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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기생 오라비 아니라고 개새끼야 .

분명 그들은 여주와 아군임에도 여주를 향해 발길질을 서슴치 않았다 . 그리고 여주는 힘없이 바닥에 곤두박질 쳐지며 그 발길질을 다 받아내었다

조직원

아 .. 씨발 . 이 새끼 성가시게 또 존나 안 죽어 .

매서운 발길질이 끝나자 온갖 욕을 다 뱉어낸 그들은 여주와 함께 타고 왔던 차를 타고 돌아갔다 .

분명 함께 왔지만 돌아가는건 그들 뿐이였다 .

···

나름 회장의 총애를 받아 맡게 된 업무는 전쟁에 가까웠다

매일 아무 이유 없이 싸움터에 내던져졌다 . 그저 흔한 방패 역할이었다 . 싸움이라곤 할 줄을 모르니 피칠갑이 되어 빠져주는 것이 여주의 역할이었다 .

적군의 힘을 뺀다나 .

그렇게 지옥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 이렇게 맞아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맞아 쓰러지는 일들의 반복이라면 차라리 혀를 깨물어버리고 죽는 것이 더 편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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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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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그러면 지민이를 볼 수 없잖아 .

간절히 끊어내고 싶은 생명줄을 붙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지민이였다 . 어쪼다 한번씩 창문 밖에 산책하는 지민의 뒷모습을 발견 한다거나

운 좋게도 식탁에 앉아 밥을 씹어 넘기는 지민을 보는 일은 지옥같은 삶 속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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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잘 크고 있구나 . 우리 도련님 .

창문 뒤에 숨어 , 기둥 뒤에 숨어 . 여주는 자주 지민의 모습을 훔쳐 보았다 .

왜 저리 비쩍 말랐을까 . 웃음기 하나 없는 멍한 얼굴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

더 이상 그 누구도 지민의 수발을 들어주지 않았다 .

아침에 눈을 떠 옷을 골라 입는 일도 , 가방을 고쳐매는 일도 ,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씹어 삼키는 일까지 모두 지민 자신의 몫이었다 .

숨쉬듯 옆에서 손을 빌려주던 나비도 더 이상 없었다 . 단추 하나에 뽀뽀 한번을 해주는 나비도 없었다 .

그 텅 빈 자리에 홀로 앉은 지민은 어느 날이든 항상 같은 얼굴이었다 .

짜증도 분노도 없는 , 텅 빈 눈빛

여주는 그런 지민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지민에게 다가가 등을 쓸어주며 다정히 안아주고 싶었다 . 그 도톰한 입술에 입술을 맞추고 싶었단 말이다 . 그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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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이 얼굴로 어딜 나타나 .

지민과 헤어진 이후 , 여주는 매일같이 멍들고 피묻은 얼굴이었기에 . 여주는 점점 더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지민이 절대 자신을 발견할 수 없는 곳으로 지민을 절대 마주칠 수 없는 곳으로 .

그러나 , 아주 잠시라도 지민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그 찰나의 순간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정말이지 당장에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그렇게 살아 온 순간들이였다 . 아니 그보다 버텨왔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지 못했다 . 그저 그 시간동안 단 1분이라도 더 지민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지내 온 시간들이였다 .

···

그저 확실한 건 이따금씩 신책을 하는 도련님의 목덜미에 목도리가 얹어졌다는 것과 등교하는 도련님의 입에서 옅은 입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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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이제 겨울이구나 ..

그렇게 도련님만 바라보고 살다보니 도련님을 보고 이제야 겨율임을 깨달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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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허 ... 윽.

차가운 바닥에 드러누운 여주는 추운지도 모르고 실실 웃으며 간간히 신음을 뱉어내었다 .

여전히 주먹질은 적응이 되질 않았다 . 발길질도 물론 이었다

터졌던 자리가 터지고 또 터졌으니 아물 틈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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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보고싶다 .

피냄새만이 진하게 풍기는 곳에서 여주는 잠시 고민했다 . 그냥 이대로 잠들어 죽어버릴까 . 아니면 다시 일어나 그곳으로 돌아갈까 .

그곳은 둘도없는 지옥이였으나 , 지민이 있었기에 천국이라 말할 수 있었다 .

차라리 생각할 틈도 없이 죽었더라면 , 총이나 칼에 맞아 죽었더라면 . 이렇게 다시 살아나고 싶지도 않았을텐데

아무리 깨지고 부서져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 여주의 머리속은 온통 지민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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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죽긴 뭘 죽어 , 살아야지

아무리 괴로워도 살아야만 했다 . 보고싶었으니까

결국엔 살아서 얼굴을 보고 또 위로받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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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아우으윽 ...!

갈 수 있을까 , 이 몸으로 .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난 여주는 같은 자리에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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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 안 되겠다 . 오늘은 봐야겠어

가다가 죽게된다고 하더라도 만약 살아서 돌아같다면 일단 지민부터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여주다 .

만약 내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오늘은 그 무엇도 따지지않고 그저 네 곁에 있을게 .

풀렸던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 그렇게 또 한 발을 내디뎠다 . 하늘은 이미 어둑했고 . 갈 길은 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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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지민아 , 금방 갈게 .

질질 끌며 걷는 길 위로 붉은 혈흔이 묻어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