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의 나비 이여주 입니다
EP.29 함께 꾸는 꿈


지민은 어느 날과 다름없이 한참을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

잠에 빠져들 쯤이면 자꾸만 여주의 얼굴이 떠올라 화들짝 잠에서 깨는 것이 요 몇 달간 지민의 일상이었다 .


박지민
... 그 비열한 놈이 뭐라고

꿈 자리가 뒤숭숭했다 . 꿈 속에 나타나는 여주의 얼굴은 까맣게 먹칠되어 있어 보고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

아무 대책도 귀뜸도 없이 떠난 놈이 무어가 그토록 그립다고

이따금씩 산책을 할 적마다 고개를 빼고 두리번 거리곤 했지만 , 지민은 절대 여주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

아니 , 그리워하고 싶지 않았다 . 자존심 상하니까 .

혼자 좋아하고 , 혼자 그리워하는 일은

···

하지만 뒤숭숭한 꿈 탓에 옅은 잠에서 깨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비를 떠올렸다 .

그 따뜻한 손길과 예쁜 얼굴 . 그 외에 부수적인 것들까지 떠올리다 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지민이다 . 자존심 탓에 티내지 못해도 아직 많이 그리우니까


박지민
흐으읍 .. 나비야아 .. ㅠ

이제 막 동이 터 오는 시점이었다 .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정신 없이 울부짖다 보면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잠이 몰려왔다 .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 , 은은하게 밝아오는 하늘 . 지민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었다 .

떠오르는 기억들은 모두 여주와 함께했던 날들이었다

그렇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서러움 섞인 한숨을 뱉어내자마자


박지민
...!!


이여주
쉬이 ..

차가운 손이 지민의 시야를 차단했다 . 그리고 나머지 손은 지민의 등을 쓸어주며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박지민
나ㅂ ..!

차가우면서도 온기를 머금은 손은 연신 지민의 등을 쓸어주었다


이여주
.. 왜 안 불렀어요 . 도움 필요했으면서

등을 쓸어주는 손은 얼음장 같이 차가웠고 , 속삭이는 목소리는 잔뜩 잠겨있었다 .

어딘가 불편한지 간간히 신음을 흘리는 나비는 도련님의 눈을 가린 채 제게로 돌려 꽤 긴 입맞춤을 이어갔다

···


이여주
하아 .. 이거 꿈이예요 . 현실 아니야 .

거짓말 . 목젖 끝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참아내느라 , 지민은 다른 말은 하지 못하고 숨만 골랐다 .

정말 꿈인가 ? 입술에 전해지는 감각이 너무나 생생해서 , 지민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

나의 앞에서 신음 섞인 숨을 토해내는 네가 , 나의 나비가 맞는지 .

그러나 ...


이여주
쉬이 .. 쉬이 ..

눈을 가린 손은 지나치게 단단해서 , 아무리 힘주어 벗겨내려 해 보아도 더욱 단단히 시야를 차단했다


이여주
꿈이라니까 .. 이거 꿈이예요


이여주
우리 둘이 함께 꾸는 . 꿈이예요 .

헐똑이며 들이마시는 숨 안에 옅은 핏기가 서려있었다

.. 아니야 , 그럴리 없어 . 나의 나비에게서 이렇게 진한 피 냄새가 진동할 리 없는데


박지민
누구야 .. 너 누구야 ..

지민은 현실을 부정했다 . 나비에게서 느껴지는 비릿함과 진득함을 부정했다 .

그럴리가 없잖아 . 나비는 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나를 버리고 떠났는데 .


박지민
... 너 , 나비 아니지 . 응 ..?

간절히 빌었다 . 제발 , 네가 나의 나비가 아니기를 . 구태여 눈을 떠보지 않아도 .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나를 찾은 이 사람이 나비가 아니게 해달라고

하지만 등을 쓸어주는 손길과 , 신음 섞인 그 목소리는 누가 뭐래도 나비의 것이 맞는데


이여주
... 저는 그냥 꿈이예요 .


이여주
어두운 새벽에 찾아 왔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 그런 꿈 .


박지민
아윽 .. 하으읍 ..

나비는 바들바들 떠는 지민을 온몸을 다해 껴안았다 . 눈을 가린 손가락에 눈물이 번졌다 .

까맣게 먹칠 된 얼굴을 한 여주는 그렇게 동이 트도록 지민을 안고 함께 울었다 .

다시금 나비의 손에 의해 나비를 등지고 누운 지민은 감히 뒤를 돌아 여주를 확인할 수 없었다 .

돌아보는 순간 , 그 모든 것이 현실이 될 테니까


이여주
.. 이대로 잠들어 주세요 . 가만히 .

나비의 목소리가 , 귓가에 울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