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인간
늑대인간 | 12화




박수영
"미친, 김여주! 여기!"

김여주
"헐, 얘들아..."


서수진
"이게 얼마만이야!"

셋은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이 둘은 여주의 오랜 친구 사이였다, 졸업하고 취업 준비 때문에 셋 모두 바빠져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이었다.


서수진
"내 자기 더 이뻐졌네."


박수영
"이게 어디서 작업질이야!"

성인이 되어도 변함없는 둘의 모습에 여주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여주의 손을 수영이 덥썩하고 붙잡았다.


박수영
"김여주, 술고래 서수진 말고 나랑은 성인되고 첫 만남이잖아!"

김여주
"그렇네."


서수진
"그런 기념으로..."


박수영
"화끈하게 놀아야지!"

김여주
"응...?"

넘치는 둘의 에너지에 잠시 당황한 여주가 주춤거렸다.

불길한 느낌에 뻣뻣하게 둘을 쳐다보자 둘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박수영
"클럽!"


서수진
"술!"

둘이 활짝 웃으며 짝하고 하이파이브를 쳤다.

김여주
"응...?"

여주의 어색한 반응에 수영이 여주를 유심히 살폈다.


박수영
"뭐야, 설마 김여주 남자친구 있어?"


서수진
"헉, 나도 모르는 새에 우리 자기의 임자가...!"

김여주
"그, 그런거는 아닌데..."


서수진
"그럼 문제 될 것 없군, 오늘 밤을 불태우자."


박수영
"대군들이여, 나를 따르라."

김여주
"아니, 나 그런 곳 한번도 가본 적 없는데..."


서수진
"그럼 오늘 가면 되지~ 김여주의 첫 일탈!"

둘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여주의 손을 잡고 끌고갔다.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서수진
"와, 역시 내 여보, 이렇게 꾸미니까 대박인데."


박수영
"봤냐? 이 언니의 실력을."

김여주
"..."

여주는 멍하니 그들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박수영
"옷은 무엇으로 할까요~"


서수진
"이거다, 이거."


박수영
"아냐 내가 봤을 땐 이게 더 어울려."

정작 옷을 입는 장본인은 아무 생각없이 멍 때리고 있는데 분주하게 옷을 고르는 그들이었다.

툭-.

여주는 제 다리에 착지한 거적때기를 아무 감흥없이 멍하니 바라보는 중이었다.


박수영
"헤이 주~ 그거로 갈아입으셈."

김여주
"...?"

여주가 다시 한번 거적때기를 바라보고는 집게처럼 손으로 그것을 들어올렸다.

설마 이 천 쪼가리를 말하는 건가.

김여주
"...이거...?"


박수영
"응, 그거."

김여주
"이, 이 천 쪼가리를 입으라고...?"


서수진
"쪼가리라니! 천 쪼가리라니! 내 탁월한 안목으로 고른 옷이라고!"

김여주
"어어, 그래...네가 옷이라면 옷인 거겠지 뭐..."

자포자기한 여주는 거적때...아니,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향했다.


벌컥-.


서수진
"...세상에."

김여주
"이거 너무 짧은 거 아니야...?"


박수영
"노우노우~ 이 정도면 짧지않아, 퍼팩트해."


서수진
"봤냐? 이 형님의 안목을."


박수영
"나보단 아니지만 좀 하네."

둘의 쉴틈없는 토크에 여주는 벌써부터 기가 빨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박수영
"김여주 우리 덕에 일탈 제대로 하네."


서수진
"이 정도면 일탈도 아니지."


박수영
"하긴, 너는 뭐 집앞 편의점 가듯이 가더라."


서수진
"이 새끼가,"

김여주
'...집가게 해주세요.'

여주는 다시 한번 이마를 짚었다.


사람들이 빈틈없이 채워진 공간, 그곳에선 쉴틈없이 빵빵한 음악이 울려퍼졌다.


박수영
"여주, 신나지 않아?"

김여주
"별로..."

여주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오직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 뿐.


서수진
"그럼 룸가서 술이나 마시자."

김여주
"하여튼 술고래...나 오늘은 너 안 업어줄거야."


서수진
"걱정 마~ 조절하면 되잖아."

김여주
"그거 너가 맨날 하던 말인거 알지? 그러면서 맨날 전화 왔..."


서수진
"쉿, 귀요미는 조용히 해."

김여주
"..."


박수영
"난 춤 좀 주다 들어갈게."


서수진
"그러던지."

순식간에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노래를 즐기는 수영의 모습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서수진
"오늘은 술 파티다!"

수진의 넘치는 텐션에 여주는 맥아리 없이 끌려갔다.


책상을 꽉 채우는 이름모를 다양한 술들, 그 앞에 충격을 먹은 얼굴로 앉아있는 여주가 보였다.

김여주
"이, 이걸...너가 다 먹겠다고?"


서수진
"좀 많긴 한데, 너도 있잖아."

김여주
"난 주량 약한데."


서수진
"몰라, 몰라! 오늘 그냥 먹고 죽자!"

김여주
"..."

수진이 술을 들고 뚜껑을 따려는 순간, 문이 열렸다.

???
"저 손님, 합석하시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는데 괜찮을까요?"

김여주
"아뇨, 저희는 괜찮,"


서수진
"넹!"

김여주
"...?"


서수진
"혹시 몰라, 잘생긴 사람일지도."

김여주
"아, 서수진 제발..."

여주가 다시 한번 이마를 짚었다.


서수진
"술이 좀 많긴 했는데, 잘됐지 뭐."

다신...안 와, 오나봐라 내가 여길...

책상에 엎드리고 중얼거리고 있는 틈에 다시 한번 문이 벌컥 열렸다.



윤정한
"안녕하세요."


정호석
"안녕하세요~"


서수진
"헉, 안녕하세요!"


서수진
'야야, 미친 존잘들이다, 얼굴 봐.'

수진이 책상에 엎어진 여주를 팔꿈치로 툭툭치며 소근댔다.

김여주
"으응...그래..."

여주는 피곤한 얼굴로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남자와 시선이 마주친 여주가 어색하게 눈인사를 했다.

그러고선 술병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여주의 옆자리에 발랄해 보이는 남자가 앉았다.


정호석
"우와~ 술 진짜 많네요, 이걸 다 드시게요?"


서수진
"안 그래도 좀 많았었어요."

입을 다문 여주는 오고가는 대화만 듣는채로 아무 술이나 집어 뚜껑을 땄다.


서수진
"뭐야 김여주, 안 먹는다며?"

김여주
"응 갑자기 땡기네..."

너 때문에.

뒷말은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정호석
"어, 그거 도수 높은건데!"

여주가 들고있는 술을 쳐다보던 호석이 소리치자 잠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끝내주는 수다쟁이가 두명이나...

김여주
"괜찮아요."


서수진
"웬일이래, 김여주가."


윤정한
"저 분은 평소에 술 잘 안 드시나 보네요."


서수진
"네, 쟤는 여기도 처음 오는 거에요."


정호석
"헐, 대박!"

자신은 분명 조용히 술이나 따면서 짜져있는데, 이야기의 흐름은 왜 저로 흘러가는건지 이해할 수 없는 여주였다.

셋의 이야기를 듣기만 한 채로 술을 홀짝이자, 금방 목이 뜨거워지며 몸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김여주
'도수 높다 그러더니, 진짜였구나.'

잠시 쉬었다 먹으려고 숙였던 고개를 들자, 술을 물처럼 마구 퍼마시는 자신의 몹쓸 친구가 보였다.

김여주
"수우진아...난 부운명히 말을 해따, 나는 너르을...데려다 줄 수가 없떠..."

안 그래도 신경써서 똑바로 발음을 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자꾸만 혀가 꼬여버렸다.


서수진
"우헤헤헹, 무슨 소리이~! 여기가 바로 내 집! 마이 하우스으..."

김여주
"서수지니...정신 잡아라아..."


윤정한
"...다들 많이 취하셨네."


정호석
"어어, 그만 먹어요, 그만!"

계속해서 술잔으로 향하는 여주의 손을 호석이 제지시켰다.

김여주
"헤헤..."

정신만은 똑바로 차리고 있는 줄 알았건만, 이젠 아예 취해버린 듯 한 여주를 본 둘이 한숨을 쉬었다.


윤정한
"집이 어디에요?"


서수진
"여기! 여기가 내 집이다아~ 부럽찌이~"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둘을 보고 난감해하는 둘,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수영이 들어왔다.


박수영
"뭐야, 이것들...어머, 누구..."


정호석
"헉! 지인 분이세요?"


박수영
"그런데요...?"


정호석
"아아, 잘됐다, 이 분들 좀 부탁할게요!"

한시름 놓았다는 듯 맑은 웃음을 지으며 나가는 남자 둘을 보고 수영은 황당한 듯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봤다.


박수영
"와...난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이것들..."


박수영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 혼자서 어떻게 얘들을 데려다 줘..."

난감해하던 수영 앞으로 여주의 스마트폰이 보였다.

비밀번호는 또 왜 이렇게 쉽게 해놨는지, 여주의 생일을 입력하자 잠금은 금방 풀려버렸다.

연락처를 뒤지던 수영 앞으로 눈에 띄는 이름이 보였다.


박수영
"호오, 누가봐도 남자 이름이잖아."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른 수영, 연결음이 몇번 가지 않더니 바로 연결이 되었다.

[여보세요? 여주야?]

연결 되자마자 들려오는 중저음의 목소리, 게다가 스윗하게 여주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박수영
'남자친구 없다더니~'

수영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작가
오늘 쓸데없이 분량이 좀 길어요... 3500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