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래? 복수가 나쁘다고

재판날에 태형이와 이혼하고, 나와 석진오빠는 마련한 집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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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오빠, 우리 영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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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무슨 영화볼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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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보스베이비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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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 보자

아니, 잘 살고 싶었다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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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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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택배인가봐, 내가 갔다올게

난 최근에 뭘 시켰었지 고민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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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어..

당연히 택배가 온 것일 줄 알았는데 문 앞엔 어머니가 서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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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어머니..?

내 목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왔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석진오빠도 TV를 끄곤 내 쪽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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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무슨 일이에요, 엄마?

어머님

맞구나, 너희 동거하는 거

어머님

태형이한테 면회갔다가 얘기들었다

어머님

어쩜 너도 불여시가 따로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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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엄마, 은원이 태형이랑 이혼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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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럼 은원이랑 태형이랑 관계는 끝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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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지금은 내가 애인이잖아요

어머님

애인은 무슨..!

어머님

어쩌다 저런 게 우리 집안에 굴러들어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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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

아 이제 좀 착하게 살아보려 다짐했건만..

태형이한테는 벗어났어도, 어머니한테는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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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엄마 은원이한테 심한 말하지 말고 그만 가요

어머님

너희 동거하는 걸 지켜만 보고 있으라고?

어머님

며늘아, 아니 이젠 며느리도 아니다

어머님

너 이리 나와, 어딜 우리 석진이한테 달라붙어 있어?

어머니는 내 머리채를 휘어잡곤, 현관문 밖 바닥으로 나를 내동댕이 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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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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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엄마 진짜 뭐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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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하......... 한 번만 더 은원이한테 이런 짓 하시면 저 엄마하고 연 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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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은원아, 일어나

어머님

..뭐라고?

어머님

얘, 너 때문에 우리 석진이 성격 다 버렸잖니..!!!

어머님

우리 아들 어떡해.. 어떡할 거냐고!!

어머니가 소리를 계속 크게 지르시자, 그 소리를 들은 이웃들이 하나둘 현관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했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있는 나는 부끄러움에 아파트에서 도망쳐 나왔다

핸드폰, 지갑 등 그 무엇도 손에 쥐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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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아 내 엄마 보고 싶다

근처 벤치에 앉아 가만히 구름 구경이나 하고 있을 때,

꺄르르- 꺄르르-

"아이구 지윤아 좋아?"

"녜-!"

"며늘아가, 그거 이리 줘. 지윤이도 챙기느라 힘들텐데."

"아니예요 어머니"

"그럼 내가 들게, 우리 여보 고생하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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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저 가족들은 진짜 화목해 보이네...

나는 그들을 부러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바라보다, 이내 무언가를 다짐하였다.

08:0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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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언제 돌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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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무슨 사고 난 건 아니겠지...?

띡 띡 띡 띡- 덜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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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 은원아..!

8시 30분이 되어 힘없이 집으로 들어오는 나를 석진오빠는 달려와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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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디 갔었어.... 진짜 걱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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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내가 엄마 오지 말라고 단단히 말해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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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앞으로 막 찾아와서 윽박지르는 일 없을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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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아니, 오빠 나 결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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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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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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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우리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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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오빠한테도, 나한테도

나는 고개를 들어 석진오빠를 바라보았다

석진오빠의 눈동자가 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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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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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더이상 그런 석진오빠의 눈을 바라보기 힘들어서 다른 곳을 응시한채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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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오빠랑 연애하는 건 너무 좋지만... 재혼해서 오빠 어머니를 모시기엔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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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우리 연애만 할 나이도 아니잖아,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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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은원아, 우리 엄마 때문에 하는 결정인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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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럼.. 우리 멀리 도망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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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무도 못찾게 멀리 해외로 도망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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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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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오빠 어머니 평생 안보고 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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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아버님은? 동생들 안보고 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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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내가 지금까지 봐온 오빠는 무엇보다도 가족을 우선시하던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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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지금 당장은 가족들 안볼 수 있다고 해도 평생동안은 무리일 거라는 거, 오빠도 잘 알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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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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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은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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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 너 안보내고 싶어...

눈물을 쏟아내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오빠를 보고 나도 덩달아 눈가가 시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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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오빠....

내가 조심스럽게 안아주자 오빠는 이내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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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내가 미안해 오빠한테 상처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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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흐윽...오빠는 나한테 준 게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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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내가 오빠한테 준다는 건 고작 이별이라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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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나까짓 건 비교도 안 될만큼 좋은 여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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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니야..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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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사랑했어 오빠

나는 눈물 범벅이 된 오빠의 얼굴을 양손으로 조심스레 감싸고, 입을 맞췄다

이 날의 키스는, 내가 해본 키스 중 가장 아름답고도 애절했던 키스였다_

n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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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이게 뭐지?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우편함에 놓여져 있던 한 봉투_

조심스레 열어보니 그것은 손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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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

편지 봉투 안에 손편지를 제외한 아직 꺼내지 않은 무언가를 집어 펼쳐보니,

청첩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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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왠 청첩장?

신부와 신랑을 확인해보니 신랑란에 '김석진', 이 이름 석자가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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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김..석진...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의 이름에, 가슴 한 구석이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손편지도 읽어보았다

대충 내용은 잘 지내냐는 내용, 헤어진 후 심정과 근황,

그리고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으으으...

📞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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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야, 나 석진오빠한테 청첩장 받았어

📞" 아 언니가 얘기하던 전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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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응..ㅎ

📞"왜, 같이 가줘? 전남친 앞에서 기 좀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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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아 뭐라는 거야, 난 안 갈거야

📞"뭐? 왜?"

📞"그립다며, 그럼 얼굴 한 번 보고 오는 게 낫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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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난 오빠가 나를 기억에서 없앴으면 좋겠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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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내가 준거라곤 상처 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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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오빠가 좋은 사람 만난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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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원

📞나는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좋은 사람

나는 눈물을 슬쩍 훔치고 안락의자에 앉아 복잡한 심정으로 가만히 석양을 바라보았다_

오늘따라 석양빛이 더 붉어보이는 건 기분탓일까_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