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들이 왜 그럴까

03 : 도시락 주기 대작전

혹시라도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일러둔다. 난 해달라고 해서 다 해주는 사람이 아니야. 알겠어?

아니, 내가 뭐···.

정국이 일이라면 발 벗고라도 나서는 줄 아나 본데.

응···. 맞아. 1년 전의 정국이라니, 이건 못 참지. 그리고 내가 도시락 안 갖다주면 굶을 거 아니야. 내 최애 굶는 꼴은 못 봐.

김달래

여기 오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소설 속에서 여자애들이 그렇게 환장하던 얼굴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벌써 가버린 걸까. 물의 파동이 일정해진 걸 보면 안 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쉬움에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달칵.

그때 때마침 탈의실에서 나오는 정국이다. 이에 반가움이 가득한 웃음이 지어졌다. 핸드폰을 보느라 날 발견 못한 듯해서 크게 외쳤다.

김달래

정국아!!

전정국

아, 누나 왔어요?

김달래

···미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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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네?

김달래

아, 아니야! 얼른 와서 먹어. 다 식겠다.

횡설수설하며 어색하게 손짓했다. 그러자 뭐가 그리 좋은지 총총 달려 나오는 정국이다. 착한 표정에 그러지 못한 몸.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작가 양반, 이렇게 잘생기고 귀엽고 섹시할 거라곤 안 했잖아···. 순 엉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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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늘부터 학교 다니는 거죠?

김달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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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좋다. 이제 누나랑 더 자주 볼 수 있겠네요.

김달래

에···? 아, 말이 그렇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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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안 볼 거예요?

김달래

미안. 내가 실언을 했네.

얼굴 공격은 에바잖아. 물에 젖은 머리카락과 상기된 볼, 낮은 목소리까지. 정국아. 난 평생 네가 최애다. 근데 나 속은 어엿한 고3인데 이래도 되나···. 왠지 죄 짓는 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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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진짜 미안해요?

김달래

당연하지. 나 말은 더듬어도 거짓말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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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럼 같이 먹어요.

김달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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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럴 때 보면 참 둔해. 맨날 편하랍시고 혼자 가버리면 오히려 눈에 밟혀요.

전정국

나 걱정 시키지 마요.

아아···. 하느님.. 장차 1년 뒤에 딴 여자의 남주가 될 사람이 절 꼬시고 있습니다..

03 : 도시락 주기 대작전

ᅠᅠᅠᅠ

정국이의 떠밀림에 결국 카페로 와버렸다. 수영장에서 먹으면 멀미가 날까봐 배려해 준 마음씨 덕분이었다. 학교에 카페가 있냐고? 응.. 있더라. 역시 금수저들이 다니는 체육고 다워···.

괜시레 신기한 마음에 안을 둘러봤다. 이후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전정국

···.

진지한 표정으로 볶음밥을 프고 있는 게 귀엽더라. 이렇게 보니 나보다 어리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 같기도.

갑자기 이 토끼의 스펙이 생각났다. 학교 안에서는 동갑이지만, 밖에서는 연하인 정국이. 워낙 옛날부터 운동 신경이 뛰어났는지라 일찍이 고등학교에 발을 들인 천재 중에 천재다, 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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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누나는 왜 안 먹어요?

김달래

별로 안 배고파서 그래. 너 많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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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애 된 느낌이에요.

김달래

내가 정국이 엄마 할까?

전정국

나 이길 수는 있구요?

김달래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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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렇겠죠. 누나도 유도부 수석 입학이니까요.

뭐야, 유도부였어? 심지어 수석 입학? 대박이다. 그래서 그 남자를 침대에서 밀어 트리는 게 가능했던 거구나. ···앞길이 창창한 몸이었네.

풀이 축 처진 채 밥 알갱이를 깨작깨작 씹어댔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정국의 눈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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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렇게 조금씩 먹어서 언제 다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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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해요.

김달래

아, 아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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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팔 아파요.

내 약점을 어찌나 잘 알고 있는지, 바로 숟가락을 덥석 물 수밖에 없었다. 근데 이거 정국이가 쓰던 숟가락인데···. 뭐, 본인이 괜찮아하니까. 열심히 볼을 움직였다.

전정국

잘 먹네.

진짜 장차 여자 여럿을 울릴 웃음이다. 물론 여주에게만 한정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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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동···.

김달래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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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네?

김달래

혹시 여기 예비종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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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없어요.

김달래

그럼 나 지금 뛰어야 하는 상황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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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뛰는 게 뭐예요,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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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존X 뛰어야죠.

김달래

알겠어. 다음에 보자!!

해맑게 손을 흔들며 달려갔다. 첫날부터 지각이라는 착잡한 마음에 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을 불어넣으며 말이다.

그런 달래의 뒷모습을 빤히 응시하던 정국의 입술이 벌어진다. 아까의 그 어린 행동들은 다 거짓이었다는 듯이 견고한 눈동자다. 그녀가 남기고 간 여운이 큰 모양이다.

전정국

···귀엽네.

정국이 그런 말은 했다는 건 달래는 평생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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