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민트향 라벤더 (시즌 1)
EP17. 비오는 날


전화가 끊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지민이 걸어나왔다

막상 박지민을 얼굴을 보자 과연 정말 내가 죽일 수 있을까하는 망설임이 느껴졌다

하지만....나는 칼을 쥔 손을 더 꽉 힘을 주며 내 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 수없이 되뇌였다

김여주
......


박지민
....왜...불렀는데.

그때 박지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여주
....왜..

김여주
왜..그랬어...왜...

왜 불렀냐는 말이 왜 자신을 죽이냐는 환청으로 내 귓가를 멤돌았고 결국 또 눈물은 터져나왔다

김여주
...흑....으흑...왜...그런거야...

김여주
왜...하필이면..너고..

김여주
끄흡...흑...왜..하필..이면..너냐고.....!!!!!!!!


박지민
......!!!!!!..

흐느껴 울며 소리치는 나를 바라보며 박지민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김여주
왜냐고 묻잖아!!!!!!!!!!!!!!!

난 밀치듯 박지민을 벽으로 몰아세웠다

화가 났으니까..

일부러 그랬던게 아니다. 뭔가 오해가 있다.

아니...하다못해 내가 안 죽였다는 그런 뻔한 변명이라도 하지 않는 박지민이 미웠다

김여주
.....너.

김여주
내가...너..왜 불렀는지..알아?....


박지민
.....아니.

김여주
나..너 죽이려고 부른거야.

김여주
이래도...변명 안 할꺼야..?


박지민
.......


박지민
너..때문에.

김여주
ㅁ...뭐!?


박지민
널 위해서...그랬어.

김여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작작해!!!!!!!!

아연이가 수술을 하던 그날 그랬듯 박지민은 또 다시 '널..위해서'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난 박지민을 향해 그의 머리 위로 높이 칼을 들었다

김여주
흐윽...흡...끄흡.. 흑...

내 머리는 박지민을 죽이고 싶지 않은 깊숙이 박아두었던 본심에 혼란스러워 미친듯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내 손은 부들거리며 박지민을 죽이고 싶은 듯 높은 곳에서 목표를 향해..

그의 심장을 향해...

머리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결국 칼끝은 그의 심장에 닿기 직전까지 오게 되었고

벌을 달게 받겠다는 듯 무표정하고 담담한 박지민과 다르게 나는 내 두 눈을 꼭 감아버렸다

거센 빗소리만 내 귀에 들려왔다


박지민
....김여주.

그때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귓가에 내 이름을 부르는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여주
.....!?!?

조심스럽게 나는 눈을 떴다.

칼을 쥐고 있는 건...겁을 줘야 할 건 분명 나였는데 도리어 나는 박지민의 한마디에 겁을 먹고 있었다

살며시 뜬 내 눈의 눈동자엔 눈물이 가득 고여 울고있는 눈 그리고 이와는 다르게 웃고있는 박지민의 입이 비춰졌다.

그의 눈가에서 입가로 내 시선이 옮겨지는 그 순간 그의 떨리는 입술이 열렸다


박지민
나...죽이기 전에...


박지민
한번만.


박지민
딱....한번만 안아주라....

빗물에 빨간 염색물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와 그의 흰티를 온통 적시고 있었고... 눈물 가득한 그 두 눈으로 박지민은 내 눈을 또렷이 바라보며..말..했다

마치 날 죽이면 이렇게 빨갛게 변해버릴 거라는 말을 전하고 싶은 듯 한 박지민의 꼴과 그의 말에 내 심장은 엇박자를 이루며 심하게..요동치고 있었다